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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그 노래, 그 배역, 가상의 인물 하나하나까지 단 한 순간을 위한듯
게시물ID : drama_40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투박대
추천 : 14
조회수 : 85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2/02 16:54:13
영규,방원,방지.png
(방원 일당이 몽주를 살해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깡패짓이 가끔 느와르라는 미사여구를 만나면 아름다움으로 포장되기도 하지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은 그 자체로서 미학적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적의 뱃속에 시멘트를 들이붓고 드럼통에 가두어 바닷물속에 집어 넣는다 해도,

간혹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포장지가 이뻐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 심연에 있는, 윤리적 판단마저 유보시키는 그 절박함을 형상화해주었기 때문이 아닐런지.


역사적으로 보자면 이방원이 포은을 제거한 행동은 명백한 암살이요 살인행위였습니다.

또한 조선초의, 그리고 향후 왕조 500년간의 피바람을 예고하는 서막을 연 폭두짓이기도 했지요.

이 하나가 없었다면 조선도 없었겠지만

이 하나가 있었기에 조선은 이상에서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철퇴.png
(영규가 몽주를 죽이는 데 사용한 철퇴)


그럼에도 35화의 마지막 5분에서 느낀 감동의 정체는 무엇일까...

분명 늦은밤 정적을 제거하러 가는 깡패짓거리일 뿐인데 난 왜 눈물이 핑 도는 감동을 느꼈을까...
이표정너무좋음.png
(정적을 암살해야 하지만 그의 충심을 느끼는 살인자)


개인적으로 신세계를 보며 느와르가 감동적일 수 있는 요소를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각자의 합리적인 생존욕구에 의해 야기되는 불합리한 딜레마,

살인과 폭력의 잔인함으로부터 관객을 보호해줄 수 있는 음악,

부조리한 한계상황에 직면한 한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표현해줄 배우의 처연한 표정 연기.

대략 이 세 가지가 도출되더군요. 이 세 가지에 터잡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몽주.png
(포은에겐 포은의 대의가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윤리적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각 인물들의 들끓는 투쟁심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 준 그 노래를 들려줌과 동시에,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 시청자가 느낄 도덕적 판단, 역사적 흐름에 대한 격쟁심을

가상의 인물들간의 목숨을 건 건곤일척을 예고함으로써 한 편의 검무에 대한 기대감으로 승화시키고,

김의성씨의 단호하고 결의에 찬 표정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유아인씨의 앳되고 잔인하지만 슬픔에 찬 얼굴에서 자연스레 공명되는 처연함이

한 편의 멋진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행복한 5분을 선사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멋진 마지막 5분과 예고편이 아니었나 싶네요.


ps.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나레이션, "운명은 마치 성질나쁜 서너살 어린애와 같아서, 또... 무엇에 마음 바뀔지, 내일 아침해가 뜨는 것이 참으로 두렵고도 설레입니다. 이 밤, 고려의 역사에 가장 긴 밤이 될 것입니다." 역시 이 감동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느와르의 막을 열어주는 정말 멋진 나레이션이었음...
이런 작은 우연이.png
(운명은 성질나쁜 서너살 어린아이와도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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