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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생신잔치-_-^
게시물ID : humorstory_142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1
조회수 : 4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09/13 15:36:28
나는 곧 다가오는 아버지 생신에 대해서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을까? 

말 가면을 써볼까?ㅡㅡ? 



“아니야, 아니야...식상해(?)”



도대체 누구 기준으로 식상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아버지 생일날에 집에 못 내려간다는 대전제 아래 일을 

진행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하여 결심한 것은 생일날 전화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자는 아주 특별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물론 이것도 누구 기준에서 특별한 것인지는 모른다-_-;

그리고 일단 인터넷에서 아버지께 선물하기에 쓸 만한 것이 

없나 하고 뇌이버를 검색하던 나는 "아버지 생일 선물로 해

드릴 수 있는 특별한 선물" 이란 제목에 눈이 갔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고속 광랜 스피드의 마우스질-_-;

로 그 글을 클릭한 후 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특별하다 못해 뇌가 꾸깃꾸깃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T팬티, 곰돌이, 바비 인형, 채찍(도대체 이건 왜 들어가 있는 

거냐?ㅡㅡ?), 여고생 교복(허억-_-^) 등등...




더욱더 많은 물품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차마 다 쓰지 못하

고 넘기기로 한다.



“남의 아버지를 무슨 변태로 만들 작정인가-_-;;”



“혹시 좋아 하실지도?*-_-*”



라는 미친 생각을 잠시 잠깐 하다가 다른 글들을 보았다.

제목에 "책..." 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저 정도는 돼야 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지.”



하고, 바로 마우스를 갖다 댔다.

그리고 죽 이어지는 글들...



책상에 엎드려서 개 흉내를 내 주세요. 

굉장히 좋아 하신답니다^^



“......”



“정녕 뇌이버 빠돌이들, 너희들이 이 엉아의 인내심에 장작을 

태우는 게냐? 뇌에 개념들은 탑재하고 다니는 거냐?”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제하고, 다시 침착하게 검

색어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검색창에 조그마하고 조심스럽게 검색어를 입력한다.



성인



“......”



“아 이런 미친...”



다시 황급하게 검색어를 지우고 다시 입력한다.



야동...



미안하다...그만하겠다-_-;;

다시 열심히 찾아보던 나는 매우 적절한 선물을 발견하고 기

뻐한다.

안마기!!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기쁨의 선물이도다...ㅠㅠ

아 물론 성인 안마기 같은 것은 아니었다...ㅡㅡ^

그래 내가 직접 가지 못하면 이 안마기로라도 아버님의 따뜻

한 등을 애무-_-; 아니, 두드려 드리리라!!

그리하여 황급히 쇼핑 사이트로 목적지를 옮겨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동 속도를 자랑하는 링크라는 이동 수단으로 쇼

핑을 하러 나섰다.

그렇게 한참을 가격과 성능 사이에서 고민해서 뇌가 탈색되

어 염색물이 필요할 때쯤 되자 적절한 것이 눈에 들어왔고, 

주저 없이 나는 구매 버튼을 누르고 결제를 완료했다.



그러나 곧 판매자가 사라지고 갑자기 내 돈이 증발하는...




그런 불상사는 물론 생기지 않았다-_-;;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쳐 놓고, 당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당일 날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경건히 목욕재계를 하고, 정

수를 떠놓고 신령님께 제사를 올린 뒤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도대체 전화를 하는데 저런 게 왜 필요한 건데?--?

라고 물으면 굳이 할 말은 없다-_-;;



어쨌든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를 꾸욱 누른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낭랑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전화를 받

으셨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예쁘고, 섹시한 여자로 부탁해요.”




“-_-여보세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 저에요.”

자칫 잘못하다 평소의 버릇이 나올 뻔 했다.-_-

아, 평소에 이상한 전화를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쿨럭;;



“어, 그래. 아침은 먹었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한결같은 공통적인 통화 대





“밥은 먹고 다니냐?”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당신이 밥을 굶고 다니는 한은 있어도 자식이 밥을 먹었는지

는 꼭 확인해야 한다는 그런 철두철미한 부정의 정신으로 항

상 식사 여부를 물으시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른다-_-;;

그냥 할 말이 없을지도-_-?

어찌됐든;; 



“예, 먹었어요. 오늘 아버지 생일이잖아요?^^ 아침에 미역국

은 드셨어요.”



드디어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 그래 먹었지. 아참, 그리고 안마기는 잘 받았다. 고맙게 

잘 쓰마.”

“예, 뭘요. 아참, 생일 축하 노래 불러드려야지.”

“돈 필요하냐?ㅡㅡ?”

“예...ㅡ_ㅡ^”

“가 아니라;; 불러드릴게요. 생일 축하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

으셨다.



“......그, 그래 고맙다. 너도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말끝을 흐리시는 아버지.



“예, 항상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이외에 몇 마디가 오고갔고 통화는 끊어졌다.

그냥 단순히 생일날 축하 노래를 불러드렸을 뿐인데...

어색하기만 한 아버지와 나...

그 동안 내가 그렇게 무심했었단 말인가?

안 하던 짓을 하면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는데...

정작 내가 그렇게 살아왔던 것일까?

솔직히 허리가 아프고 시큰거리실 때에도 좋은 안마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시면서도 또한, 충분히 살 돈이 있으시

면서도 그 돈 한 푼 아껴 자식 먹여 살리고 등록금에 보태느

라 정신이 없고, 또한 그 안마기가 생기면 자식이 손수 주물

러 주는 그 따뜻한 손길 느끼지 못할까 봐, 장만하지 않는 안

마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파왔다.

어쩌면 나는 굉장히 잘못된 선물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집에 직접 내려갔을 때 전기로 충만하게 충전

된 그 안마기를 벽 한 쪽에 두고 따뜻한 피로 가득한 내 손

으로 직접 이제는 많이 수그러든 아버지의 등과 허리와 다리

를 주물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욱더 전화도 자주 드리고 대화도 많이 나누

는 그런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드려야겠다.




“아버지가 니 친구냐?ㅡㅡ?”



...ㅡ_ㅡ^




그냥 편한 대화 상대가 되어 드려야겠다;;

그리고 전화에서 못 다 했던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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