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막을 올린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4명의 젊은 수학 천재들이 탄생하면서 국제 수학계의 이목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바로 필즈상 수상자들이다.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17년 대회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미르자카니 교수의 수상으로 대회 주최국 국가원수(박근혜 대통령)와 주최기관인 국제수학연맹 회장(잉그리드 도브시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 수상자가 모두 여성인 진기록도 나왔다. 또 브라질에서 나고 자란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장은 미주·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첫 필즈상 수상자가 됐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흠정(여왕이 임명)교수,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도 필즈상 수상자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기하학의 대가 미르자카니 교수=1977년 이란에서 태어난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의 대가로 꼽힌다. 200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클레이수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프린스턴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의 난제로 꼽히는 '모듈라이 공간'을 해석하는 데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모듈라이 공간은 대수적 다양체(다항식들로 이뤄진 방정식 해들의 집합)의 분류·성질·변형 가능성 등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 기하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모듈라이 공간은 그 복잡성과 비균질성으로 직접 연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미르자카니 교수는 끈기있게 이 문제에 천착해 모듈라이 공간에서 특정한 부피를 계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 이는 우주의 정확한 모양과 부피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브라질의 수학 천재 아빌라 교수=1979년생인 아빌라 교수는 브라질이 낳은 스타 수학자다. 2001년 브라질 국립순수응용수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로 귀화해 국적을 바꿨지만 브라질 수학계에서는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는 등 인기가 높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2010년 대회에서도 강력한 필즈상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상을 받았다면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됐을 것이다.
아빌라 교수는 동력학계(Dynamical System)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해냈다. 그는 동력학계의 다양한 층위 안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선택하면 안정적이거나 불규칙한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동력학계 움직임에 대한 통합 이론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물체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대수적 정수론 난제 푼 바르가바 교수=바르가바 교수는 대수적 정수론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끌어낸 인물이다. 1974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바르가바 교수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01년 프린스턴대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를 해결한 수학자로 유명한 앤드루 와일즈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특히 박사학위 2년 만인 2003년 29세의 나이로 프린스턴대 정교수에 임용돼 주목을 받았다.
바르가바 교수는 프린스턴대학원 재학 시절 2차 다항식 집합에 주어진 가우스(19세기 독일 수학자)의 연산법칙을 루빅스 큐브를 이용해 직관적인 방법으로 묘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발전시켜 가우스의 연산법칙을 더 높은 차수 다항식으로 확장해 13개의 새로운 연산법칙을 발견했다. 가우스 이후 200년간 이와 같은 3차 이상 다항식의 연산법칙이 존재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고차원 방정식의 선구자 헤어러 교수=197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헤어러 교수는 2001년 스위스 제네바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으로 건너와 현재 워릭대 흠정강좌 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헤어러 교수는 확률편미분방정식 연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미분방정식은 17세기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개발된 미적분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미래의 각 시점의 위치를 정확히 결정하는 것을 '결정적', 그 안에 임의성을 품은 것을 '확률적'이라 부른다. 헤어러 교수가 천착한 확률편미분방정식은 그러한 임의성 속에 2개 이상의 변수를 가지는 방정식이다. 여러 자연현상이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으로 기술될 수 있어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수학과 과학의 큰 목표 가운데 하나다. 그는 수학 외에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