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시는, 2010년대를 통틀어 최고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 행복했던' 분기는 언제인가요? 굳이 명작이 많았다거나 화제작이 많았던 분기(2007년 4월~7월 같은...)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애게 여러분들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엄청 소중했고 의미 있는 작품들이 방영되었고 그래서 행복했던 때를 여쭙고 같이 나눠보고 싶네요. 물론 '이러이러한 좋은 작품들이 방영됐던 이 분기가 최고였다!' 같이 객관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기를 꼽아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2015년 1분기와 이번 2016년 3분기가, 2008년에 오타쿠가 되고 난 후 최고의 분기였습니다. 15년도 1월과 4월 사이에
4월은 너의 거짓말 시로바코 유리쿠마 아라시 기생수 행복 그래피티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이렇게 봤었습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그 전 해인 14년도 10월부터 보면서 익히 감동을 받아왔던 터였고, 2쿨로 이어지는 1분기에서는 더 슬프고 먹먹해지더라고요. 시로바코 역시 1월부터 몰아봤는데 오타쿠로서 실제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이 어떤 고충을 갖고 일하는지 '가장 친숙한 방식으로' 알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인물들이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했었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는 11년도 '돌아가는 펭귄드럼' 이후 4년만에 돌아온(개인적으로 소녀혁명 우테나 이후 팬이 되었던)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제게 있어서 그 해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기생수 역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작 일본 만화였고, 원작을 엄청 재밌게 봤던 터라 너무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치유계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행복 그래피티도 훈훈하게 즐길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재인지라 신데마스도 '우즈키엘 헠헠' 하면서 봤네요. 정말 제 마음에 드는 작품들만 일부러 저를 위해 같이 방영해준단 착각마저 든, 제게 있어서 완벽한 한 분기였습니다. 아직 챙겨보지 못했지만 사에카노, 창궁의 파프너 EXODUS, 암살교실, 데스 퍼레이드, 순결의 마리아 등도 방영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1분기 작품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짱구 극장판: 역습의 로봇 아빠도 그때쯤 구해서 봤었고 너무 감동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이번 분기가 있는데,
러브라이브 선샤인 NEW GAME! 달콤달콤&짜릿짜릿 Rewrite 플라네타리안 91Days 아만츄! 이 미술부에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봤었습니다. 선샤인은 작년에 친구놈 설득에 럽장판을 보게 된 이후로 러브라이브란 컨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뮤즈가 갑자기 파이널을 선포하는 바람에(...) 입덕하자마자 아무것도 못 즐길 뻔 했는데, 후속으로 나타나준 아쿠아 덕분에 다시 러브라이브란 컨텐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취로는 스토리도 제게 있어 괜찮았고(선샤인 애니메이션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적지 않았는데, 저에겐 다행히도 전부 호였습니다.), 캐릭터들 매력도 터져서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을 잘 안 보고 일상물이나 치유물을 즐겨보는 난민인지라, 그리고 Key 社 작품이면 무조건 챙겨보는지라 이번 분기는 저에게 딱 구미에 맞는 분기였습니다. 뉴 게임과 코노비는 무난하게 제 취향인 작품이었고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판타지물일상물이었습니다. 각각 네네하고 우사미가 귀여웠어요! 달콤짜릿은 보면서 엄청 찡했던, 잔잔한 감동과 훈훈함이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딸을 혼자 키우는 선생님이 역시 집에 혼자 남겨지는 학생과 함께 밥을 만들며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서로 극복하는 과정이 정말 따뜻했고 그 사이에서 밥을 맛있게 먹는 츠무기가 너무 훈훈했습니다. 아만츄는 아마노 코즈에 작가가 ARIA 이후 내놓은 작품이었는데, 보려다 계속 졸게 되서(...) 감상을 못한 ARIA와는 달리 개취로는 더 활발한 텐션에 코믹한 장면들도 많아서 졸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고, 예전에 졸면서 느꼈던 작가 특유의 포근한 감성도 그대로 묻어나서 정말 너무 황홀했습니다. 치유계의 정석을 맛봤다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네요. Key 社 작품이 한 분기에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같이 방영된 것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Rewrite는 평가는 미묘하지만 개인적으론 어쨌든 콩깍지가 씌인 채로 잘 봤고, 플라네타리안은... 게임을 09년에 한 이후로 애니메이션 나오는 걸 보는 게 오랜 숙원이었는데 올해 이 분기에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게 제게 이미 너무 큰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메미를 본 순간은... 오덕 인생을 통틀어서도 제일 대단했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작품 자체도 원작을 존중해서 재해석 없이 그대로 옮겨준 제작진이 고마웠고, 그대로 옮겨준 자체만으로도 원작에서 느낀 감동의 해일이 처음 본 그때처럼 물밀듯 몰려오더군요... ㅠㅠ 마지막으로 91Days는 제가 잘 안 보는 장르였지만, 1화만 시험삼아 보다가 몰입도가 엄청나서 지금까지 보고 있습니다. 진짜 의외의 발견이었고, 웰메이드 느와르입니다. 아직 챙겨보지 못했지만 오렌지, 배터리, 모브사이코 100, 한다군, 리라이프, TOJ 등도 좋은 평가를 받는 중입니다. 만약 '너의 이름은'하고 '목소리의 형태'까지 한일 동시개봉해서 이번 분기 안에 감상할 수 있었다면 제겐 이번 분기가 단독으로 최고일 텐데... 아깝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