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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소녀(들)(자작-과거)
게시물ID : readers_4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0
조회수 : 2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6 23:41:59

 내가 언제쯤 그애의 집에서 자게 될까?

 

생각해봐.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하면서 수지가 물었을 때. 난 살짝 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궁금하다기 보다는 뭐랄까, 좀 짜증이 났어. 너도 알지 그기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요즘 수지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 그애가 빠진 적이 있었느냐구.

 

그래서 난,

 

-야 너...또.

-아니, 걔 말구. 쟤 있잖아, 쟤.

-걔 말구, 또 누구.

-저기 걔...있잖아, 걔....아, 이름이 뭐더라?

  저기...음...아, 미치겠다. 걔 방 진짜 이쁜데.

-아,예 또 뉴페이스 등장이신가요, 너도 참 대단 하다.

-아...잠깐만....아이,씨....저기 걔...아, 너 몰라?

 구두도 이쁘잖아, 왜.

 

내가 알리가 있겠냐구. 그래 내가,

 

-아, 누구!

-저기...음,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지?

 아, 왜 걔 있잖아. 머리 색깔 이상한 애.

 

아, 이건 또 왠 양아친가 싶어서,

 

-아, 뭐야. 너 요즘 짱깨 만나니?

-아니, 아니야. 잠깐 있어봐. 여자애야.

 

어머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서 아이스크림 통에 숫가락을 꽂은 채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아, 맞다. 생각났다. 생각났다.

 쟤 있잖아 빨강머리앤!

 

흠, 빨강머리 앤? 빨강머리 앤, 주근깨 빼빼마른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그렇구나.

그래 나도 느껴 내 인생이 변하고 있다는 걸 말야.


+++++++++++++++++++++++++++++++++++


우리반에 그 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얇게 화장을 하고 다녀.

 

매번 볼때마다 신기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들키지 않는 게 더 신기해,  선생들에게.

 

어느 날 내 체육복을 빌려가 놓구선 글쎄 파운데이션을 잔뜩 발라 놓은거야, 글쎄 파운데이션을.

 

근데 좋더라. 그 냄새. 파운데이션 냄새.

 

엄마한테는 말 안하구 바로 명동으로 사러 갔어, 그 거. 그 냄새나는 파운데이션.

 

근데 없더라. 그거 없더라. 그 냄새 나는, 그 파운데이션. 그거만.

흥. 흥. 이제 겨울도 끝나가서, 다들 잘 다니는데, 다들 화장 뽀샤시 잘도 하고 다니는 데, 그거만 없더라. 그거. 그 파운데이션. 그 냄새나는 파운데이션.

 

화장품 가게 오빠도 몰라. 그거. 그 파운데이션

혹시 이런 싸구려 가게에는 없는거 아닐까, 그, 그 냄새 나는 그거.

그 파운데이션.

 

그런거 같았어 걔 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걸 그 화장이랑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닌거 같았어 그러지 않구서야 선생들 눈에도 안 걸리게 그렇게 화장을 할 수가 없을 걸 그건 정말 전문가용인거 같았어 따른 애들도 그랬는걸 그건 아무나 하는게 아닌거 같어 흥흥 그래서 내가 찾을 수 없는 걸 

 

이 명동바닥에서 그 냄새가 나는 건 걔 밖에 없을거야.

 

공부는 잘 못하지만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지만 성격도 별로 안 좋아 보이지만 이쁘고 머리도 길고 옷도 잘입고 화장도 잘하고

 

이 명동바닥에서 그 냄새가 나는 건 걔 밖에 없을거야.  


++++++++++++++++++++++++++++++++++++


 유치하지만 부럽기도 해.

우리언니가 만나는 사람 내가 말했었나?

그래, 그 아직도 여드름 나는 그 사람.

 

어느날 그러는 거야.

음, 그게, 그게 말이죠....오늘 밤에 보니깐 아직도 달무리는 있는데 안개가, 안개가....뭐랄까 부드럽게 끼어 있더라구요. 그러고 보니깐 날씨가....음...뭐랄까 많이....음....따뜻해 졌어요. 아, 그러고 보니 가까이 있는 풀들이 푸르스름 한게....

아, 이제 봄인가 봐요.

 

아, 아! 쟤 운데요. 너무 좋아서 운데요!


++++++++++++++++++++++++++++++++++++


 결국 못 참고 새벽 한시에 라면을 먹어 버렸어.

뭐, 야식배달은 결국 꿈만 같았고, 다이어트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

냉장고에서 사과는 지속적으로 썩어가고 있었고 말이지.

근데 편의점 알바가 입은 보라색 티셔츠가 은근히 좋아서 난 와인도 한 병 더 골랐어. 치즈는 뭐가 좋을까 고민하면서.

난 오늘 밤하늘이 보라색이라는 것을 깨닳았거든.

한 때 기다리던 그 보라색은 결국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지만 말야.

칸막이가 이어진 인공적 그 공간에 형광등은 정없이 내 얼굴을 비췄고.

 근데,그건 나의 말.

 근데 밤에 이렇게 일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네?

 밤에 일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시냐구요.

 아, 뭐. 별로.

자세히 보니 알바는 수염이 기웃기웃 자리잡고 있었어.

좀 멋있더라구.

 뒤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흰 셔츠가 있었고 말이야.

나에게 말했지. 지금의 너는 새벽 한 시에 라면을 사러온 애 치고 화장도 좋고, 옷도 괜찮아.

 음악이, 나는 또 말을 걸었어.

음악이 좋네요, 뭐예요?

 몰라요, 라디온데.

 퍼펙트데이.

 네?

 루리드 퍼펙트데이.

 아. 알바가 말했어.

 아, 전 팝송은 몰라요.

 아, 그래요?

 락인가요?

 음....아니요.

 여자친구는 빅뱅을 좋아해서 저도 빅뱅을 들어요.

 그렇구나. 우연은 없어. 우연은 없는거야. 하지만 난 드라마를 즐겨봐. 그 때문일까. 항상 이런일이 벌어지곤하지.

 난, 난 결국 못 참고 새벽 한시에 라면을 먹어 버렸어.

  한때 그리던 보라색은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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