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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연애 튜토리얼 3
게시물ID : animation_3970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작익락
추천 : 2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23 00: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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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유민이의 나이를 스물한 살로 수정하였습니다.

글쓴놈이 영 시원찮아서, 계속 앞부분을 고치게 되는군요. 읽는데 불편 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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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추가 파트
-3편에 쓸까 하다가, 2편 끝부분으로 썼습니다. 수정 전 2편을 먼저 읽어주신 분들은 본 부분부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2편 끝에 추가해놓았으므로, 따로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연극은 신파풍의 흔한 로맨스 연극이었다. 평소 연극에 관심은 있었지만 보러 갈 사람이 없었던 유민에게, 그것은 특별하고도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선배를 의식하며, 3일동안이지만 선배가 그의 연인이라는 점을 때때로 떠올리며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연극 이후에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분위기 좋은 칵테일 바…… 선배는 그보다 불과 한 살 더 많을 뿐이었지만 데이트에 관해서는 도사에 가까웠다. 그녀가 이끄는 곳은 유민에겐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헤어져야 할 시간. 그들은 서로 손을 깍지낀 채 나란히 선배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벌써 열두 시 가까운 시간이라 도로에 사람들은 많이 줄었고, 넓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만 들려왔다. 유민은 그곳이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그의 인연 10년치를 바쳐 만들어낸 3. 온전히 그를 위한 시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선배.”

?”

고마워요.”

?”

아니, 그냥. 오늘 이렇게 즐거운 장소에 데려다주신 것도, 저하고 같이 걷고 있는 것도그냥 전부 고마워요.”

“…뭐야, 새삼스래.”

선배를 고개를 푹 숙였다. 어느새 정류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민은 저도 모르게 미적미적 걸었다. 마음같아선 좀 더 있자고, 요 앞 카페라도 좋으니 들어가서 무슨 얘기라도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비록 3일 뒤엔 사라질 시간이라도, 유민은 선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이제 가세요?”

…”

선배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좀 슬픈 듯도 보였다. 유민도 아마 그런 표정이었을 것이다. 슬픔이라기보단 아쉬움에 가깝겠지만.

유민아.”

?”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선배가 잡았던 손을 풀고, 가방 속을 주섬주섬 뒤졌다. 잠시 후 선배는 유민의 손에 자그맣게 포장된 빨간 상자를 쥐어주었다.

이게 뭐예요?”

유민은 위화감을 느꼈다. 선물인데, 게다가 선배한테 난생 처음 받는 선물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1주년 선물.”

선배는 지친 표정이었다.

그리고 우리이제 그만하자.”


 

3.

 

소녀, 자칭 사랑의 천사가 유민의 자취방을 찾아왔을 때, 유민은 이미 구겨진 종이쓰레기 같은 상태였다. 방 안은 대충 먹고 던져버린 컵라면이니 휴지뭉치니 널부러놓은 옷가지로 정신없는 상태였고, 유민은 적당히 안락한 구석에 찌그러져,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상태였다.

왔냐.”

히익.”

고개를 든 유민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땀내인지 홀애비냄새인지, 소녀는 자신의 후각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소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미 상부에서 유민의 상황은 전해들은 바였다.

“…에헤헤, 유민 씨.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긴 씨벌, 할 말이 따로있지. 유민은 당장 나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을 꾹 눌러두었다. 이런 좃같은 상황에서도 도덕심이라니, 호구새끼가 따로 없었다.

어젯밤 이후로,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선배에게 이유를 물어도 말해주지 않았으므로, 눈앞의 천사는 크림치즈와플만 축낼 줄 아는 무능력한 축생이었으므로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료가 너무 부족했다. 그가 체험한 선배와의 시간은 고작 하루 뿐이었다. 그가 하룻밤 내내 생각해서 얻은 추측이라곤 하나뿐이었다. 이 시간대의 그가 선배에게 몹쓸짓을 했다. 그래서 선배가 빡쳤다. 빡치고 빡쳐서 결국 이별 선언을 했다!

그는 그의 명석한 두뇌에 감탄했다. 참으로 상황 이해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추측이 아닐 수 없었다. …, 추측의 재료가 아주 없진 않았다. 어제가 1주년이었고, 유민은 그걸 전혀 몰랐다. 평생 모쏠에 연애고자인 유민도 기념일 문제가 연인들의 흔한 싸움의 원인 중 하나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선배가 이별을 선언했다곤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 천사.”

“..?”

뭐 아는 거 없냐?”

“….”

“…너희는 씨발, 진짜 도움이 안되네.”

“...아니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긴 한데, 저번에 말씀 드렸다시피 저희가 할 수 있는건 결과의 인과율을 약간 비트는 것뿐이라 자세한 사항은…”

아니까 좀 닥쳐줄래.”

.”

어쩌면 그럴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세계가 가장 그럴듯한 방식으로 그와 선배가 이어진 세계라면, 지금의 결과가 그와 선배가 이어졌을 때 가장 일어날 법한 결과일지도.

아니, 그렇다 쳐도 최소한 3일동안이니까,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즘으로 해줘도 됐을 거 아냐? 저 천사인지 뭔지는 그렇게 엄청난 비주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정도 일도 못 하는 건가? 그래서 지금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해야 할 내 3일을 이렇게 죽쒀놓는거고?

시간의 인과율까지 비틀 수 있는 자칭 천사는, 지금 탁자 앞에 앉아서 콩벌레마냥 쭈그러든 채 그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눅든 목소리로 한 마디 톡 던졌다.

“…이해가 안 돼요.”

뭐가?”

유민씨는선배하고 사귄지 고작 하루밖에안 지났잖아요. 게다가 이건 그냥 체험일 뿐이고, 아니 고갱님의 체험이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유민은 천사를 쏘아봤다. 입 안에서 뱉고 싶은 말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저 예의 없는 천사에게 인간의 상식이란 것에 대해, 타인에 대한 존중에 대해 뼛속까지 새겨주고 싶었다. 그렇지만그냥 집어삼켰다.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지쳐있었고, 짜증났다.

“…니가 뭘 알겠냐.”

인간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어떤 건지, 누구를 짝사랑한다는 것의 무게가 어느 정돈지.

 

 

 

그가 선배를 처음 의식한 건 대학교 신입생 시절. MT에 갔을 때였다. 추가 합격 통보를 뒤늦게 받는 바람에 OT에도 참석하지 못한 그는 MT에 가서도 말을 터놓은 사람 하나 없었고,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있었다. 안녕, 하하 안녕. 어색한 인사가 오가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익숙하지도 않은 응원가를 부르고, 어색한 춤을 췄다. 술자리에 이르러 맛도 없는 술을 술게임에 걸려 억지로 들이키고 나선, 화장실에서 거하게 토를 한 번 했다. 그리곤 그대로 몰래 건물을 나와버렸다.

그는 건물 뒤편 벽에 쭈그려 앉아 멍하니 새까만 밤하늘을 바라봤다. 하얀 입김이 허공에 흩어졌고, 입안에선 역겨운 알코올 맛이 감돌았다. 꿈꾸던 대학에 왔으면 좋아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원하던 대학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다.

자리 있니?”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는 흠칫 놀랐다. 부회장이랬던가? 낮에 신입생들에게 환영 인사를 하던 회장 옆에 있던 여자 선배. 그때도 회장 옆에서 참 작은 사람이다 싶었는데, 밤중에 가까이서 보니 더 콩알만했다. 콩알만하고굉장히 귀여웠다.

잇차.”

선배는 그의 옆에 똑같이 쭈그려 앉아, 말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유민은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해, 괜히 애먼 별만 뚫어져라 쏘아봤다.

여기서 뭐 해?”

그러게요. 여기서 뭐 하고 있을까요. 선배는 손가락을 카메라 렌즈 모양으로 만들어서는 밤하늘을 향해 쭉 내밀었다. 한쪽 눈을 감고 손가락 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선배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샜다.

별 좋아해?”

?”

별 말야. 반짝반짝 별.”

“…글쎄요.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선배는 그의 김새는 반응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늘을 바라봤다.

난 좋아해.”

가끔 그럴 때 있잖아, 뭔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을 때.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질 때. 그럴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 봐. 그러면 반짝이는 별빛들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한가?”

그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수십억 년동안 반짝이는 빛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그의 고민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선배가 그의 손등을 꾹 눌렀다.

있잖아,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오늘이 아니라, 언제라도 괜찮으니까. …… 이거 줄게.”

선배는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레몬맛 사탕이었다.

우울할 땐 단 걸 먹으면 좀 낫잖아. …나만 그런가?”

멀뚱히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를 보며,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뇨.”

저도 이제부터 그렇게 될 것 같아요.

“…, 고맙습니다. 선배.”

에헤부끄럽게.”

선배는 볼을 긁적였다. 유민은 순간 선배의 머리를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물론 그런 일을 할 용기는 없었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밤하늘을 쳐다봤다.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쭉 선배를 좋아했다. 운 좋게도 선배와 수업이 겹친 덕분에 옆자리에 앉는 날도 있었고, 공강 시간이 겹치면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친구처럼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점차 가까워져, 어느 날에는 서로 손을 마주잡고 캠퍼스를 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용기는 없었지만 말이다.

선배가 같은 과 동기인 성현과 사귀기 시작했다고 들은 것은 그로부터 약 네 달 뒤, 7월 이맘때쯤이었다. 그는 선배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선배가 조금쯤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을 거라고 여겼던 자신이 쪽팔렸고, 비참해졌다. 그는 선배에게 가서 따지거나 여전히 친구처럼 지내는 대신, 잠적을 택했다. 과방엔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2학기는 선배가 듣는 강의를 최대한 피해서 신청했고, 가능하면 과 사람들과도 겹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배는 그의 마음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인연 10년을 바쳐서 단 3일이라도 선배와 연인이고 싶을 정도로. 그게 이런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끝날 줄은 몰랐지만.

 

 

“….”

?”

너같으면 어떻게 하겠냐?”

….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다?”

말이 되는 소릴.”

본사에 항의해서 한 번 더 서비스를 받는다?”

“……그렇게 되냐?”

, 아뇨아마 돼봤자 지금하고 똑같은 세계로 오실 것 같은데…”

진짜 도움이 안 되네. 그는 천사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금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래, 어차피 이건 다 환상이지. 3일 뒤면 사라질 현실이다. 비록 내 10년치 인연이 사라지긴 하겠지만, 지금껏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게 뻔한데, 그게 내 인생에 1이라도 영향이나 끼치겠어? 그냥 이대로 이틀동안 쭈구려 살다가, 체험 종료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 살던대로 살면 그만이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히히덕대면서 말야.

물론 그러긴 싫었다.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선배하고 맺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3일이다. 일 분 일 초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았던 선배의 그 표정. 그런 표정으로 이 체험을 끝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 그래도 1년이면 오래 버텼네요. 보통 처음 연애하는 커플들은 막 100일도 못 가서 깨지고 그런다던데.”

저 눈치없는 천사는 도움은커녕 속만 박박 긁어놓고 있었다.

잠깐. 1?

유민은 핸드폰을 집어, 오늘 날짜를 봤다. 16723... 그는 벌떡 일어섰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걸 왜 지금까지 몰랐지?

? 유민씨?”

유민은 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연애 체험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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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저는 더이상 주인공이 부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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