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썰을 풀어야 될지 ㅎ 고민게시판에 남겨야 하나 고민좀 했읍니다.
일단 저는 결혼 정보 회사 같은데서 신랑감 순위에 들어가는 피, 안, 성 or SKY 계열 의사도 아닌 어찌보면 의학계의 3D업종인 과의 전문의입니다.
동기 들에 비해 나이도 많아요. 심지어.
사회생활도 몇년 했고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해서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저같은 분들 많아요 요즘.
사실 처음 공부 시작할때 집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1년 정도 피똥 싸가며 (비유가 아니라 진짜 정신병 생기는 줄 알았읍니다.) 공부해서 의대에 들어갔어요.
공부 할때는 벌어 둔걸로 그럭저럭 지냈는데.
ㅋ 등록금이 ㅋㅋㅋㅋ.
좀 오래되서 기억은 잘안나는데 대강 한학기에 400정도 했던거 같아요.
평균 400 잡고 x12 한 5000 정도 매학기 책값이 한 100정도 해서 순수 학교에 들어가는 거만 6000. 먹고 살아야 되니 (지방대, 자취 크리) 해서 6년 동안 한 1억은 쓰지 않았을까요.
지금 후배들은 몇억씩 들겠죠. 벌써 20년 다돼가니.
근데 그때는 진짜 돈이 없었음. 과외 미친듯이 해도 등록금이 빠듯함. 와이푸가 벌어오는건 애기한테 다들어가고.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암담했어요. 와이푸랑 돈. 그놈의 돈 때문에 끌어안고 같이 엉엉 운적도 있음.
그러고 졸업하니 성적이 좆망. ㅋ 뭐 원래 공부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변명일지도 몰겠읍니다.
그래도 인턴, 레지던트 생활 열심히 활기 차게 해서 나름 칭찬도 듣고 생활 잘 했어요.
사병으로 군대 갔다와서 군기맨이란 말고 들었고. (의학계가 군대 비슷한 면이 좀 있어요. 인턴때는 완전 이등병 수준)
지금 레지던트들 연봉 대강 한 평균 3000정도 될거에요.
그때는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많이...많이 적었어요.
전문의 따고 지금은 솔직히 조금 안정은 됐어요. 페이닥터로 한달에 천 조금 넘게 버니까요.
그래도 아직 전세...빚이 쫌 많이 있어서. 의대생활 6년 인턴, 레지 합이 5년, 펠로우 2년 총 13년, 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면 빚없이 살수가 없음.
의사가 모두 부자는 아니죠. 제 주위에도 집안 형편 안좋은 사람들 많아요.
지금 제가 많이 버는거 솔직히 감사하며 살고 있긴 합니다만.
부당한 방법으로 버는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환자의 치료 방침으로 제약회사의 로비가, 병원장의 입김이, 건보공단의 압박이( 아 이건 좀 신경쓰긴 합니다. ㅋ 신경안쓰면 좆망이라) 내 선택의 기준이 될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전 전문의 니까요.
누가 쥐랄을 하든 비난을 하든 욕을 쳐하든. 히포크라테스가 머라고 하든. 제가 도덕적으로 인격자든, 위선자든, 다 필요없고 내 환자는 내 의학적 지식( 맨날 바뀝니다. ㅡㅡ;;; 이제는 공부 그만 할줄 알았는데 ) 으로 치료하는 겁니다.
그게 지금까지 포기 하지 않고 이 길을(바닥에서) 걸어왔던(버텨왔던) 제 마지막(이거라도 없음 진작에 때려쳤을) 자존심입니다.
이렇게 해도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병원에다가 제가 월급받을 만큼의 수익은 벌어다 줬으니 당당할수 있었읍니다.
근데 요즘 의료계의 현실을 보니 이런 자존심 접던지 아님 다른 선택을 해야 할거 같습니다.
필리핀 의사 농담들 많이 하시죠. 수입해야 된다고. ㅎ
전 반대로 까딸로그어 배우러 가야 될거 같아요. 필리핀 진출. 두둥.
필리핀 의사들도 지금 저희만큼 벌더군요. 물가는 저희나라 70%쯤 되는데.
요즘 오유에 의사분들이 부쩍 글들 많이 올리시죠. ㅎ
오유를 알정도면 젊으신 분들이고 당신도 오유인 저도 오유인, 그들도 오유인.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들 모두 어그로꾼 이나 선동질하는 일베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현실을 아는 법입니다.
고깝게 들리더라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자료라도 좀 찾아보십시요.
지금의 의료현실이 어떻게 변할려고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