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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공포 같아서 올림
게시물ID : humorbest_3968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뛰어넘자
추천 : 69
조회수 : 12814회
댓글수 : 7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0/17 11:05: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0/16 23:48:45
오늘, 그러니까 10월 16일 오후 4시. 난 모처럼의 소개팅에 잔뜩 들떠 홍대로 룰루랄라 씐나게 나갔음.

약속된 장소 카페에 먼저 도착해 내가 젤 좋아하는 녹차라떼를 먼저 시켜 마시면서 오늘의 소개팅녀를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었음. 제발 이번 소개팅은 제대로 좀 걸렸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문자가 옴. 소개팅녀님. 지금 카페 앞이니 곧 들어가겠다고 함. 쫄아드는 심장을 움켜쥐고 카페 입구만 바라 봄. 갑자기 한 여자의 실루엣과 함께 문이 열리고 어떤 여자가 들어섬.

오우.

소개팅 주선한 친구새끼 말대로, 참으로 뚱뚱빵빵하고 글러머거스한 몸매의 한 여인이 두리번 거리며 들어옴. 똥 밟았다 싶은데 단칼에 날 알아보고 성큼성큼 걸어옴. 도망도 못가고 그냥 서서 인사하고 자리 앉았음.

가벼운 자기 소개가 있었음. 소개팅녀가 자기 소개를 하는데 왠지 자신감 만빵임. 박사 과정 밟고있고 정치외교학 전공임. 교수나 정당인이 되겠다고 함. 아예...그러고 그냥 뻘쭘히 있었음.

갑자기 눈빛이 매서워지더니 나한테 자기가 맘에 안드냐고 물음. 아니요...라고 거짓말 하고 싶은데 솔직히 한번 보고 말거 솔직히 말하자는 용기가 생김. 사실 요즘 여자들 이래저래 꾸미고 자기관리 하는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쪽분은 너무 공부만 열심히 하신것 같다고, 조금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해보세요 라고 빙빙 돌려 말함. 걍 한마디로 너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얘기였음.

소개팅녀 잠시 말없이 앉아 있더니 벌떡 일어남. 기분 나쁘니 먼저 가겠다 함. 아이쿠 그러세요 안녕히 가세요 하고 보내줌. 잠시 앉아 있다가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문자가 옴.

기분 나쁘다 함. 초면인데 너무한것 같고 상처 받았다 함. 아직 근처에 있으니 화해의 의미로 술이나 한잔 사달라 함. 나 빡침. 내 시간과 돈은 너무 소중함. 서로 맘에 안들면 여기까지가 인연인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답문 날리고 집에 감.

피곤해서 아이폰 진동모드 해놓고 쳐잠. 11시에 눈떠서 휴대폰 봄.

헐.

문자 31통 옴. 다 욕설임. 제일 무서운건 자기 사시 볼건데 패스하면 나부터 잡아 넣을거라고 함. 내 이름 직장 휴대폰 번호 다 알고 있으니 시간 문제라 함. 자기가 살면서 지금껏 당했던 수모중 가장 치욕스럽다 함. 목숨을 걸고 내 인생을 파탄 내겠다고 함. 마지막 문자는 이렇게 옴.

'왜 인간이 자유를 갈망하는지 곧 몸으로 느끼게 될거다'

헐. 이거 무슨 의미임? 감방에 쳐넣겠다는거임? 지금 30분째 부들부들 떨다가 오유에 한번 올려봄.

나 좀 살려줍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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