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최강 클린업 트리오 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상당수 팀들이 내로라하는 강타자들로 강력한 중심타선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클린업 트리오 전쟁이 예고된다.
▲ 삼성-넥센-한화 3파전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2011년에 비해 모든 타격 지표가 상승했다. 시즌 초반 팀 전체 흔들릴 때 분투한 이승엽이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박석민이 타율 3할1푼2리 23홈런 91타점으로 든든히 뒷받침했다. 2011년 홈런-타점 타이틀을 차지한 최형우가 타율 2할7푼1리 14홈런 77타점으로 성적이 떨어졌지만 후반기에는 해결사 본능을 자랑했다. 세 선수 모두 125경기 이상 출전할 정도로 내구성도 좋았다. 올해 최형우가 반등한다면 위력이 배가 될 수 있다. 넥센도 이른바 'LPG' 클린업 트리오로 무장했다. 특히 박병호와 강정호는 지난해 나란히 20-20 클럽에 가입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133경기 모두 개근한 박병호가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으로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MVP를 차지했고, 강정호도 타율 3할1푼4리 25홈런 82타점으로 리그 최고 유격수 면모를 자랑했다. 관건은 주장 이택근. 지난해 94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 8홈런 55타점으로 다소 기대에 치지미 못했는데 그가 살아나면 명실상부한 최강 클린업 트리오 구축이 가능하다.
전통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한화도 올 시즌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타율(0.363)·출루율(0.474) 1위를 차지했던 김태균이 3번 타순에 전진 배치되는 가운데 김태완-최진행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김태완은 2008~2009년 2년 연속 23홈런을 치고, 2010년 출루율 4위(0.418)에 오르며 정확성과 파워를 두루 겸비한 강타자.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최상의 몸 상태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타율 2할4푼8리 17홈런 55타점으로 아쉬운 성저을 낸 최진행의 활약이 최대 관건이다.
▲ KIA-두산-LG 추격전
KIA는 이름값만 놓고 보면 리그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자랑한다. 이른바 'LCK'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2009년 타이거즈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고, 이범호는 2011년 전반기 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고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뭉치지 못했다. 지난해 최희섭이 80경기, 이범호가 42경기, 김상현이 32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소 100경기 이상 다 함께 나와야 클린업 트리오 구축이 가능하다. 부상 탈피와 체력 강화가 절실하다.
홍성흔이 돌아온 두산도 중심타선이 파워가 한층 세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김현수-김동주를 홍성흔이 뒷받침한다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김현수가 지난해 타율 2할9푼1리 7홈런 65타점으로 저조한 성적을 냈고, 김동주가 어깨 재활로 고생한 2006년에 이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적은 66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 2홈런 27타점에 그쳤으며 홍성흔이 잠실구장에서도 롯데 시절 만큼 장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동주와 홍성흔의 포지션 중복 문제도 해결해야 할 딜레마.
LG도 중심타선의 장타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응집력으로 따지면 뒤질게 없는 팀이다. 지난해 정성훈(0.310)·박용택(0.305)·이진영(0.307)·이병규(0.300) 모두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4번타자를 맡은 정성훈은 팀 내 최다 12홈런을 쳤고, 박용택도 11홈런과 함께 팀 내 최다 76타점·30도루를 추가하며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다만 확실한 장타자가 없다는 게 아쉬운데 정의윤이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오른손 거포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 롯데-SK-NC 약세
2010년에만 하더라도 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로 이어지는 공포의 '홍대갈 트리오'를 자랑한 롯데였지만 이제 그들 중 롯데에 남은 선수는 없다. 지난해 최다안타(158개)를 친 손아섭을 필두로 전준우와 강민호가 4번 타자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강민호가 포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7홈런 38타점으로 부진했던 전준우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 2군 78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0홈런 65타점 21도루를 기록한 김대우도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점검받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도 중심타선에 대한 고민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타율 3할 26홈런 84타점 20도루로 활약한 최정이 건재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불투명하다. 지난 2년간 2할5푼대 타율과 12~13홈런 그리고 60타점 미만에 그친 박정권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중심타선의 경쟁력이 생긴다. 지난해 4번타자 이호준이 FA가 돼 팀을 떠난 만큼 새로운 타자도 찾아야 한다. 이재원마저 손목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조인성·안치용 등 베테랑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신생팀 NC도 중심타선을 꾸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FA로 영입한 4번타자 이호준의 가세로 어느 정도 구색 갖췄지만 나머지 자리가 확신을 갖기 어렵다. 지난해 2군에서 타율 3할3리 16홈런 67타점 29도루로 남부리그 홈런·안타·타점·도루·장타율 1위를 휩쓴 나성범이 3번타자로 각광받고 있지만 냉정하게 볼 때 아직은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백지 상태의 신인이다. 5번 타순도 모창민·조영훈·조평호 등이 3자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 하지만 이들도 1군에서 3할 타율 또는 10홈런 이상을 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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