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21살 대학생이다.
단지 여자가 주위에 거의 없을뿐인 아주 평범한 남학생이다.
내가 생긴게 이상한건 아니다.
엄마도 항상 날 잘생겼다고 칭찬해주시고 엄마 친구들도 항상 나만 보면 '우와 아들이 엄청 잘생겼네~' 하신다.
외모문제는 둘째치더라도 난 여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남자들은 엄청나게 편하다. 동기들은 물론 선배나 후배들도 전부다 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
물론 남자에 한해서만.
남자들 사이에서는 개틀링건이 되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물총이 되버리고 마는 내 주둥아리 ㅠㅠ
그런고로 대학교 다니는 2년동안 여자는 하나도 안 생기고
데이트 비용은 거의 나가지가 않으니 꾸미는 비용만 늘어가고 겉모습만 점점 성장해가는 나날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여자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웃긴대학'이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내가 중학교때 엄청 웃긴사이트가 있다고 친구가 소개 시켜줘서 처음 시작한 사이트다.
물론 제대로된 아이디가 있긴 하지만, 몇년째 쓰지 않은 유령 아이디이다.
주위에선 웃긴대학을 하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는 것 같지만 난 그렇지 않다.
요즘엔 드립이 또 빵터지는게 많아서 드립을 보는 재미에 웃대를 많이 간다.
그런데 이 웃대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웃대인은 절대 여자친구가 생길리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이=솔로인생 인 것이겠지
이런 내가 언젠가 여자친구가 생길 날이 올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버스를 탄다.
월요일에 강의가 끝나는 날이면 언제나 이렇게 버스엔 사람이 밀린다.
월요일, 강의가 끝나는 시간은 4시
레포트도 있고 일주일이 시작하는 날이니 술을 먹기도 껄끄러워 그냥 집으로 바로 가버린다.
네시정도엔 중고등학생들이 거의 끝나는 시간이다.
통학하는 중고딩들은 모두 나랑 같은 버스를 타나 보다 ㅠㅠ
이렇게 밀리는 시간대에서 운 좋게도 한자리가 비었다!!!
뒤에 고등학생들이 맘에 좀 걸리지만 아싸 땡잡았다
내가 앉자마자 직장으로 소화된 물체들이 밀려오듯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후. 다행이네 자리를 잡아서, 아님 오늘도 스마트폰을 못하고 20분을 멍하니 있을뻔했다.
웃대를 보기 위해 한달치 알바비를 전부 지른 최신 핸드폰, 아 정말 자랑스럽다.
이 자랑스러운 핸드폰으로 웃대를 한다는 것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정말 웃대를 하기위해서 이 핸드폰을 샀다.
예전에 쓰던것은 너무 느려서 감질 맛이 났거들랑
난 간지나게 스마트폰을 제꼈고 손에 붓을 쥔듯 즐겨찾기 사이트로 지정되어 있는 웃긴대학 사이트로 들어갔다.
행복한 유머 웃긴대학에 오셨습니다 라는 문구가 나를 반긴다.
이제 이 행복한 유머를 온몸으로 느낄 차례다.
게시판에서 하도 눌러서 닳고 닳은 웃긴자료 게시판을 클릭한다.
가장 위쪽에 있는 자료를 클릭한다.
본다.
...
실망스럽다.
웃대인들의 추천을 40개나 받아서 겨우 겨우 웃긴자료로 온 자료가 겨우 이딴 쓰레기란 말인가?
당연히 욕이 써져있을 댓글 쪽으로 내려 갔고
욕이 써져있을 베스트 댓글엔 갑자기 뜬금 없는 순수한 개그가 튀어나왔다.
순수美술 : 니마 배꼽 좀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 하마터면 버스 안에서 빵 터질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악 물어가며 웃음을 참고 있는데 옆에서 끅끅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옆에 있던 여고생이 미칠듯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하지만 격렬하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허파가 견디지 못했는지 끅끅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을 더욱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위에 하나도 재미없는 자료를 보고 허파를 진정 시켰다.
그렇지만 내 허파와는 별개로 옆에 여고생의 허파는 너무 격력한 운동에 존재 자체 위험을 느끼는 듯 하였다.
여고생은 앞에 손잡이를 미친듯이 쥐어짜고 있었고 옆에서 나는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이 장면대로 웃대만큼이나 웃긴 것 같았다.
나는 웃대를 잠시 접어두고 여고생이 웃음을 미친듯이 참는 장면을 감상하였다.
"...끅 끅 끅... 큭.... 풉..... 끅.... 휴우~"
진정이 됬나 보다... 쳇.. 가소로운 닝겐 주제에...
어이 없는 원망을 하고 다시 눈길을 웃대에 향했다.
그런데 이 여고생은 더 이상 안 볼줄 알았더니 계속 쳐다보는게 아닌가?
웃긴부분에서는 같이 웃음을 참고 혀를 찰만한 부분에선 같이 혀를 차고 그러는 사이 묘한 동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혹시 이 여자아이도 웃대인인가?'
하지만 웃대를 하기에는 너무 외모가 가소로웠다.
김태희나 이민정 정도는 되야 웃대를 해도 이해가 될텐데 겨우 박보영 좀 닮은 정도에 외모였다.
'웃대인 일리가 없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웃대를 보고 있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내가 내릴 정류장에 다 와있었다.
나는 같이 보고 있던 옆에 여고생을 말끔히 무시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내릴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여고생도 같은 정류장인것 같았다.
같이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별로 사람이 내리지 않는 정류장이라 기사님 눈치를 보며 벨을 눌렀다.
일어나서 보니 내리는 사람은 나하고 그 여고생뿐인 것 같았다.
나는 간지나는 웃대인 답게 자리를 조금 배려해주었고 시크하게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여고생은 분명히 나의 시크한 배려에 반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말을 걸겠지
"저기요~!"
말을 걸겠지 ㅋㅋㅋㅋㅋㅋ 아나 ㅋㅋㅋ 상상만 해도 즐겁네 ㅋㅋㅋㅋ
"저기요오~~~~"
아 물론 고백한다면 조금 생각은 해봐야겠지만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여고생하고 사귀면 범죄인가?
"저기~!"
이런 쓸데 없는 걱정들은 절대 나한테 일어나지 않겠지... 왜냐하면 난 웃대인이니까 훗.
"야 거기 웃대인!!!!!!!!!!!!!!!!!!!!!!"
헐
"????????????????????????"
돌아서니 아까 그 여고생이 째려 보고 있었다.
읭? 나를 부른 거였어? 아니 여기 나말고 다른 웃대인이 있나....? 나를 왜부르지?
"아 왜 자꾸 말을 씹어요! 내가 몇번이나 불렀는데!"
"아.. 저를 부른거에요? 저를 부른건지 몰라서.. 그런데 왜요?"
여자와 얘기해본게 굉장히 오랜만이라 그런지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든다... 손과 발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뼛속까지 웃대인이신가 보네요? 버스에서 대놓고 웃대할정도면?"
헐 버스에서 웃대한다고 뼛속까지 웃대인인가? 난 조금 기분이 나쁜 상태로 따지려고 했지만...
"그럼 안생겨요~"
뭐여 이건?
"넹?"
"안. 생. 겨. 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라는겨
"무슨 소리에요??"
"아 혹시 모르시나 봐요~ 이건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말인데"
"? 무슨사이트요?"
"오늘의 유머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