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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레이브릭스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닉언죄)
게시물ID : drama_39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레쉬코드
추천 : 7/4
조회수 : 61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1/25 17: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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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제 생각입니다만 도움이 될지 몰라서 적어봅니다. ^^


응팔의 엔딩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작가 및 PD가 의도적으로 '화자'를 좀 다르게 사용해서라고 생각해요...(...라고 쓰지만 저는 남용 및 오용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


1인칭 덕선의 나레이션이 가장 많고, 정환의 나레이션도 들어가 있죠. 그런데 대부분 화자는 그래도 덕선이, 그것도 과거의 덕선이입니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이미연의 나레이션이 아님) 1인칭이라고 꼭 그 화자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지만, 덕선이는 화자이자 주인공이 맞죠.


그런데 문제는 택이와의 '꿈에' 키스신인데요... 꿈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연출했죠. 그리고 그 다음날 택이가 물어봤을 때 덕선이는 '금방 갔는데?'라고 말하고요. 마지막 즈음에 가서야 사실 덕선이의 말은 거짓말임을, 그 키스가 사실임을 시청자들은 알게 되죠. 단순히 그 사건을 반전으로 썼다기보다는, 1인칭인 화자의 심리 자체를 반전으로 쓴 게 문제랄까요. 화자가 청자(시청자)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죠. 마치 1인칭으로 쓴 추리소설의 범인이 바로 그 화자였던 아무개 작가의 유명한 소설처럼요.(당시 추리소설계에서 난리가 났었다죠. 반칙이라고. ㅋㅋㅋ)


사람들이 덕선이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하는 건 아마 이런 장치 때문이었을 거예요. 멜로나 로맨스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사건뿐만 아니라 심리나 관계의 기승전결이기도 한데, 그 기승전결의 주체가 되는 1인칭 화자 덕선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반전으로 삼은 거라면 그건 좀 반칙;;이라고 생각해요.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음... 역량부족?;; 나중에 정환이 첫사랑에 이별을 고할 때 정환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는 정환에게 이입하길 바라는 작가 및 연출의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 덕선이의 심리를 반전으로 썼기 때문에 덕선의 나레이션으로 할 수가 없었던 거라 봐요. 즉 그 사건을 덕선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가했던 거죠. 덕선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그건 무려 비-_-밀이었으니까요. ㅋㅋ 그러다보니 오히려 정환을 더 부각시켜버리는 효과까지.... 시청자들은 더 헷갈.... 아 물론 시청자들 헷갈리라고 그런 거라면 대성공이죠. 근데 그런 의도는 작가나 연출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_- 


뭐 할튼, 이게 뭐 별거라고, 그냥 새로운 시도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근데 '오용'과 '남용'이라고 말하는 제 나름의 이유는 있어요. 덕선이가 그 키스씬 이후로 스토리의 주체가 되지 않고 관찰하고 추리해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쳐요. 근데 러브라인의 주체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 관계의 주도권을 다른 주체인 두 남자의 몫으로 넘기는 게 되어버려요. 덕선이는 더 이상 사랑에서 주체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두 남자가 성취해야 할 목적이나 트로피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끝까지 다 보면 덕선이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덕선이가 주체적이지 않다고 느낀 시청자들이 많았죠. 저는, 사랑에 있어 충분히 주체적인 덕선이를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게 무쟈니 싫었어요. 결론적으로 이성과 논리를 근간으로 하는 추리소설 방식을, 그것도 화자 시점이라는 프레임을 걸어 속이면서까지 감정, 정서, 심리에, 이런 멜로 로맨스 라인에 써야 했나 싶어요. 시청자에게 반전을 선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오히려 해가 된 느낌... 완성도 측면에서 망가졌달까요. 뭐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 


그간 수많은 떡밥이 있었고, 제각각의 해석이 있었죠. 사실 그게 응답시리즈 보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저는 좀 과했다고 느껴요. ‘이것저것 처음부터 행간을 유심히 보면 덕선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라고들 하지만, 이는 ‘행간을 잘 살펴보지 않으면 오독하게 된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이게 바로 응답시리즈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거리두기’와 ‘공감’ 사이에서 말이죠.


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이번 응팔은 반은 성공했지만, 반은 과욕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간 응팔을 보면서 느낀 즐거움이나 감동, 그리움을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좋았기에 마무리까지 완벽하길 바랐던 한 시청자의 욕심인 거죠. 일전에 개인적인 감상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도 이런 말을 썼었어요. 응팔처럼 암시, 복선, 떡밥이 풍성한 드라마는 어차피 개개인의 투사도구에 가깝다고요. 대작이건 졸작이건 망작이건 그 누구도 ‘잘못 본’ 사람은 없어요. 행복하게 본 사람들이 전 부러운 걸요. ㅋㅋ


 


여하튼 ‘시점’에 대한 제 생각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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