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렀다가 밑에 있는 순환출자 관련글에서 미국반점님이 덧글에서 상속세를 매우 안좋게 말하시길래 한번 써봅니다.
1. 서론
미국반점님의 댓글을 읽어보니 상속세를 반대하시는 논거는
첫째, 기업가의 노력이 담긴 결과를 나라에서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기업을 키우는 노력과 자식을 키우는 노력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셋째, 부모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은 유전적 요인과 같이 자식이 타고난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
위 세가지 논거에 대해서 검토해보겠습니다.
2. 성공의 원인은 노력인가?
성공한 기업가들에게 성공의 원인이 뭐였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운'을 꼽습니다. 비단 기업가들 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한다고 꼭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겁니다. 또한, 경영쪽을 공부해 보신 분이라면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성공의 원인이 뭘까 조사했더니 연구개발이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운'이라는 요소가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는 웃지못할 연구결과에 대해 들어보신 분도 있을겁니다.
이러한 실정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노력만이 대접받아야 할까요?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운좋은 노력에 대해서만 존중하는 셈입니다. 우리 중 몇명이나 여기에 동의할까요.
3. 투자는 항상 성공하는가? 또 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식에 대한 투자는 같은가?
미국반점님은 애초에 [노력하면 똑같은 정도로 성공한다], [자식과 기업의 투자수익률이 같다]라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계셔서 둘을 동일시하고 계십니다.
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이미 했으니 다른 전제에 대해서 한번 묻겠습니다, 자식에 대한 투자와 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같습니까? 자식에게 쏟은 노력과 기업에 쏟은 노력이 동일하다면 같은 수익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아마 실증연구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런 결과가 나올리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4. 부모의 노력은 자식의 것인가? 노력한 사람의 자식에게는 기회를 더 줘야 하는가?
부모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을 부모가 물려준 우월한 유전자 등과 같다고 여기는 것은, 부모의 운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부모의 노력이 자식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이에 대해선 찬반이 상당히 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가 출발선상을 최대한 동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유전자 등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부분까지 전부 포기해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 마치며
미국반점님이 드신 세가지 논거 중, 앞의 두가지 논거에 대해서 저는 확실히 부정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논거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군요. 일리가 있긴 하지만 일단 제 생각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덧글에 쓰신 세가지 논거에 대한 반론은 이정도이며, 마지막으로 롤즈의 정의론 이야기만 조금 해보겠습니다.
롤즈는 선험적이고, 이성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 보편적 도덕기준이 존재한다고 믿고, 보편적 도덕기준은 '무지의 장막'이 충족되는 상태에서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에 의해 도출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지의 장막'이란 사회구성원들이 자기가 사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즉 자신의 능력, 재산, 성별, 외모 등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본래의 상속세 이야기로 돌아가서, '무지의 장막'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과연 상속세 폐지를 지지할까요? 아니면 상속세 존속을 지지할까요? 전 아마도 사람들이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을 전혀 모른다면 대부분 강한 상속세를 지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강한 상속세를 지지하며 상속세가 눈물세라고 불릴 정도로 비난받는건 지나치게 결과적인 부유층만을 존중하는 편향된 시각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