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프로야구 열기, 지자체들은 X맨인가?
게시물ID : baseball_39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hemoon
추천 : 2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29 08:10:48

말 그대로 순항이다. 야구계 전체의 노력, 그리고 양보를 통해 사공이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팬들의 열기라는 바람까지 뒤에서 밀어준다. 1000만 관중 시대를 통한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의 발돋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노를 젓는 이들이 보인다. 프로야구 열기에 힘을 보태야 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정말 어렵게 얻은 ‘옥동자’ NC 다이노스가 역사적인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다. 1991년 쌍방울이 가세해 8개 구단 체제를 만든 뒤 무려 22년 만에 맞이하는 리그 확장이다. 여기저기서 풍악이 울려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전혀 흥겹지 않다. 오히려 걱정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통합창원시의 행보 때문이다. ‘연고지 박탈’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분명 심상치 않다.

창원-마산-진해라는 동남권 3개 도시가 동거에 들어간 창원시는 인구 115만 명의 거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시장성이 있다. 또한 창원시는 옛 마산 시절부터 야구 열기가 뜨거운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였다. 이런 창원이 9구단 유치에 성공했으니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당장 부산이 거점인 롯데와의 라이벌전 등 흥미로운 요소가 프로야구를 살찌울 것이라 기대됐다.

시 자체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당장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못지않은 새 경기장을 짓겠다고 큰소리 쳤다. 재원조달도 걱정하지 말라며 ‘300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고 나왔다. 야구단 창단이 지역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낼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그럴 듯해 보였다. NC를 유치할 때까지만 해도 뭐든지 다 해줄 기세였다. 지자체의 모범 모델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자잘한 문제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굵기를 자랑하는 것은 신축구장이다. NC는 당초 “5년 안에 새 경기장을 짓겠다”라는 창원시의 말을 믿고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치금을 걸었다. 하지만 이 예치금이 날아갈 위기다. 시청과 도청을 둘러싼 정치논리로 야구장 신축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치적 논리를 통한 지역 배분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야구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 역시 파다하다.

이에 NC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속병만 앓고 있다. 창원의 이런 행보를 규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연고지 이전의 규제 방안도 오고가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당장 2달 뒤부터 1군 경기를 치러야 하는 NC다. 다른 곳으로 가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2년간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애쓴 NC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창원시의 오락가락 태도는 NC의 1군 진입이라는 경사를 상당 부분 희석시키고 있다. 애가 타는 노릇이다. 그러나 과연 창원만이 문제일까. 최근 사안이 부각되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지자체들도 한 두 번쯤은 프로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있다. 지금도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창원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선배’들의 전례에서 배운 것이 없지 않을 수도 있다.

광주와 대구는 시장 선거 때마다 야구장 신축이 빠지지 않는 공약이었다. 그렇게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끝에 이제야 삽을 떴다. 그것도 KIA와 삼성이라는 구단들이 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결론이 났다. 대전은 지난해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한화의 속을 타게 했다. 한화의 부진이 첫 한 달을 원정이나 다름없는 청주를 홈으로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3개 팀이 몰려 있는 최대 시장인 서울도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야구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독단적인 의사결정구조는 여전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잠실야구장의 경우 LG와 두산은 야구장 환경 개선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한 관계자는 “전기공사 하나 기다리고 있는 것도 답답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반면 시설 사용료는 계속 올라간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광고권 계약에서 서울시가 가져가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돌아오는 것은 늘어나는 게 별로 없다. 애물단지가 된 고척동 돔구장의 경우는 애꿎은 넥센이 안절부절이다. 들어가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버티자니 광고권 등을 놓고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서울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3개 구단이 모두 서울시 앞에서 숨죽인다. 프로야구단의 주인이 누구임을 생각하면 주객전도다.

프로야구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시혜’의 개념에서 봐서는 안 된다. 지자체도 분명 얻어가는 것이 크기 때문에 이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제 프로야구는 영화·놀이동산 등 기존 문화 컨텐츠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이런 문화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자체로서 큰 자산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야구단을 당연히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야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애정이 각별할 리 없다.

경기장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뉴욕 양키스는 이미 수없이 인용된 사례다. 이는 야구단을 단순히 일상의 ‘공기’처럼 생각하지 않는 뉴욕시의 열린 사고가 있기에 가능하다. MLB 최고 명문 구단을 품기 위해 그 정도의 지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비한 우리 지자체들의 사고는 후진적이다 못해 반동적이다.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 야구 역사의 차이를 감안해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시 재정상 금전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인식이라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만큼 지역연고가 뿌리박힌 스포츠도 없다. 롯데가 아니었다면 부산 갈매기는 전 국민적인 히트곡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타이거즈는 호남의 집결지이자 해방구였다. 삼성의 홈 경기장에는 “대구는 내 고향”이라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SK팬들은 연안부두를 떠나는 배를 생각하며 지역의 특색을 깨닫는다.

이처럼 시민들의 집결 효과는 돈으로 셀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다. 한 번 야구단을 떠나보낸 뒤 목마름을 실토했던 수원과 전북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시장은 5년 마다 한 번씩 바뀔 수 있지만 야구단과 그 야구단을 사랑하는 팬들은 영원하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475398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