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끈이 얇아서 이번 주제를 읽었는데도 이렇게 써도 주제가 맞을런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시작을 어떻게 해볼까...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사이가 정말 안좋았습니다.
같이 살면서 느꼈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고 음주를 좋아하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 땐 아버지가 정말 싫었습니다.
한 번 두 번 그런 일로 트러블이 생기다 보니 대화도 단절되고 중3때 어머니를 따라 나오면서 고 2까지 단 한번도 아버지란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죠.
물론 명절에는 친척들을 봐야 하니 보게 됬지만요.
그 후에 고3이 됬을 때 아버지와 식사를 하게 됬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기운이 많이 약해지셨더군요.
전 세월 앞에 장사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아버지에게 다가가야지 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해 12월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개인 사무실에서 쓰러지신 지 3일만에 발견되셨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울었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진 않았더라도 아버지니까요.
그 후 대학이란 곳도 가 보고 아르바이트도 본격적으로 하면서 점점 아버지는 제게 잊혀져 갔습니다.
진짜 불효자죠 전.
애니보고 아버지를 떠올린 놈이니까요.
시간이 지나 제가 1학기 수업을 마치고 휴학계를 낸 후 애니나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본 게 클라나드였습니다
1기를 그럭저럭 재밌게 보고 2기를 이어서 봤었습니다
토모야가 아빠가 되더군요
5년간 방황하던 토모야가 우시오와 여행을 갔을 때부터 잊고 지냈던 아버지가 정말 파노라마처럼 단편 단편씩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저를 보듬어주신 진짜 아버지의 모습이요.
네, 토모야가 그랬던 것 처럼 저도 아버지가 저한테 못했던 것만 느끼고 있었던 거였죠.
그걸 알고 나니까 아버지와의 좋았던 추억이 확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우시오가 처음으로... 아빠가... 라고 했을 때...
정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복받쳐서 쓰러질 때까지 펑펑 울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저에게 해주신 것들의 반의 반... 아니, 1%라도 보답을 했을까요?
절대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그 크나큰 사랑을 모르고 있던 놈이 1%라도 보답을 했을 리가 없죠...
그 뒤로 전 조금 바뀌었습니다.
아버지 묘에 자주 찾아가게 되고 제사도 직접 지내게 됬습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제가 변하게 된 계기가 클라나드 애프터를 본 것이였어요.
이 애니가 없었더라면 전 아마 끝까지 아버지의 절 사랑해주셨던 그 마음을 모르는 쓰레기로 살아갔을 겁니다.
인생 애니가 뭐냐고 물어보면 어과초를 꺼내지만 진짜 제 인생애니는 클라나드 애프터 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제 글을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한마디만 하고 끝낼게요.
아버지, 못난 아들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출처 |
아버지가 저에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이 생각나네요.
"네가 성인이 되면 아빠랑 술 한잔 하자."
이번 추석에 아버지 좋아하시는 과일이랑 소주 두병 사서 한 잔 올려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