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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후기
게시물ID : humorstory_392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늘감사
추천 : 8
조회수 : 341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08 11:51:35

제 페북에다가 올렸던 글이라 존대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려요.^^


10월에 결혼 예정인 친한 형님과 11월에 결혼하는 회사 대리님으로 부터 결혼식 사회를 부탁받았다. 

깔끔한 사회로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욕심에 여기저기 지인들로 부터 자료도 구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찾았다.

(어떻게 보면 좀 오버한 감도 없지 않다.ㅋㅋ)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싶어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객 알바 카페를 찾다.


집 근처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 일정을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결혼식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카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차피 갈건데, 하객대행 시스템이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한 마음에 카페를 훑어보다가 

내친김에 등업신청도 하고 프로필 사진도 올려 정회원이 되었다. 

'9월 신랑친구 15명 모집공지'에 참석 희망 댓글을 달았고, 참석 확인 전화를 받아 승인했다.




1.jpg


식사 제공 무 사진만 찍는 조건, 14,000원

토요일 12시. 강남의 한 지하철역에서 하객대행업체 스텝과 알바들이 모였다. 

"오늘 하루 신랑친구가 되어 사진을 함께 찍어주시고요. 오늘은 아쉽지만 식사제공이 안됩니다." 

그리고 동그랗게 말아놓은 색종이를 나눠줬다. 예식 장소에서 현금이 오가는 게 드러나지 않게 나름 센스있는 방법~ 

식을 마치고 나와서 종이를 뜯어보니 14,000원이 들어있었다.



알바중 유독 활발해보이는 김씨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뵙네요." 

그는 매 주 여러 탕을 뛴다고 했다. 

평일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하객대행일을 한다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충고가 이어졌다. 

"오늘 식은 성당에서 한다네요. 다른 예식과는 다르게 좀 힘들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현대 예식은 2, 30분으로 짧게 진행되는 데 반해 성당예식은 약 2시간에 걸쳐서 미사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례 신부님께서 청중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은 편이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여러 번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식이 진행되는 중 김씨가 사라졌다. 

나중에 사진촬영 때 나타나서 하는 말이 

식이 길어질게 뻔해 스텝 몰래 식사를 하고 왔다고... 


식사는 계약 조건이 아니지만, 베테랑 김씨에게는 문제 없다. ^^


사회자 진행 형태의 일반 예식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사회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기에..ㅠㅠ) 그래도 좋았다. 

센스 넘치는 주례자 신부님의 말씀들이 빛났다. 


주례 신부님 왈 

"결혼생활은 져주면서 하는 겁니다. 제가 결혼을 안해봐서 잘 모르지만 다른 인생 선배들을 보니 그런 것 같더라구요."

깨알 같은 4행시와 말실수를 자체 편집하여 다시 진행하시는 능력, 

신랑 신부를 위해 직접 골라온 깨알같은 선물까지.... 


2.jpg


왜 하객 알바를 구하는 가?

성당예식이 끝나고 사회자가 주도하는 예식을 보기위해 인근의 대형 웨딩홀을 찾았다. 

의자에 앉아 식을 기다리는데, 주변에 아주머니들이 앉으셨다. 

당연히 지인들이거니 했는데, 아주머니들끼리 나누시는 말씀이 흥미로웠다. 


"확실히 오전 예식팀이 더 다채로웠어 그치?" 


사람들은 왜 하객 대행 알바를 구하는 걸까? 

자존심, 허례허식을 채우기 위함도 있을 수 있으나 각자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여성는 결혼 후 가정이 생기면 친구들과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 친구를 초대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재혼자의 경우도 초대에 부담이 동반될 수 있는 데 예식의 구색을 맞춰 

상대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주고 싶은 마음만은 초혼과 다름없으니 그 마음 또한 이해된다. 


그런데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은 

신과 지인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작을 알리고 평생을 약속하는 성스러운 시간을 

억지로 가공하여 채워내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직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못해 잘 몰라서 그러는지 몰라도 

지금의 내 짧은 생각으로는 


하객이 단 한 명 일지라도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진심으로 기뻐해줄 사람과 함께 하는 걸 선택하고 싶다. 


3.jpg



에필로그 - 오늘 순수익?

(+) 알바비 14,000원

(-) 지하철 왕복 2,100원

(-) 스텝 기다리다 목말라서 마신 스무디킹 4,700원

(-) 점심 대신 먹은 튀김 3,000원

(-) 쵸코우유 1,000원

(-) 후식 타코야키 2,000원


(결산) 수익 14,000원 - 지출 12,800원 = 1,200원 


ㅠㅠ ㄴ어ㄴㅇㄹ라ㅣㅁㄴㄹ먀돌내로ㅓ냐럼내ㅑ럼ㄴ대ㅑㅓㄻㄴㄹㄷㅁㄷㄴㄻㄴㄷㄻㄴㄷㄹㅕㅏㅏㅓㅎㅇ

오롢ㄴㅇㅎㄹ낟로민댜러ㅐ니ㅑㅓ리냐ㅓ리ㅏ넏리나ㅓ리나ㅓㄹ널니러니ㅏ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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