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빅3을 말한다 |
①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 ②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 ③안철수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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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뻥도 좀 치고 세게 얘기해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는 진짜 실현가능한 것만 얘기하는 것 같다. 죄송하지만, 밖에서 보기에 좀 갑갑한 게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와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가 국회의원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조정’과 관련, “현행 지역구 의석에서 46석을 줄이자는 생각이다”고 설명하자 “그게 50석도 아니고, 딱 46석이라고 한 것을 보면, 정말 실현가능한 숫자가 몇 개인지 센 것 같다”며 문 후보의 ‘정직함’을 평가했다. ‘정치인이라면 뻥도 좀 쳐야하는 것 아니냐’는 뼈있는 농이었다.
문 후보 주변에선 그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로 주저없이 ‘정직한 리더’를 꼽았다. “화려한 정치수사를 늘어놓는 달변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대표적 ‘정치유산’이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솔직하고 소탈한 성격은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촉매였고, 이를 옆에서 지켜본 문 후보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었다”는 노 전 대통령과 “밖에서 보기에 갑갑할 정도”라는 문 후보다.
특히 문 후보 측근과 지지자들이 그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는 단어가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는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정도. 그가 걸어온 길에선 진한 사람냄새를 풍겼다. 월사금을 못내 교실에서 쫓겨나고 부모님을 따라 연탄배달을 해야했던 가난한 소년, 지역 명문인 경남고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술·담배를 입에 대 4번의 정학을 받은 ‘문제아’학생, 재수 끝에 4년 장학금을 받으면서 진학한 대학에서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한 운동권 청년, 강제징집 후 배치된 특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의 최우수 폭파대원,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시위 전력으로 원하던 판사임용에 실패한 후 걷게 된 인권변호사….
정직-솔직한 리더십 역시 사람냄새가 오랜 숙성을 거쳐 만들어진 장점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는 대통령 후보로 평가하는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직결된다. 문 후보의 대학동기인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자신의 인사(人事)문제를 두고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다.
“한번은 한 경찰 인사권자가 내 인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재인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의 대답은 ‘오랜 친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 친구라고 하여 봐줄 것은 전혀 없다’였다. 이 일로 한때 서운하기도 했으나, 바로 그런 이유로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친구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 ‘왕수석’으로 불릴 만큼 권력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대학재학시절 고향집을 오가고 군복무 땐 휴가를 나와 서로 찾아가는 사이였던 친구를 ‘서운하게’ 만든 것. 박 전 청장은 “문재인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라도 늘 같은 모습으로 있었고, 진실됐다”며 “내가 그를 믿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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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고 전태일 열사 42주기를 맞아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 다리를 방문해 전태일 열사의 분신 장소를 기리는 동판을 어루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낮은 리더십 "우리는 동료입니다. 동료!"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통과 겸손을 아는 ‘낮은 리더십’을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통(不通)’이 사회적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측근들이 평가한 ‘낮은 리더십’은 대통령의 자격에 필요충분조건이었다. 그동안 대통령의 이미지는 권력의 상징으로,
허리를 숙여 국민의 낮은 소리에 귀를 여는 모습을 찾긴 어려웠다.
문 후보는 ‘과거’와 조금 다른 모습이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땅에 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내 서열 1위’인 공식 대선후보가 된 이후에도 권위의식은 그에게 체화되지 않았다. 후보가 되기 직전까지도 ‘검은색 대형세단’ 대신 2001년형 렉스턴 구형모델을 직접 운전하던 그였다.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날 때나, 중량감 있는 정치권인사들과 마주할 때나 나누는 대화와 인사, 표정 등에 차이가 없다. ‘두 손 악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지난달 양대노총 행사장에서 만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겐 무릎을 굽혀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문 후보측 한 인사는 “우리 후보의 과거를 보라. 그 안에 국민을 섬기는 낮은 자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후보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영감님’이란 권위적 호칭을 거부하고, 직원들과의 수직관계 구조를 수평화 시키는 변화를 시도했다. 1983년부터 ‘문재인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한 최성민 씨는 “당시엔 사무원들이 나이가 많고, 변호사가 새파랗게 젊어도 ‘영감님’으로 호칭했다”며 “하지만, 문 후보는 ‘영감님’ 호칭이 거북한데다, 너무 권위적인 것 같다며 사무원들에게 호칭을 ‘변호사’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직원과 변호사의 장벽이 높던 시절에, 그렇게 권위적인 세계에서 자신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사무원과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이 문 후보의 겸손한 성품”이라고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자신을 ‘영감님’이라고 부르며 어려워하는 사무원들을 모아 놓고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린 동료입니다. 동료!”
노무현 노무현 노무현…"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도록..." 문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를 말하는 데는 노 전 대통령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노무현’은 문 후보가 가진 최대의 자산이다. ‘친노 이미지’가 부채(負債)라는 지적도 많지만, 이는 정치공학으로 풀어낸 시각이다. 그를 대선무대로 올린 건 국민여론이었고, 그의 국정운영 원칙과 미래 비전엔 노무현의 정신이 녹아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대선후보 문재인에게 노무현이란 ‘타산지석’이었다. 문 후보는 저서 <운명>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하겠고 했고, 대선 출마선언에선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당시의 성과와 한계를 넘겠다”고 했다. ‘어게인(again) 노무현’이 아닌 ‘비욘드(beyond) 노무현’이다.
다른 대선후보들이 승리의 역사를 써왔다면 문 후보는 실패의 역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폐족(廢族)'을 자처하며 물러난 ‘친노’들 사이에 그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한 이유를 그 역시 모를 리 없었다. 이는 ‘승리공식’을 반복하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실패를 비껴가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대비되는 강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를 따라가야 할 지향점으로 보고, 그 프레임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문 후보는 노무현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의 화법에서도 드러난다. “참여정부에서 ○○○은 완성하지 못했다. ○○○은 내가 이루겠다”는 문 후보가 각종 연설과 발표문 등에서 사용하는 단골메뉴다. 대북정책의 경우, 10.4선언으로 상징되는 참여정부의 대북 평화협력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문 후보는 <운명>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제 누군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누군가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
"국정경험 있는 문재인이 제일 잘할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국정운영경험이다. ‘노무현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치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는 국정운영경험에 대해선 자신 있게 말한다. “대통령은 역시 국정경험이 있는 문재인이 제일 잘할 것 같지 않은가.”
그는 참여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대선승리에 기여했고, 참여정부출범 이후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문 후보에게 “당선시켜줬으니 끝까지 책임져 달라”면서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중임을 맡겼다. 퇴임 후까지 대통령 곁을 지켜야하는 ‘마지막 비서실장’ 자리도 함께 주어졌다.
그가 청와대에서 한 일은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참모로 있었던 한 인사는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입’이 없는 자리여서 그렇지, 사실상 대통령의 역할을 다 하는 자리다. 결정하고 판단하고 다 실장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박근혜 후보와 대비되기도 한다. “퍼스트레이디 10년을 하더라도 비서실장 1년 한 것보다 국정운영에 대해 더 파악할 순 없을 거다. 그것도 30년 전 청와대와 바로 직전 정부의 경험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문 후보 측의 자신감이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