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부르는 호칭은 일본어 발음식으로 진행됩니다^^
나의 2학년 첫 번째 중간고사가 끝났다. 작년과 비슷하게 내 성적은 그냥저냥 평범할 것이라 생각된다.
딱히 공부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는 학생으로써 최소한의 본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내 신조인 '에너지 절약주의' 차원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중간고사의 마지막 날, 학교는 이례적인 단기방학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생각외로 날씨가 급격하게 더워진 탓이라고 설명하는 선생의 얼굴에서조차 화색이 돌았다.
'아무렴 어떤 일이든지 쉴 수 있다는 건 축복이지.'
나 역시 어쨋든 방학이라고 하니 느긋하게 쉴 생각으로 종례가 끝난 교실을 나와 고전부실로 향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고전부실은 조용했다.
1학년 신입부원 모집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고전부의 분위기가 썩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늘상 이 시간대 모였기 때문에 대화 소리는 끊이질
않았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고요한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석양이 지려는 과학실(고전부실)은 텅 비어있었다. 나에겐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조용히 혼자 읽고 싶었던 문고본의
뒷부분을 느긋하게 감상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이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문고본을 펼쳐 들었다. 다들 알아서 집에 들어갔겠지 라는 짧은 생각도 잠시, 문고본에 빠르게 집중하였다.
산을 넘어가는 해가 내 얼굴을 드리울 때 쯤 나는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인식했다. 시계를 바라보니 꽤 시간이 흘렀다.
읽고 있던 문고본을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더 지체했다간 해가 완전히 사라질 거 같아 가방을 챙겨 학교 건물을 빠져 나왔다.
"이얏! 에잇! 아 정말 안되네..."
"후쿠짱 하나 정돈 들어갈 때가 된거 같은데..."
교문 밖을 나서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학교 운동장의 뒤편에서 들렸다. 교문 담벽과 연결된 끝 부분 이었다. 사토시와 이바라였다.
둘은 어째서인지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던지는 모습 같기도 했다.
교문에서 거리가 멀기도 하고 굳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교문 밖을 나서려는 찰나였다
"오레키 상!"
아... 그렇지 한 명이 없더라니... 치탄다가 없을리가 없지.
"아 치탄다구나?"
분명이 어색함이 묻어나오는 첫 인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치탄다는 개의치 않아보였다.
"오레키 상, 지금 돌아가시는 건가요?"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치탄다는 물었다. 어째서인지 화제를 돌려야 할거 같다는 생각에 그녀의 양손에 들린 캔 음료수를 바라보곤 물었다.
"아아, 지금 가려던 참이야. 그 음료수는?"
"아 이건 말이죠. 저 쪽에 후쿠베 상과 이바라 상에게 드리려고 사오는 길이에요!"
치탄다는 방금 전 내가 쳐다 본 그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들뜬 치탄다를 바라보며
나는 이제 이들과 합류하게 될 거라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오레키 상, 함께 가보시지 않으실래요? 분명 오레키 상도 재미 있으실 거에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치탄다와 함께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안녕 내 단기방학 첫날의 에너지 절약이여...'
"여어 호타로!"
"오레키 어쩐일이야?"
나를 발견한 사토시와 마야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치탄다가 건네는 음료수를 받으며 인사했다. 왠일로 두 명 모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도데체 이 시간에 학교에서 저렇게 에너지를 낭비해야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
"대체 이게 뭐하는거야?"
"호타로! 역시 너라면 그렇게 물어볼 줄 알았지. 저기 항아리 보여? 저기 항아리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소원이 이루어진다니... 그보다 자기가 적은 소원을 항아리에 던져 넣어야하는 그런 수고로움을 꼭 해야만 하는건가
내가 시큰둥하게 쳐다보자 마야카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레키 안할거면 좀 비켜줄래? 나는 꼭 넣어야하는 이유가 있단 말이야"
절묘하게 항아리의 길목을 차단한 나에게 하는 쓴소리였다. 별 수 있나 싶어 길을 비켜 서있는데 치탄다가 나에게 종이와 펜을 건넸다.
"오레키 상, 한번 해보세요! 저도 성공시켰답니다."
치탄다 너마저 그런거였어... 그보다 이 셋은 무슨 소원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걸까
얼떨결에 펜과 종이를 건네 받은 나는 나름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넣었다.
'남은 올해는 절대로 에너지 절약주의'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서 자연스레 사토시 옆에 섰다.
"여차"
막상 던지려고 보니 학교 돌담 벽에 붙어서 놓여진 항아리와 소원을 던지는 장소는 꽤 거리감이 있었다. 누가 그 거리를 설정했는진 모르지만
쉽게 넣기는 힘들거라 생각되었다.
그다지 하고 싶지도 않고 얼른 어울리다 집에 갈 생각으로 대충 던졌는데, 어째서언지 항아리 속으로 금새 사라졌다.
"들어갔다..?"
마야카의 큰 눈이 한 층 더 크게 보였다.
"오레키 상...?"
치탄다도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호타로...!"
옆에서 열심히 던지는 시늉을 연습하던 사토시마저 나를 쳐다보았다.
나의 소원은 한번에 들어갔다.
"들어갔어!!!!!"
세 명은 동시에 외쳤다. 소원을 넣었다는 거에 감흥은 없었으나 내가 항아리에 소원을 집어넣음으로써 이 해괴망측한 행동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난 포기할래."
내가 성공하자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한명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은 마아캬였다.
"왠지 오레키가 한번에 넣어버리니까 김이 빠져버렸어..."
그럴 수 있지. 보아하니 한 시간 가까이 이것만 던졌던거 같은데...
치탄다는 진작에 성공해서 음료수를 사왔던 것이었고, 마야카마저 포기하자 사토시도 금새 마음을 굳혔다.
"집에 가자, 4명중에 두명이라도 성공했으면 꽤 좋은 확률이라고, 50%잖아?"
"물론 그 50%가 오레키라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너무 늦기도 했고 슬슬 돌아가자."
사토시와 마야카의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모두 가지고 있던 짐을 챙겨 학교를 빠져나왔다.
얼마쯤 걸어가자 각자 갈림길에 들어섰을때였다.
"아 참, 그러고보니 단기방학기간이 조금 여유가 있는데 단합 모임이라도 가지는게 어떨까요?"
치탄다가 나와 사토시, 마야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마야카와 사토시가 빠르게 찬성을 외치는 바람에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았으나, 그닥 반대할 마음은 없었다.
신입부원 사건 이후에 치탄다가 고생한 일은 나를 포함한 고전부원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전력적으로 돕자는게 남은 고전부원들의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날을 기점으로 단기방학이 끝나기 전날까지 여행 겸 합숙을 하기로 결정하고,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치탄다는 자신의 소원종이가 없어졌다고 이야기 했는데 어쩐지 그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해는 이미 산을 넘기 시작하여 가로등 불빛이 옅게 비추기 시작하였다.
집에 향하면서 아까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그 항아리는 절대적으로 소원의 반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던 찰나
내 앞에 갑자기 어떤 물체가 휙 하고 지나갔다. 너무 빠른 속도라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양이었나...'
색이 하얗다는 부분 까지는 잡아냈으나 이외에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얼른 돌아가 쉬고 싶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千反田える
팬픽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팬픽의 앞으로 전개에 대해 간략히 말씀올리려 합니다!
우선, 빙과와 ARIA의 콜라보이긴 하나, 앞으로의 팬픽은 이번 이야기처럼 호타로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ARIA의 등장인물들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