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다시피 조선시대는 동성동본 금혼이 아니라 아예 동성금혼이었습니다. 수백년간 내려온 관습이었고 동성동본 금혼이 폐지된 현재도 동성동본과 결혼하겠다면 뒷목잡고 쓰러지는 부모님들 아직도 많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었어요. 특히 보라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이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물론 당시에 동성동본 금혼에 대한 문제점이 한참 시끄러울때라 법개정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하던 시기이지만 언제 어떻게 법개정이 되는지 확신할 수가 있나요? 대한민국 국회가 기대대로 법개정이 잘되던 곳이던가요? 헌법재판소가 언제나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결정을 내리던 곳이던가요? 너무나도 불확실한 것을 타임머신타고 미래라도 다녀왔는지 아주 자신감있는게 말이 안됩니다. 이부분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면 법적인 부부가 안되더라도 우리는 너무 사랑해서 떨어질 수 없다는 방식으로 뚝심있게 밀고나가야 말이 됩니다. 그래서 부모들도 자포자기 상태가 되버리는데 극적으로 한시적 특별법으로 결혼 가능되어 그나마 위로를 받으며 눈물 속에서 결혼식을 했어야 설득력이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민법개정전 마지막 특별법시기인 1995년에는 많은 동성동본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고 거의 모든 결혼식이 눈물바다여서 뉴스나 피디수첩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며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 일닥 극중내용으로 보아 선우와 보라는 둘이 동성동본임을 처음부터 알고 사귀었습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성>씨는 희성으로 만약 <성>씨끼리 만나서 감정이 싹튼다면 동성동본임을 확인하는건 너무 당연하고 확인후 아예 시작도 안해버리는게 보편적 상황이었습니다. 절대다수의 동성동본 부부의 비극은 처음부터 몰랐던 경우 입니다. 너무나 마음이 깊어진 상황에서 늦게 동성동본임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죠. 흔한 성씨인 김씨,이씨 부부가 그 비극의 대상이었죠. 희성끼리 만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너무나 희귀한 케이스였죠. 사실 의외로 3대성씨인 박씨 동성동본부부가 문제된 경우가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박씨의 경우는 비록 본관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박혁거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식이 있어서 박씨끼리는 동성동본이 아니더라도 동성동본과 다름없게 인식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응8에서 선우와 보라가 동성동본임을 몰랐어야 개연성을 갖출수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씨면 안되고 성동일이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이름을 바꿨어야 합니다. 김씨나 이씨로 말이죠. 다만 김동일이었다면 동성동본 문제를 일찍 알아차릴수도 있으니 김재준(?)같은 흔한 이름으로 바꿨어야 했죠. 이제는 문제되지 않지만 오랜세월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그걸 다루는데 이렇게 개연성을 없게 다룬다니요. 이번 응8은 마지막 3화동안 개연성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려 명작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드라마를 논란거리로 만들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