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번개같이 몇일이 지났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였고 나이도 제각각이었어.
참 재밌는 녀석들이 많았지.
물론 힘들었지만
동기들과 친해지고난 후로는 힘든걸 몰랐어.
그렇게 열흘 정도를 보냈는데
유독 한녀석이 눈에 띄는거야.
정X만 이라는 녀석이었는데
키는 나보다 좀 작고 몸무게는 나보다 무거운데 귀엽게 생겼었어.
선천적으로 몸이 안좋은지 훈련에서 열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항상 창백한 얼굴이었어.
항상 힘들어보였고...........
특히 말을 섞는 동기도 몇 없는 것 같았어.
왠지 측은해지더라고...
그래서 녀석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지.
잠잘 때 내 옆으로 불러서 팔베게도 해주고.
훈련 받을 때 꼭 옆에 붙들고 다니고
산에 오를 때도 꼭 데리고 다니고
특히 행군할 때는 내가 녀석의 군장을 대신 들어줬어.
낙오되지 않게 말야....
그냥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누군가가 중대장님에게 일러바친거야.
"야 223번 훈련병!"
조교가 아침 일찍 나를 부르더라고?
그래서 "223번 훈련병 김!X!진!" 하고 잦이가 떨어져라 뛰어갔는데
그 조교섹히가 나를 보는 눈이 마치
벌레?
바퀴벌레?
개의 설사가 묻은 군화? 보는 듯 하더라고.
"따라와"
한마디만 남기고 뒤 돌아 걷는데 중대장실로 들어가네?
중대장실은 던전 최상층의 보스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꺼야.
근데 거기를 한방에 그냥 들어간거야
생각해봐
여기서 군필중에 훈련소 시절 중대장실에 불려간적 있는 사람 있어?
대부분이 없잖아.
긴장되겠지?
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중대장실로 들어갔어.
거기엔 보스몹이 등을 보인채 앉아있었어.
"앉아."
앉았지.
의자에.....
엉덩이를 송곳으로 찌르는 기분을 느끼면서 앉아있었어.
중대장이 의자를 빙글 돌아 나에게 다가오면서 한마디 하더라고
"나 멋있나? 반했나?"
.................
....................
이섹히가 돌은거야. 이딴걸 묻다니.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고 물었지.
"나한테 반했냐고. 나 멋있잖아"
.....................
........................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어.
한참의 정적을 깬건 중대장님이었는데
나보고 대뜸.
"너 동성애자지?"
하고 묻는거야.
순간 '뭐 이런 sd;klj fns;lfks;foeia'fsl;kamdf'asf" 기분이었어.
"너 동성애자 맞지? 표정 봐 맞잖아!"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떨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했지.
"저 이성애자입니다. 여자친구랑 쎅쓰도 많이 했습니다."
"장난치지마 이새끼야! 너 동성애자 맞잖아!"
중대장 그 개 ㅅ ㅂ ㅅ 끼 는 나를 아예 그쪽으로 단정을 지었나보더라고.
한참을 욕설과 항변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나의 섹슈얼리티를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러나 그는 나는 놓아주지 않았어.
급기야 좋은 말로 타이르기 시작하는거야.
"야. 생각해봐 지금이야 니가 졸병이니까 상관없지만
니가 자대배치를 받고 상병/ 병장이 됐을 때 후임중에 맘에 드는 녀석이 들어올수도 있어
그때 니가 그 후임을 겁탈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잘 생각해봐 거짓말 한다고 좋은게 아니야.
군생활 하고싶은 맘은 이해하겠는데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인거야
그렇다고 널 의가사 시킬 생각도 아니니까 사실대로 말 해봐."
이런 말을 장장 30분동안 들었어.
근데 아닌걸 어떡해?
아니라고 계속 얘기 하는데도 들어먹질 않는거야.
그래도 어떡해?
아니라고 계속 우겼지.
급기야
중대장이 밖에다 대고 소리쳤어
"걔 들어오라그래"
읭?
잠시후 누군가 들어왔는데
우리 내무반에 있던 동기중 한명이었고
중대장이 그 동기를 보며 다그쳤어.
"본걸 그대로 얘기해봐"
녀석은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
"김X진 훈련병이 정X만 훈련병을 껴안고 자고, 항상 챙기고 행군때 군장까지 들어줬습니다."
.................
아.... 그게 이렇게 오해를 살수도 있는거구나.
중대장은 녀석을 내보내고 다시 나에게 물었어
"동성애자 맞잖아!"
내가 뭐라겠어?
계속 아니라고 우겼지. 사실이니까.
우린 하루종일 싸웠어
4시간동안 중대장실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다가
중대장이 돌아오면 다시 면담을 했지.
결국 중대장이 두손 두발 다 들고 내린 결론은
'정신과 외진'
뙇!!!!!!!
나 그 다음날 외진 나가서 정신과 전문의 군의관 만났는데
장장 7시간동안 면담한 끝에
그 호로쉑........'판정 불가' .............-_-
훈련소로 복귀 해서 나는 다시 하루종일 중대장과 면담을 했어.
그게 일상이 되버렸지.
4일째 그 일상이 반복되자 나도 지치더라고.
그래서 그냥 "예 맞습니다" 라고 말 할까.......도 했었어.
근데 억울하잖아.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아서 억울한게 아니야.
진실이 아닌걸 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잖아.
그래서 제안을 했어.
"제가 사겼던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야 믿으시겠습니까?"
"남자친구가 아니고?"
"여자 맞습니다."
"있긴 있었냐?"
"예 확실히 있었습니다."
"쎽쓰는?"
"당연히 했지요."
"근데 어떻게 나갈래?"
"아......"
결국 그 여자친구 집에 군용 짚차를 타고 갔어.
가기 전에 중대장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
"XX야 내가 군대 왔는데 이런 오해를 받았어. 지금 이걸 해명해줄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
만나서 간단하게 몇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헤어진게 좀 어중간하게 헤어진... 그러니까 그냥 서로에게 소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진....
그런 사이라 무덤덤하게 허락 하더라고.
일사천리였지.
갔고
만났고
물었어
"했냐"
"했다"
"몇번?"
"그런거까지 말해야 하나요? 헤어진 사인데 그런거까지 묻는거 보면 군인도 할일 드럽게 없네요"
정말 토시 하나 안빼고 저렇게 말했어 그친구가.
암튼 중대장은 협조 감사하다면서 문상을 내밀었지만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고
뒤돌아 가는 너의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 훈련소로 돌아와
중대장실에서 마주한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어.
불편했지.
한참동안 커피를(훈련소에서 커피 먹은놈 나밖에 없음)몇잔이나 마시고있는데.
"미안하다." 그러더라고.
"아닙니다. 그녀석이 워낙 약해보여서 제가 챙겨준다는게 그만 이런 오해를 불렀습니다."
변하는건 없었어.
나는 변함없이 녀석을 챙겨줬고
훈련은 무사히 마칠수 있었어.
사단장표창과 포상휴가와 함께....
그녀석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궁금하네...
택만....정택만...
찾을려고 해도 찾지도 못하겠고.
택만아. 혹시 너 오유 하면 우리 연락좀 하자.
P.s 음슴체를 뛰어넘은 '다정다감체'
요즘 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반말이 기분나쁘신분들께 죄송합니다.(_ _ )
오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저는 동성애를 나쁘다 생각해본적 없습니다.
본문에서도 오해가 기분나빴던 거지, 그게 동성애여서 기분나빴던데 아닙니다.(_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