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늦게 끝나서 약속에 늦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막 뛰어가고 있었어요.
그날따라 평소 안 신던 검정색 하이힐을 신고
어찌된 일인지 퇴근하며 보니까 신고있던 덧신은 슬리퍼랑 같이 벗어놓고 왔는지 맨발이었죠.
서둘러 뛰어가는데 발 뒤꿈치가 아팠어요.
그래도 뛰었는데 가로등을 막 지나가고 있었죠.
근데 제 뒤로 귀에 익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림자를 보니 어떤 남자가 한쪽 어깨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고 뛰어오고 있더군요.
휘파람을 불면서요. 택배인가..그래도 밤길 골목이라서
무서운 생각에 잠시 멈칫했는데 그 그림자속 상자에서 남자가 낫을 꺼내더라고요
그리고는 순식간에 제 왼쪽 목으로 낫을 휘둘렀습니다.
아주 순간이었고 전 아프지도 않았어요.
다행히 제 머리가 길고 머릿결이 뻣뻣해서
한번의 낫질에 목을 베이진 않았어요.
전 목을 베인것처럼 쓰러지며 죽는 연기를 했어요. 진짜로 죽을까봐요.
쓰러지면서 그사람 얼굴을 또렷이 봤고 그사람은 얼굴이 하얗고 마른편이고 눈 끝이 날카로웠어요.
입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저를 보았죠.
낫 날이 둔탁한 느낌이 들었고 제가 쓰러지자 남자는 2시 방향으로 몸을 돌려 뛰어갔어요
그때 오토바이 한대가 지나갔고 전 세탁소에 주려고 미리 꺼내놓은 지갑에서 신분증이 떨어져
나중에 그 신분증을 보고 그 남자가 찾아올까봐 무서워서 주워들었죠.
그 남자는 2시 방향으로 걸어가는 머리가 새하얀, 백발의 할머니 두분의 뒤를 좇아 뛰어가는 것 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 쭈구려 앉아있는 저를 향해 다시 낫을 들고 뛰어오는 거였어요.
전 이제 정말 죽는구나 생각하니 소리도 안 나오고 다리가 굳어 일어나지도 못했지만
잠에서는 깨어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