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 없다. 아이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른바 4년제 대학이나 '명문대'에 진학하기 어려워지고, 취업 때도 불리한 위치에 선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자녀 세대 또한 돈이 없다. 이들의 자녀도 같은 일을 겪는다.
빈곤의 대물림 구조다. 부모 세대의 경제력 양극화에서 빚어진 교육양극화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일 뿐 아니라 고스란히 자녀 세대의 경제력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부유한 가정은 사교육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사교육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의 경제력 양극화서 빚어진교육 양극화는
고스란히 자녀 세대의경제력 양극화로 이어져
통계청이 지난해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구당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이 커졌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4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응답도 85.3%에 달했다. 반면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6만8000원가량에 불과했고 사교육 참여율도 35.3%에 불과했다.
5일 한국개발원(KDI) 분석 등을 종합하면 고소득층 자녀의 성적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KDI 분석으로는 가구 소득이 100만원 상승하면 영어 2.9점, 수학 1.9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 결과로 연결된다. 고소득층은 대학 진학률과 명문대 진학률 등 분석된 전 분야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경제력과 직업 등을 종합해 10등급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상위 9개 대학 진학률은 1등급이 10등급의 15배, 4년제 대학 진학률은 2배, 30대 대학 진학률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사교육비 제공뿐 아니라 부모의 '면학 지도' 능력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 교육까지 교육격차가 점점 벌어지면 계층이동 기회는 줄어든다. 지난해 고졸 직장인의 월평균 급여는 200만원가량인 반면 대졸 이상 직장인의 급여는 310만원에 달해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수직 상승하는 대학 등록금과 각종 영어학원 및 원서대금 등 학비와 취업준비 비용도 만만찮다. 여기에 취업시장에서 명문대와 지방대 등을 구직자의 '스펙'으로 평가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취업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빈곤'이 자식에게도 대물림될 것이란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로는 '자녀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지난해 42.9%에 달했다. 2년 전인 2009년 조사 때 30.8%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자녀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41.7%에 그치면서 '별로 없다'는 답변보다 적었다.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이런 역전현상은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이전에 없던 일대 사건"이라며 "사회적 이동성에 관한 비관적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도 58.7%로 2년 전 48.1%에서 대폭 늘어났다. 사회적 '포기 심리'가 확산되고 계층 간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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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원·유희곤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