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이었나.. 와이프와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숭례문(남대문 아니외다!)을 지나는데, 거기가 오거리라서 좀 복잡해요. 직진 신호를 받고 가는데, 여기가 오거리라서 직진 방향이 두 차도거든요. 제가 탄 버스는 그 중 오른편 직진선, 문제의 스포티지는 왼편 직진선이었어요. 순조롭게 가는데 갑자기 오거리 한복판에서 문제차량이 경로를 바꿔 이쪽 차선으로 끼어들더라구요. 근데 속도나 공간의 여유가 없어서 버스는 양보없이 ㄱㄱㅅ..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양보를 못받은 스포티지가 버스 뒷편으로 이동하더니 크게 버스를 돌아 갑자기 오른쪽에서 등장! 속도를 내더니 갑자기 버스 앞쪽으로 확 끼어드는 겁니다. 버스기사님의 시야가 미치기 어려운 곳이라 여지없이 받아버리고 말았네요. 버스의 오른쪽 앞 모서리와 스포티지의 왼쪽 앞 모서리가 닿아있고, 버스의 앞문이 스포티지에 완전히 막힌 상황..
버스기사님이랑 문제차량 개념없는 놈이랑 실랑이가 시작됩니다. 저는 집에 이 시간에 가면 애들 자기 전에 들어갈 수 있는데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니 짜증과 분노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부딪힌 차량 둘은 현장 보존을 위해 오거리 한복판에 서 있고, 15명 남짓한 승객들은 버스 문까지 가로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문제차량의 덩치좋은 젊은 남자와 여친으로 보이는 사람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며 지들끼리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지랄입니다..
분노게이지는 계속 상승하고, 약 20여분 후에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더니 어서 차부터 빼라고 하는 경찰. 문제의 두 남녀는 이제서야 차에 타며 안전벨트를 주섬주섬 챙깁니다. 열린 버스문에 걸터 서 있다가 바로 눈 앞에서 안전벨트 챙기는 꼴을 보고 분노 1차 폭발.. "수 십명이 버스에 갖혀있고, 수 백 대 차량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어디 지들 안전벨트를 챙기고 지랄이야! 잽싸게 차 안 빼?!" "아니 X발 당신은 뭔데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닥치고 차부터 빼라니까 미친색X야!"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문제아, 아니 문제차량 운전자는 차를 길가로 뺐고, 버스도 그제서야 차를 빼고 승객들이 내렸습니다. 경찰은 버스기사와 문제차량 운전자에게 사고 정황을 듣고 있는데, 버스기사님이 말씀을 명확하게 잘 못하시길래 제가 끼어들었습니다. 2차 분노는 얌전히, 조곤조곤하게..
"...이래저래 해서 사고가 났고, 스포티지 차량 운전자의 양심이 지나치게 부족한 상태니 버릇을 확실하게 고쳐 주시기 바랍니다." "아 이건 쌍방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일방적 처벌은 어렵습니다." "정황은 자세히 말씀 드렸지만 이 사고는 보복운전에 의한 사고입니다. 스포티지가 진행한 방향, 부딪힌 각도를 보면 아실 것 아닙니까. 보복운전이라는 단어를 경위서에 기록하시면 처벌 가능하죠? 보복운전 맞습니다. 제가 증언해 드릴테니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 하면서 명함을 건넸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원칙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반드시 보복운전이라고 주장하라고 버스기사님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나서 명함을 드렸습니다. 문제차량 두 커플은 찍소리도 못하고 보고 있더라구요. ㅋㅋ
그 후 사고가 어떻게 종결이 났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하지만 제3자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원활한 방향으로 해결됐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짜증을 참지못해 피해를 끼친 문제차량 운전자가 이번 일을 계기로 호되게 혼나고 버릇을 고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