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대상으로 쉽게 씁니다. 어차피 저도 프로는 아님.
**따라서 수식/그래프 등 엄밀한 분석은 지양합니다.
***자세한걸 원하시면 댓글이나 다른글로 요청해주세요. 시간되면 아는데까지는 답해드립니다.
공기저항이 없다고 가정하면 하늘에서 깃털을 떨어뜨리든 돌덩어리를 떨어뜨리든 같은 속도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깃털과 돌덩어리가 떨어질 때 지면에 가해질 충격량은 큰 차이가 있고, 현실에서 깃털과 돌덩어리가 같은 속도로 떨어질 리도 없지요.
이러한 사실은 경제학에서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장을 현실로 끄집어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렇게 현실과 이론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시장의 한계와 실패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한계와 실패는 각각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말해두겠습니다. 한계는 본래부터 달성하지 못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실패는 달성가능한데 현실이 이론과 달라서 달성하지 못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죠.
대략적으로 형평성에 관한 부분은 한계, 능률성에 관한 부분은 실패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제 배움이 이걸 일일이 다 확실하게 나눌 정도로 깊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둘을 묶어서 다루는게 보통이니 이하에서 특별히 구분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한계와 실패가 다른 것임은 숙지해두시길 바랍니다. 실패는 잘 고치면 문제가 없게 할 수도 있는거지만 한계는 애초부터 보장할 수 없는거라서 해법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지금까지 명시적 암묵적으로 가정해왔던 모든 부분이 문제가 됩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시장을 이루는 사람들이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죠.
이론상의 시장에서야 모두가 모든 상품의 정보를 빠짐없이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방금 사먹은 만두에 발암물질이 들었는지, 어제 산 마늘밭에서 현금이 묻혀있는지, 한달 전에결제한 자동차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건 전혀 모릅니다.
이러한 정보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더라도 넘어야 할 난관은 아직 많습니다. 제일 먼저 부딪치는 문제가 일명 외부성의 문제인데 환경문제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겁니다.
아무런 규제도 없다면 길거리에 쓰레기를 내다버리는데 드는 기회비용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내 집에서 치워서 얻는 효용이 그보다 큰 것은 자명하고 냄새가 나건말건 남의 집 문앞에 갖다버리건 나 자신의 만족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이야기죠.
이처럼 자신이 지불할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자신이 얻는 만족과 사회적으로 얻는 만족이 일치하지 않을 때 외부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말한 시장의 논리를 따라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시장외적인 부분에서 규제가 필요해지는 부분입니다.
이런 외부성의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정부에서 적당한 세금을 물려서 사회적인 비용과 개인이 지불할 비용을 일치시키거나 소유권을 조정해서 문제를 내부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남긴 하죠.
그럼 외부성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이제 시장은 멀쩡히 돌아갈 수 있느냐? 아니요 아직도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독과점이라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독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급독점만을 이야기하지만 수요독점이라는 개념도 존재합니다. 어느 쪽이든 본래 우리가 생각한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가장 효율적인 가격과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이며, 근본적으로 생산하는 재화의 성질이나 기술 그 자체에서 나오는 문제인지라 시장 스스로 해결 못하는건 매한가지이며 누군가가 시장 외부에서 적당한 가격통제를 해주면 비로소 본래의 시장과 근접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성의 문제와 같이 이때도 또한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 말한 독과점이나 외부성 문제를 어떤 위대한 통치자가 있어서 적절한 세금 등으로 모두 해결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번에는 시장을 둘러싼 상황자체가 불안정하고 균형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됩니다.
경제학에서 시장이 균형이라고 할 때는 시장 내부적인 힘들이 균형을 이룬다는 말입니다. 즉 시장외적인 요소인 기술발전이나 생산성향상, 자연재해, 루머로 인한 선호의 변화 등등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수요와 공급은 움직이고 균형은 계속 변화합니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너무나 흔치않게 일어나고, 생산량과 가격이 변하는 속도가 균형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한 완벽한 시장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시장은 시장을 구성하는 이들에게 형평성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시장은 확실히 그 시장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이득을 주긴 하는데 그 이득의 크기를 똑같이 만들어주거나 하진 않지요.
착각하면 곤란한 것은 그렇다고 시장이 반드시 형평성을 해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관계한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현실에서 시장이 불공평해 보이는 것은 힘있는 사람이 이득을 흡수해가는 행태가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이지 시장 자체가 형평성을 해치는 기능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시장실패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대공황이나 요즈음의 경제위기는 시장실패가 아니냐? 이 글에서 그런건 설명이 안되는것 같은데? 라고 말하신다면 여러분이 경제위기라고 말하는 상황은 단순히 환경의 변화로 최적생산량이 변동하는 것일 뿐이라고 보며, 그 환경의 변화란 것이 신용부문에 대한 부정적 기대심리, 정부의 삽질 등이 포함된 것이라 단순한 시장실패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제가 제일 처음 언급한 불완전한 정보 탓에 수요공급이 교란되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시장실패에 포함시켜도 좋습니다.
이런 결함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왜 시장경제체제를 쓰느냐, 그건 이게 그나마 다른것보다 낫기 때문이죠. 현실에 집어넣으면 좀 삐그덕거리긴 해도 기름칠 좀 하고 살살 잘 굴려보면 다른 어떤 체제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불완전한 시장따위 못믿겠다고 안쓰고 따로 사람 손으로 잘 분배해보시겠다는 분들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지난 근 백년간의 역사가 증명해주죠...
그럼 다음엔... 아직 뭘 할지 못정했네요. 생각나면 합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