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는 노상의 토한 흔적에 핀 꽃을 무표정한 유녀 보듯 하다가
또 하루는 배를 깐 채 나뭇가지 쥔 거처럼 죽은 새를 풀 속에 던지고
또 하루는 노파가 끄는 수레를 앞질러 걷다가 모난 돌을 차내고
여느 하루도 고만한 노릇으로 차려진 디딜 틈들이 그렁저렁 둘러볼만하더군
2.
옥상의 야경 속에서 무심코 달을 모시는 신도처럼 말했다
당신들은 이 소란스러운 섬광을 살아내는구나 하고 그리고
막연히 내민 한 손에 공기로 된 그릇을 떠받친 손가락 사이로
느리게 흘러내리는 긴 천의 춤을 환각하면서
치성하는 심금으로 달빛의 초라함을 아쉬워했다
3.
자애로움이 늘지 않음을 심려한다
4.
여러 해에 걸쳐 그는 겨울에도 안 얼어죽는 게 용한 길거리 광인이었다
내 가난한 동네에서 오다가다 보이면 꼭 혼자서 싸우는 혼잣말을 하는 자
그에게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막 구운 감자를 호호 불어준 어매가 계셨으리라
5.
털 빠진 괭이가 잔명을 아는지 그 한쪽 남은 눈초리는 영 무심하다
그래서 차디찬 바람을 피하지도 않는 경지가 된 게냐
오늘 밤 부지할 곳을 찾거라 손을 저어본들
가누지 못할 몸 자리를 정한 듯 경계조차 없다
숨어 다할 바엔 저 달의 눈에 들어보겠다는 공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