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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소설 변희재 <변희재 비긴즈>
게시물ID : humorstory_325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질투는나의힘
추천 : 2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01 16:22:09




※본 소설은 100% 픽션이며 실제 인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89년의 어느 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연방이 흔들리며 자유의 물결이 번져가던 시절

전두환 정권이 물러가고 우리에게도 드디어 민주화의 봄이 오려나 생각했지만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다시 군사정권이 집권해 버린 역설의 시대

통기타를 든 청년들과 깃발을 든 청년들이 공존했던 모순의 시대


그 혼란의 시대에 어린 소년 희재는 그저 착하고 순진한 중학생일 뿐이었다.


"다녀 왔습니다."

"희재야 내일은 나랑 어디 가자꾸나"

"어디에요?"

"허허 가 보면 안다."


공부 뿐 아니라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던 그의 아버지는 서울대학교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어린 희재를 데리고 갔다.거기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무대의 단상에는 한쪽에는 나이가 지긋이 있어보이는

교수님 풍의 어르신 셋이 앉아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 세사람이 있었다.


"희재야 공부만이 중요한게 아니란다. 우리가 시대를 살아가려면 많은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해

책을 보며 외운 지식도 중요하지만 니가 직접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은 너의 진짜 피와 살이 될꺼야"


이윽고 토론이 시작되었고 설전이 벌어졌다.

한쪽이 주장하면 다른쪽은 반박하였고 고성이 오가며 손가락질을 하였고

그에 따라 청중들의 반응도 환호에서 야유로 그리고 다시 작은 웃음으로 그렇게 계속 바뀌어 갔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몰라 그냥 듣고만 있던 희재의 가슴은

파도처럼 일렁이는 청중들의 반응에 동조하듯 점차 뜨거워져 갔다.


"아닙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친일파가 아니라 관동군 소위로 있으며

중국 공산군인 팔로군과 싸웠습니다. 공산당과 싸운 사람을 어떻게 비난하느냔 말입니다!"


다소 거만해 보이는 대머리 교수가 소리높여 말하자 잠시 주위가 조용해 지며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때였다....잠시의 정적이 흐른후 나온 한마디


.......예컨데........


"그러면 공산주의와 싸운 히로히또야 말로 민주주의의 투사였겠네요? 박정희는 혈서를 쓰고 일본군 장교가 된 철저한 친일파이며! 

독립 후에는 남로당 군책으로 활동한 빨갱이며! 아주 철저한 기회주의자 였습니다! 그리고 헌정을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민들의 자유를 유린한 독재자였습니다!

이런 친일,친북,반민족,반국가 행위자를 비판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외치고 우리 국민의 자유를 외치겠습니까!"


겉보기에 조금 왜소해 보이는 청년....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뜨겁고도 가슴을 뒤 흔드는 메시지


다시 장내가 조용해 졌다. 

그러나 그 침묵은 부정과 허탈의 침묵이 아니라는 것을 거기에 있는 모두가 다 안다.

마치 도화선을 타들어가던 불꽃이 막 사라져 버린 점화의 순간 

그 순간의 침묵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여기 저기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박수와 함성 소리에

토론은 재개 되지 못하고 나이 든 토론자들은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갔다.


어린 희재는 박정희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뜨거워 지며 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닦아도 닦아도 멈출줄 모르는 눈물은

어느새 희재의 마음까지 흠뻑 적셔 놓았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바로 진.중.권


희재는 토론이 끝난 후 관계자를 찾아가 패널들에 대해 물어 보았고

주최측과 주변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몇번이나 묻고 물어서 그 남자가

토론에 자주 참여 했다는 것과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그날 이후 희재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가 다닌 서울대 미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하게 된다.


1994년

그토록 그리던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희재는

그날의 뜨거운 감격 이후 사라지지 않고 가슴속에 새겨진 그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토론에 유능한 젊은 청년 대 일개 철부지 중학생이 아닌 

미학과의 선배 대 후배로

지성을 갖춘 지식인 대 지식인으로 

뜨거운 가슴을 가진 남자 대 남자로 당당하게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이제는....만난다.....

만나고 만나고 몇번이고 만나서 그와 며칠 밤을 새 가며 뜨거운 토론을 하고

그 뜨거운 열정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와 함께 높은 곳을 향해 나아 갈 것이다."


그러나 그토록 만나고 싶던 그 남자는 한국에 없었다.

진중권은 베를린 유학중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만나서 무엇하리......

내가 그와 토론할 자격이 있을 때 그 만남이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나의 실력을 갈고 닦자"


희재는 베를린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시 한번 높은 곳을 향하여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1999년


“형 뭐라구요? 진중권씨가 귀국한다구요?”

“그래 다음주 화요일에 귀국 한다던데 왜? 너도 중권이 아니?”

“아니요 그건 아닌데 예전에 이야기를 들어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래 너라면 잘 통할지도 모르겠다. 걔도 토론하고 논쟁하기 좋아하거든”


다음주 폭우가 쏟아지던 화요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희재는 아침부터 김포공항에서 기다렸다.

그날 토론에서 본 이후 처음으로 그를 직접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희재의 마음은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 거렸다.


베를린 발 비행기가 오후 4시나 되야 도착한다는 것을 공항에 와서야 알았지만

그간의 기다림에 비하면 그 몇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폭우로 연착되지 않을지....혹시 사고라도 나는게 아닐지 하는

온갖 걱정들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16시 30분 도착 베를린발 서울행 비행기가 지금 도착하였습니다”


방송이 나오자 희재는 심장은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격하게 뛰고 있었다.


"드디어.....드디어 그가 한국에 온다......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수 많은 인파들이 게이트를 빠져 나왔고 변희재는 행여나 그를 지나칠까

연신 두리번 거리며 사람들을 확인 하였다.


그때 멀리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너무 멀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희재는 그라는 것을 본능 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뜨거운 열변을 토하던 그 청년......

자신의 가슴을 뒤 흔들어 놓았던 그 청년.....

비록 10년이 지나 그의 외모는 조금 변했지만

그 남자는 분명 그토록 희재가 만나기를 열망하던 진중권이었다.


30m......20m..........10m.............

점점 다가 올수록 희재의 가슴은 요동쳤고 몸은 연신 감격에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앞을 지나쳤고 그대로 멀어져 가는 진중권을 보며

희재는 89년 그날의 눈물을 다시 흘렸다.


드디어 진중권을 다시 보았다는 감격에 이미 진중권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몇십분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오직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공부하고 토론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흐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몇 주 후

희재는 그토록 만나고 싶던 진중권을 직접 만나게 된다.


“아 이 친구가 글쎄 널 계속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 아니 절 아세요? 미학과 후배시라면서요 하하 11년 차이면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었을텐데”

“아니요 사실.....”


희재는 그 날 마치 신부 앞의 죄인이 되어 고해 성사를 하듯이

중학교때 처음 보았던 일과 진중권을 만나기 위해 미학과에 들어온 것이며

그의 행적을 좇기 위해 그가 몸담았던 여러 토론 동아리와 모임들을 전전했던 일 등

그를 만나기 위해 그와 이야기 하기 위해 살아온 모든 흔적들을 낱낱이 털어 놓았다.


진중권은 원래 그닥 감동하지 않는 성격이었으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 하는 희재의 진심어린 마음에 감동하여

그날 저녁에 있을 인터뷰 약속도 다음날로 미루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토론을 좋아하던 그 둘의 성격 또한 비슷하여

시간이 날 때면 둘이 만나 정겹게 술을 나누며 토론으로 밤 새우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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