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자 : 천리안 아이디 UPLOVE ------------------------------------------------------------------------------------------------ 얼마전에 천리안에 가입을 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군대유머게시판에서 이 글을 발견했다.
왜 진작에 이런 보석같은 글을 발견하지 못했던가 후회하며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아마 올1년동안 이렇게 포복절도하며 허파가 땡기도록 웃어보기는 처음이 아닌가싶다.
이 감동이 다 식기전에 이 곳에 이 글을 그대로 다시 올린다.
그리고 뭐 마음같아서는 어떻게 첨부파일형식으로 올리고싶지만 워낙에 내가 컴다루는 실력이 하수급이라 그냥 텍스트로 전부 올려놓는다.
아래의 글은 천리안의 군대유머란에서 퍼온 글이며 예비역내지 현역복무중인 분들은 더 할 나위없이 재미있게 읽을수 있겠지만 군미필자분들께는 별로 재미를 못 느끼는 글이 될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난 정말 이 초엽기적인 고문관 M사병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군대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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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도 거의 10개월이 지났을 무렵, 아주 부담스러운 신병이 전입해왔다.
생긴건 얼굴 긴 성성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서른 살이란다.
왜 이렇게 늦게 온걸까. 가냘픈 몸매에 벌써부터 검버섯의 흔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어깨는 약간 좁고, 배는 아주 조금이지만 가슴에 비해 눈에 띄게 나왔다.
미국에서 전도사 하다가 왔다고 한다.
전도사까지 했다니, 뚜렷한 인생관을 가지고 열심히 군생활할 거라고 믿었다.
그때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서, 존대를 해야 할지 참 걱정이 많았다.
말년 고참들은 '요'자를 붙여 반말 반, 어설픈 존대 반..
다른 포대 아저씨들과 이야기 하듯이 대했다.
아직 군생활 좀 남은 고참들은 '군대에 오면 새로 나이를 먹는다'며, 군대 나이를 적용해 완벽한 쫄따구 취급을 했다.
군대는 계급사회이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밥이 안돼서 말을 붙여 볼수는 없었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조용하게 있는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이건 우리 포대원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그 아저씨가 전입오던 날, 가벼운 사건이 생겼다.
추후에 일어날 사건들에 비하면 이건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다.
#1
전입 신병은 당연히 대대장 면담을 하게 된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지만, 신병에게는 무척 어렵고 껄끄러운 일이다.
이제 막 짝대기 하나 달고, 자대에 왔는데 오자마자 중령과 맞닥드리면 얼마나 쫄겠는 가...
긴장한 나머지 '편히 쉬어'라는 말을 듣고도 각 잡고 부동자세로 목소리는 참 우렁차 게 내며 위장군기 잡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M 사병은 달랐다.
대대장 면담...
대대장 : 그래, 자대에 온 기분이 어떤가?
신병 1 : 이병 △ △ △! 낯 썰지만, 열씨뮈 하겠쑵니두아!
신병 2 : 이병 ○ ○ ○!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빨리 적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대장 : 너는 어때, 나이 먹고 군대와서 고충도 있겠지만, 잘 할 수 있겠지?
M 사병 : (게슴츠레한 눈으로) ...에... 첫술에... 배 부를리... 있겠습니까... 음...
대대장 : ......-_-; (얘 뭐야?)
그는 말을, 설교하는 기분으로 아주 느릿느릿 중간에 기침을 섞어가면서(기관지가 안 좋은가 보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포대장은 이제 겨우 봄기운을 찾은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또라이다. 우리 포대로만 오지마라.'
신병들은 각 포대로 배치되었고, M 사병은 우리 포대에 오게 되었다.
포대장 면담...
포대장 : 애로사항 있나?
신병 1 : 이병 ○ ○ ○! 없습니다! 열심히 적응하겠습니다!
포대장 : 너는?
M 사병 : ....음음..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는데...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 한테 반말 듣기가 좀... 막내 동생뻘도.. 안되는데.. 그게...
포대장 : 이 쉐이야! 내가 존대말 써주까!
M 사병 : 에... 그게 아니라...
포대장은 M 사병보다 3살이 어렸다.
이건 아주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미국에서 꽤 살다 온 것으로 아는데, 우리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계급사회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으며, 근거로 남을만한 진술서나 기타 글로 남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갈굼당할라치면, 요리조리 빠져나갈 변명해대기 바빴고, 말도 안되는 궤리를 늘어놓으면서 주제를 벗어나 상대방을 정신착란상태에 빠뜨렸다.
처음 자대에 와서 고참한테 말대답하다가 뒤지게 깨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일이 잘못되어 갈굼당할때, 그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변명하지 못한다.
고참이 이야기 하는데 멋모르고 말을 잘라 제 이야기를 해대면 죽음이다.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분통터져도, 분위기 식은 다음에 조용히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M 사병은 주특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말대답을 넘어, 고참을 설교하려 든다.
고참들은 이 특이한 M 사병에게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2
고참 1 : 아저씨, 뭐하다 늦었어요? ('요'자를 쓰는 걸 보니 밥이 좀 되나보다.)
M 사병 : 이병.... M...
고참 1 : 차...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옴.)
갖 전입온 신병의 관등성명.. 이것은 전역할때까지 군생활의 질을 좌우한다.
고참 1 : 이병 뭐.
M 사병 : 이병.... M... 사..
고참 1 : 사 뭐..
M 사병 : 이병... M 사병..
고참 1 : 장난하냐?
M 사병 : (짐짓 놀라는 척하며) 아.. 아닙니다아..
고참 1 : 미국 살다 와서 그러나?
M 사병 :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다. 제법 여유있는 자세도 취해본다.)
이쯤 되면 각잡고 앉아서 전방 15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갈까 통빡 굴리기 바쁜데.. M 사병은 전혀 분위기 파악못한다.
고참 1 : 열심히 하세요. 나는 일주일만 있다가 갈께요.
고참 2 : 야
M 사병 : 이병.. 우물쭈물
고참 2 : 야!
M 사병 : 이병 M.. 우물..
고참 2 : 야이 씨알넘아, 그게 목소리야! 신병맞냐 개쉐이야!
M 사병 : (어린 놈들한테 욕이나 듣고 미치겠구만...)
이런 표정이었다.
고참 2 : 나이 대접 안해줘서 그 지랄이냐?
M 사병 : 아... 아닙니다...
고참 2 : 군대 오면 계급이 우선이야. 사회에서는 내가 형님이라고 해야 맞지 하지만, 여긴 군대고 군대 나이로 계산해야지.
M 사병 : ......
고참 2 : 짬밥먹고 대접 받으려면 똑바로 알았어, 쌍넘 쉐이!
M 사병 : (내무실 바닥에 시선을 꽂고 괜한 울상을 지어본다.)
고참 2 : 말자 말어...
대충 이런 일이 있었고, 덕분에 짬밥 좀 되어가는 일병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식은땀 을 흘려가며 생활해야 했다.
일병들이 그늘진 곳에서 노력한 보람이 있었는지, M 사병은 조용조용 지냈고, 업무 이외의 일로 M 사병과 접하는 사병들은 점점 줄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3
평일 오후, 내무실에는 황병장(우리 분대장이었음)과 일병 두명이 사이좋게 짱박혀서 모진 작업을 뒤로 한채 호젓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쉬고 있었다.
M 사병 심심찮게 등장... 상관물대를 살펴보더니 왈, (그는 늘 가래끓는 노인의 음성이다.)
M 사병 : 아, 씨뽈! 도둑놈의 새끼들만 모였나!
평소, 조용조용한 늙은이 소리만 하던 M 사병이 내무실이 떠나가도록 외쳤던 것이다.
황병장과 그 외 두명. 너무나 뻥진 나머지 굳어 있다.
황병장 : 허... 허... 허...
어이없다는 황병장의 웃음소리. 그는 그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일병 1 : 미쳤어? 지금 뭐라고 했어?
M 사병 : 그게 아니라... 탄띠가... 없어졌잖습니까..
일병 2 : 야이 미친쉐이야, 밥도 안되는 쉐이가 내무실에서 그 지랄로 하나? 여기 있는 고참은 보이지도 않나보지?
M 사병 : 아, 그게 아니라... 저번에도 없어졌는데... 또 없어졌잖습니까...
일병 2 : 그럼 여긴 도둑쉐이들만 있냐? 이 쉐이 정신머리가 아주 썩었네. 네 보급품 관리 네가 똑바로 해야지. 보급품 관리 잘못해도 영창이얌마!
황병장 : (겨우 정신을 차리고) M! 너 그 나이 먹고 그렇게 밖에 못하나?
너 말고 다 도둑놈이라 이건가? 너 뭐야? 나이만 서른아냐?
너 집에서 빤쓰만 입고, 살대고 자는 사람 있어?
없지? 매일 이렇게 살맞대고 남자들끼리 사는 데 봤어?
다 가족같고, 형제처럼 지내는거 아냐? 머리속에 뭐가 들었나?
너 말고는 다 도둑이라 이거지...
M 사병 : 아니, ... 그럼.. 제 탄띠 좀 찾아주십쇼...
황병장 : (뻥....◎_◎;)내가 그런거나 찾을 짬밥이냐? 진짜 옛날 같았으면 너 맞아 죽었다. 네 분대 고참한테 말해. 참.. 허.. 허... 허...
참.. 신기한 넘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M 사병은 정말 신 기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자신을 아꼈다.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듯 했으며,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 같거나, 궁지에 몰리면 무조건 기억이 안난다, 그런적 없다, 미국에선 안그런다.. 등등.. 뭐라 말할 수 없는 초이기주의에 입각해 생활하는 그런 넘이었다.
전도사라는 것도 다 뻥 같았다.
차후에 들은 일이지만, 그는 부전공이 '상담'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남들에게 말도 안되는 궤리를 늘어놓으면서 설교를 하나보다.
#4
세월은 흘러, M 사병이 보초를 선지 몇일 지나서의 일이다.
대대 군종을 맡고 있는 임일병과 위병 근무를 서게 되었다.
임일병도 투철한 신앙심을 갖고 군생활을 하고 있는바, 심심하면 집합시간에 교회에 짱박혀서 자다가 걸리기를 수차례, 휴가중에도 영내 기독교 행사를 하기 위해 전혀 거 리낌없이 스스로 돌아와 행사를 치르는 등.. 군인이라기 보다는 완전한 기독인이었다.
그는 실제 상황이 벌어져도 교회에서 성경책 꼭 껴안고 기도하며, 짱박혀 있을 엄청난 인물이긴 했다. ...하지만, M 사병에 가려 그 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
위병 근무를 서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출입인원과 차량을 통제하는 것일텐데..
우리의 자랑스런 M 사병은 신분 확인도 안하고 간부라는 말 한마디에 연속으로 승용차 를 두대나 그냥 통과 시켰던 것이다.
당연히 그 책임은 사수인 임일병에게 돌아가고...
위병 중사에게 한 소리 들은 임일병. M 사병을 갈구기 시작한다.
M 사병의 끈질긴 말꼬리 붙잡고 늘어지기와 되려 설교하려 드는 M 사병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한 임일병. 욕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군종병의 입에서 욕설을 내뱉게 만들 정도였다.
M 사병은...
임일병 : 개쉐이야, 고참이 말하면, 응? 똑바로 들어야지, 응? 똑바로 햄마. 응?
M 사병 : 에.. 그게 아니라.. 군종이면서.. 욕을 하십니까?
임일병 : 그래도 말대답이야? 응?
임일병은 M 사병의 방탄헬맷을 손바닥으로 친다. 큰 타격은 없으나, 헬맷을 통해 전달되는 둔탁한 소리가 제법 크게 확장되어 들리고, 약간은 더러운 기분을 느끼 게 된다.
M 사병 : 아, 구타하는 겁니까.. 말로 하지.. 왜 때립니까...
임일병 : 이 쉐이, 응? 조용히 안해? 응?
참고로 임일병의 목소리는 가벼운듯 저음을 내며 약간의 콧소리도 가미되어 있다.
하지만, 기도할때와 찬송할때의 목소리는 정말 신앙심이 깊이 베어있는듯, 조용하지만 우렁참이 깃든다.
어느 일요일이던가...
의무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대북방송이 들려왔다.
주로 겨울밤에 많이 들리는데, 여름날에도 들려오는 게 아닌가.
'전기세가 내렸나. 갑자기 또 방송이야, 대낮에...'
알고보니 찬송하는 임일병의 목소리였다.
임일병은 차분히 분노를 가라앉히며, M 사병을 포기하고 다시 열심히 근무에 충실 한다.
M 사병 : 하이바 위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아.. 진짜... 얼마나.. 아픈데
임일병 : ......
M 사병 : 어떻게 이렇게.. 때리지.. 아.. 하이바 위로 맞으면 얼마나 .. 아픈지.. 아십니까...
오토바이 하이바 쓰고 맞아보라. 얼마나 아픈지... 개미만큼도 안아프다.
계속 나불거리는 M 사병.. 다시 불당긴 임일병.
재차 하이바에 손바닥을 날린다.
임일병이었기에 망정이지, 복싱을 전공한 나일병에게 그렇게 걸렸더라면, 당분간 의무 대에 입실해 있어야 했을거다.
M 사병은 연기자 지망생이었나 보다.
갑자기, 초소를 이탈! 영외로 이탈하려는 듯 뛰어나가다가 일부러 넘어진다.
그리고는 총으로 바닥을 '탁탁' 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M 사병 : 으으으.. 으으.. 사람 살려.. 으으으..
출중한 연기력!
그는 후에 간부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M 사병 : 죽일 듯한... 공포에 눌려, 고통받다가... 도저히 못참고... 뛰쳐 나가... 그만 넘어져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계속... 죽인다고 했습니다.
철망 깔고 머리통 두개만한 바위를 막 굴려서 채우고, 잘못하면 밑에 있는 넘은 머리 깨질지도 모른다.
바위를 잔뜩 집어 넣고 철망끼리 꼬아서 매듭 짓기도 종가 빡시다.
잘못하면 꼬다가 지렛대로 쓰는 쇠막대가 튕겨서 한참 뒤로 날라간다.
사투의 현장이다.
이 빡신 현장에도 M 사병은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 : 10분간 휴식! (이제 막 두자리로 접어들어 말년이다.)
어정쩡하게 돌나르던 M 사병.. 쉰다니까 괜히 더 열심히 하는 척 한다.
나 : 얌마! 쉴때 쉬고, 할때 해야지. 일루와서 놀아!
M 사병 : 에...
M 사병도 어느덧 상병 진급해 있었다.
...하지만, 하는 짓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지조가 있는 걸까...
J 병장 : M 사병, 요즘은 시리즈 안만드나?
1년여 동안 M 사병이 일으킨 크고 작은 사건들이 어느새 시리즈로 만들어져 부대원들 사이에 회자 되고 있었다.
하루에 한가지 이상 일을 벌여놓는 M 사병.
우리는 하루하루 새로운 M 사병 시리즈 듣는 걸 낙으로 삼을 정도였다.
이미, M 사병의 명성은 사단 내에 자자한 것 같았다.
타 부대에 용무가 있어서 갔었는데..
한 사병이 내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아무개 : 그 부대에 서른살 먹은 고문관 있다면서요?
나 : 어, 어떻게 알아요?
아무개 : 근데 그거 다 진짜에요?
나 : 뻥같죠? 전설같은 넘이에요.
아무개 : 아.. 그런 전설같은 고문관도 세상에 있구나..
이정도다.
J 병장의 농담에 M 사병이 지긋이 웃는다.
상병 달았다고 슬슬 여유를 부리나 보다.
어설프게 병장 고참들하고 농담따먹기도 하려고 했다.
물론, 끼지도 못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J 병장 : M 사병, 오늘은 시리즈 안만들었냐니깐?
M 사병 : (멋적은 듯 웃으며) 에..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우음.. 히.. ... 쉽지가 않습니다아.. 우음.. 히..
J 병장 : ...푸하하하하하하하
M 사병 : ...??
J 병장 : 쿠카카카카. 지금 이게 바로 시리즈여.
일동 : 아하하하하
M 사병 : 씨익-
이제 자신을 주제삼아 웃어도 관조할만 한가 보다.
제법 대견하다. 이제서야 적응하는 걸까..
일직하사 : 여어~ 콜라 먹고 해라!
일직하사가 음료수를 사 왔다.
우리는 모두 달려들어 짬밥대로 한모금씩 마셨다.
나 : 야야, 막내들 좀 줘라. 콜라 첨 먹냐?
M 사병, 너도 마셔. 자..
PET 병을 넘겨 받은 M 사병.
병 주둥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제 손으로 한바퀴 두바퀴 돌려 닦고나서 입에 댄다. 완전 밀착해서!!!!!
돌 나른 손으로 닦는 것도 부족해서, 병 주둥이랑 키스까지!
으으.. 100% 프렌치 키스다..
우리는 주둥이 근처에 대고 흐르는 걸 마셨는데..
나 : 얌마! 너 혼자만 마시냐! 입대고 먹어?!
M 사병 : 에.. 그게..
나 : 헐헐헐... 미치겠담...T_T
M 사병은 내 눈길을 쌩까더니 계속 콜라 나발을 불었다.
점점 대담해져가는 M 사병이었다.
실세의 눈길을 정면으로 쌩까고 할짓 다 하다니...
흑흑흑.. 더 말해 무엇하랴..
M 사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왠만한 일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니...
M 사병 때문인지는 몰라도 새치가 몰라보게 늘고 있다.
얼렁 전역해야지... 아직도 90대냐.. 아, 집에 가고 싶어.
**********
여기 까지입니다.
점점 가물가물해져 갑니다.
별로 재밌는 얘기는 아니지만...
M 사병 이야기도 슬슬 마무리 지어야 겠네요...
담에 또 뵙죠.
[UP]
#16
겨울이다.
내복에 방한내피 상하의에 두툼한 기타등등 옷을 다 끼어입어도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겨울이다.
이런 겨울 새벽에 보초를 서고 있다.
쫄따구에게 몇시냐고 계속 물었다.
10분은 지난거 같은데.. 겨우 1,2분 지났다.
시간 더럽게 안간다.
이 짬밥에 외곽 보초 서는 것도 열받는데 시간도 더럽게 안가고 얼어 뒤지겠다.
나 : 몇시냐?
쫄따구 : 예! 02시 15분 입니다.
나 : 우리 몇시까지 근무냐? (개말년이라 보초시간 같은거 안외운다)
쫄따구 : 10분 전에 지났습니다.
나 : ....
쫄따구 : ....
나 : 이눔 쉐이! 진작 말을 해야지!
쫄따구 : 하도 추워서 몰랐습니다.
나 : 우씨! 그건 그렇고 불침번이 어떤 쉐이길래 보초 안내보내?!
쫄따구 : 잘 모르겠습니다.
나 : 아 열받어! 일직사관도 성질 더러운 놈인데 전화하기도 그렇고
결국 15분을 더 서 있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보초 교대자들...
쫄따구 :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감자!
나 : 야! 다 때려치우고 얼른 교대해!
그 추운날 쌩으로 보초 25분을 더 섰으니 얼마나 열받았겠는가..
포근한 여름날 밤에도 5분만 늦어도 길길이 날뛰는 판에...
나 : 얌마! 불침번 누구였어?!
교대자 : 예! M 상병입니다!
나 : 허... 허... 우이씨! 이눔 쉐이
내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하이바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하이바는 내무실 바닥을 원바운드로 찍고 멀쩡하게 자는 놈 머리를
강타했다.
맞은놈 : 아, 띠볼! 뭐야~~ (열받아서 이성을 잃은 날 발견한다. 곧 쥐죽은 듯 자는척 한다.)
나 : 불침번! 어떤 쉐이야! 일루 튀어와!
M 사병 : 상병M사병. (제 잘못을 아는지 잽싸게 달려오는척 한다.)
나 : 너 뭐하는 쉐이야?!
**********
여기서 잠깐!
계절에 상관없이 교대자를 늦게 내보내면 불침번은 그날 종가 깨집니다.
특히 전 근무자가 끝발있는 고참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성질 더러운 고참은 자는 놈덜 다 기상시켜서 한따까리 합니다.
**********
M 사병 : 아, 시간을 미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으음..
나 : 야이 개쉐이야! 30분이나 늦게 내보내냐? 응?! 뭐하는 넘이야?!
M 사병 : 아.. 그게...
나 : 헉.. 헉.. (참자.. 참자.. 곧 집에 가는데.. 사고치면 안돼지..) 됐어. 가봐.
쉐이.. 너 불침번근무 제대로 못 섰으니깐.. 벌점이여.
내일 분대장 회의 시간에 건의해서 점수 깐다.
그렇게 알구 있어.
M 사병 : 아.. 그런게.. 전우애를 생각해 보십시오오...
나 : 왜, 너는 전우애 투철해서 그렇게 잘 꼬발랐냐.. 인제 나도 정식 절차를 밟아서 처리해야겠어. 근무 잘서라.
M 사병 : 에.. 그게 아니고...
나 : 인제 안면방해냐.. 이것도 명령불복종이다.. 하나 추가.
M 사병 : 아.. 차라리 때려주십시오.
나 : (하, 돌겠네.. 드디어 몸으로 때우는게 낮다는걸 좀 알았나) 미쳤냐, 너 치고 나도 영창가라고..
M 사병 : 아.. 아닙니다아.. 제가 때리라고 했기 때문에.. 구타가 성립이 안됩니다아..
나 : (그럴리가 있나..) 그래? 그래도 안해. 바로 보고다.
M 사병 : 아닙니다아.. 때려주십시오오.. 으음..
나 : 흉흉.. 몇대 맞을래?
M 사병 : (일단 벌점을 면했다는 게 좋은지 얼굴이 좀 환해진다.)
에.. 1대...
나 : 푸하.. 네가 저지른 만행이 1대로 무마될거 같냐?
M 사병 : 아, 한대라도 있는 히임껏! 때리면 돼잖습니까아..
나 : 잘못 때려서 다치면 어케 하냐?
M 사병 : 으음... ...... 괜찮습니다아...
나 : (이제 막 가는구만..) 어디 때려줄까?
M 사병 : 우음.. 살...
나 : 뭐? 살짝 때려달라고?
M 사병 : 살.. 많은데로 때려주십시오... 우음...
나 : 살.. 많은.. 데로..? ......
푸하하하하하하
너때문에 내가 미치겠다.. 아, 생각할 수록 돌겠네..
됐어, 꺼져.
M 사병 : 아.. 그래도..
나 : (쌩까고 잔다.)
M 사병 : 아... 살 많은데 때리면 맞을 수 있는데에... 우음... 보고는.. 좀.. 에...
M 사병은 밤새 편하게 잠을 못잤다.
진짜 보고하면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두려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거다.
다음날 오후, 벌점 건의를 했지만 포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이나 다들 알고 있는 눈치였다.
다음날 아침부터 새로운 M 사병 시리즈로 부대가 떠들썩 했기에.. "살 많은데로 때려주십시오... 우음.."
**********
살 많은 데로 이야기.. 여기서 접습니다.
흑.. 근데 별로 재미없었나 봐요..
조회수 대비 찬성수가 적네요.. 푸히히히
그래도 많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
하지만, 왠지.. 서운.. 재미없으면 NO 찍어주시지..
찬성 찍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세속의 인간..
찬성 한표에 기분 째지는군요..
다행이에요..
재미없다는 멜은 안 날라와서..
자.. 이제 M 사병 이야기도 마무리 지어야 겠습니다.
더.. 더이상 기억나는 사건이 없어서..
하루에 한건씩은 일을 만들던 M 사병인데.. 제 머리가 딸리네요..
다음 편 ' M 사병 이야기 - 11 ' 을 끝으로 M 사병 이야기 접습니다.
11편은 아직 군에 있는 M 사병 근황입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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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 동안 M 사병이 저지른 수많은 사건사고가 연일 부대원들에게 회자되고 있었다.
얘기는 흐르고 흘러, "M 사병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간첩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M 사병의 군대 잠입 목적은 다음 몇가지로 추측됐다.
1. 끊임없는 말대답과 투철한 개김성으로 고참들의 부아를 돋구어, 군경험이 제법 쌓인 고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군생활에 대한 회의를 주고.. 결국 고참들의 전투력 상실을 유도한다.
군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여 드디어 군에서 쓸만한 요원으로 성장한 이들의 전투력을 상실시킨다니.. 제법 날카롭다.
2. 후임병들에게는 고참에게 개겨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행동으로 인식시켜 하극상의 만연을 부추겨 군기강을 와해한다.
3. 이로서 군대의 단위 구성원인 사병간의 유대감을 깨뜨린다.
4. 간부들에게도 잊을만하면 나타나, 황당무계한 궤리로 상대방을 정신착란 상태에 빠뜨림은 물론, 얼토당토 않은 주제로 상담을 요청하여 한참 업무에 열중해야할 시간을 빼앗고.. 종래에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M 사병 정신차리게 해주기..' 라는 테마로 간부들이 늘 고심하도록 하여 군 지휘체계를 마비시킨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M 사병은 북한의 심리전 중대에서 파견된 간첩같다.
그 동안 M 사병의 초이기주의에 입각한 행동양식 및 어처구니없는 여러 사건들을 지켜보던 포대장이 드디어 지휘권을 발동했다.
'M 사병과 병장들의 대담'
병장 계급장을 단 모든 병사들을 한 내무실에 불러 모았다.
다들 M 사병 초토화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M 사병 등장..
포대장은 이번 포럼의 주제만을 제시해주고 구석탱이에서 지켜만 보았다.
주제는.. 사병들과 M 사병의 동화.
예상대로 병장들의 일방적인 뼈있는 말들이 쏟아졌다.
M 사병은 M 사병 답게 얼토당토 않은 주장으로 일관했다.
병장 1 : 너는 왜 혼자만 살려고 하나.. 같이 먹고 자고 그야말로 동거동락 하는데, 계속 이기주위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 인가
M 사병 : 그건... 개인주위인데.. 에..
병장 2 : 개인주의는 사회에서나 통하지 뭉쳐야 사는 군대에서는 불필요하 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혼자 산다는게 말이 되나 혼자 살려고 하는 자체가 이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M 사병 : 에.. 그래도..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병장 3 : 기본권은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다음에 주어지는것 아닌가
M 사병 : 다.. 잘.. 했는데...
병장 4 : ...다 잘 했다고.. 그럼 잘 했다고 치고.. 인정하긴 어렵지만.. 왜 고참이 충고할때 꼬박꼬박 말대답하면서 억지부리나
M 사병 : 잘 했다고 치는게 아니고 제가 못한건 없잖습니까아...
병장 4 : 그럼 고참한테 대드는건 잘 하는건가
M 사병 : 으음.. 그건.. 대드는게 아니라.. 제 의견을 주장하는거 아닙니까아..
병장 5 : 의견을 주장하는게 아니라 너는 꼭 주제를 벗어나서 헛소리만 하 잖아. 기억이 안난다는 둥.. 둘러대기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