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부 -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현정이와 뽀뽀한 간만에 호강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괜히 웃음만 나왔다.
생각해 보니 뽀뽀한 이 후부터 나도 몰래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 취한 그녀가 걱정되기도 했다.
- 집에는 잘 들어갔으려나? -
괜히 뽀뽀 한 번에 그녀와의 연인이 되었다는
소속감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에 잘 들어갔어?』
그리고 그녀에게서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휴대폰에 온갖 촉각과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 동안 답장이 없기에 침대에 누워서 베게 옆에 핸드폰을 놓고 가만히 누워
어떻게 나이를 밝히나 고민하던 중 문자음이 귓가에서 크게 들렸다.
타이슨의 전성기에 휘두르는 주먹처럼 정말 번개 같이 휴대폰을 낚아채서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앞뒤가 전혀 다른 번호 대리운전♬무료080500255 』
대리운전 스팸문자 이었다.
기다리던 문자가 아니라서 약간 짜증이 났다.
홧김에 대리운전에 장난 전화해서
"평양으로 고고!!"
외치려다가 참았다.
그리고 다시 누웠을 때 문자가 아닌 전화가 왔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그렇게 기다리던 현정이의 번호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말 태어나서 한 번도 내어 본적이 없는 달콤한 목소리를 내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웃음 섞인 목소리로 현정이가 말했다.
"뭐야~ 이 느끼한 목소리는~"
"목소리가 달콤하지 않어? ㅋ"
"웃기시네!"
"뭐야 기껏 일부로 목소리를 이쁘게 냈더니만~!"
"정말?? 나에게 잘 보이려고 목소리를 이쁘게 낸 거였어?"
- 아...왠지 낚인 기분인데... -
낚인 듯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정말 좋았지만
일부로 당황을 한 척하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 전화목소리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
"치~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집에 잘 들어갔는지 걱정이 되면 전화를 해야지 문자가 뭐야~"
- 음 이젠 내가 낚을 차례군..흐흐-
일부로 느끼하게 말했다
"그럼 여태 내 전화 기다린 거였어~~~?"
-이 정도면 당황하겠지?? 나이도 어린 것이 감히 오빠에게 덤비다니~-
당황하는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고 놀려주려 했는데 현정이는 콧소리와 애교를 섞어서 말했다.
"당연하지~!! 이제 나랑 만날 사람인데~~"
현정이의 이 말에 내가 더 당황했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생각을 해야 했기에 말했다.
"현정씨...그..럼 피곤 할 텐데..어서 자~"
현정이의 장난치려는 귀여운 투정을 나에게 부렸다.
"뭐?? 현정씨??? 주글라꼬!! 누나라 불러야지~~!!"
하지만 또 이 말에 감성적으로 변해가던 마음에 이성적으로 불을 댕겼다.
-아~!! 진짜 전화 끊고 화상 통화로 민증을 까버려줘~?!-
그러나 불타는 마음을 진정하고 또 진정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말했다.
"진짜 나 네게 할 말이 있으니 조만간에 보자~"
현정이의 귀엽다는 투로 말했다.
"보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하다니~ 귀여운데?"
어느새 그녀의 놀리는 듯 한 말투에 적응이 되어있는지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지고 적응이 되었다.
-벌써 내가 세뇌를 당했는 건가?? 위험한데..진짜 민증을 까야겠어..만나면..-
"그래 일단 언제 볼래?"
"그럼..음...내일은 내가 바쁘고..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어때?"
일단 만나서 민증부터 까고 싶었으니 시간을 까다롭게 정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그래 금요일 저녁에 보자...그 때 전화할께.."
"그래...잘자~ 영계~ 푸힛"
영계라는 말이 썩 듣기 좋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끊자 오늘 할일이 다 했는 것 같은
느긋함 때문일까 잠이 쏟아졌다.
다음날부터 괜히 콧노래도 나오고 괜히 기분도 상쾌하고 그랬다.
그런데 현정이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일하던 중 짬내서 전화해도 현정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어제 술 먹고 나랑 사귀자고 한 거 전혀 또 기억을 못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문자를 보냈다.
여러 번 문자 문구를 썼다가 지웠다가 하다가
전화해서 안 받아서 걱정이 됐다는 둥의 글귀를 보내면
괜히 내가 매달리는 거 같아 자존심이 상할 것 같고
일단 간단하고 무난하게 문자를 보냈다.
『밥 먹었나?』
잠시 후 답장이 왔다.
『ㅇㅇ』
동그라미 두개로 답장이 왔는데 이게 눈 동그란 그림인지
아님 "응" 이라는 단어에 실수로 모음 ㅡ 빠져서 왔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컴퓨터 하다가 한 번쯤 본 듯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ㅇㅇ 이라고 짧게 답장이 온 것을 보면 지금 무척 귀찮거나
아님 어제 실수를 했다고 느껴서 당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만의 여러 생각을 하고 나니 왠지 자존심이 상해 짧은 결심을 했다
-네가 연락올 때까지 절대 연락하지 않으리!!-
그 때부터 연락을 2일 동안 하지 않았다.
간간히 현정이가 생각나고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했지만,
휴대폰 화면에는 시계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현정이를 늘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목요일 저녁이 되었다.
-내일이 금요일인데...내일 만나는 건가..전화할까 말까..-
자존심이 센 편은 아니지만 나이를 잘못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보다 어린여자에게
또 숙이면서 연락을 취하기가 좀 껄끄러웠다.
얼마 전 나이 속이고 여자랑 만난 친구가 우리 집 부근에 살기에
경험자로써 면담이나 할 겸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가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왜?!!?"
"이 새끼 다짜고짜 왜는 무슨.."
"요즘 연애 한다며~"
한숨을 쉬며 푸념하듯 말했다.
"응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누나라 부르며 만나고 있어~"
"뭐~?? 히히히히히히하하 나보다 더 심한 넘이네~키키키 동생에게 연하로 속여??내가 한 수 배워야겠다."
"다 너 때문이야~!!"
여전히 친구는 숨 넘어 갈 듯 웃고 있었다.
"나이 속이는 건 니가 전문가니깐 내가 상담 받을 겸해서 너거 집에 갈께"
"그래~ 와라 ~ 술이나 한잔 하자~ 키키키키"
전화를 끊고 친구 집으로 갔다.
평소에는 내가 친구 집에 먼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상담을 해준다니 큰맘 먹고 친구 집에 갔다.
- 뭐 이 정도 접대쯤이야... 깜짝 놀라게 해서 놀려야지~?-
친구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고, 안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릴 때 큰소리로 양손을 뺨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외쳤다.
"까꿍!!!!"
그러나 이렇게 놀래키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내가 더 깜짝 놀랐다.
친구가 오래전에 이사를 했던 것이었다.
첨보는 아저씨가 팬티만 입은 체 어딘가를 북북 긁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요??"
"아...여기 맞는데..."
"뭐냐고~!!"
"아 죄송합니다.."
밖으로 도망치 듯 나와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막 웃으면서
이사를 한지가 3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가 바로 나온다며 예전에 같이 가던 술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먼저 그 술집으로 가서 친구를 기다렸다.
잠시 후 친구가 왔고, 간단하게 소주랑 안주를 시켰다.
소주 한두 잔 마시고 나서 친구가 말했다.
"그래~ 고민이 뭔데~?"
"나이를 어떻게 밝혀야 하나 그 거 때문에.."
나의 고민을 심각하게 듣던 친구가 장난이 치고 싶은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만나서 뺨따귀 한 대 찰싹 때리고 민증을 그 애 이마에 딱 붙여~ 큭큭"
"죽을래! 장난치지 말고~!!"
"아~~ 승훈이 놀리는 거 겁나 재미있네~"
"나이 밝히지 말까??"
"나는 어차피 오빠라 불리면서 나이차만 줄였던 거지만 너는 니가 오빠인데 누나라 불려야 하니.."
"그러니깐...어떻게 해야 해??"
"그냥 누나라 부르고 얻어먹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 조언 얻으려고 했던 내가 한심하다...으이그"
그렇게 영양가 없이 친구랑 술만 마시고 헤어졌다.
집에 들어가니 12시가 다 되어갔다.
-에이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
침대에 누워서 잘을 청할 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상당히 취했지만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기를 낚아채서 전화기 화면을 보았다.
태어나서 가장 빠른 반사 신경이였을 것 같았다.
잠재적으로 기다렸던 현정이 번호였다.
또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글래!"
-오늘 따라 주글래라는 말을 하기도 듣기도 많이 하는구나..-
다짜고짜 날 죽이겠다고 그녀가 말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혀가 꼬였다.
"왜?? 내가 현저엉띠에게 왜 죽어??"
"머야?? 쪼그마한 게 술 마셨나보네?? "
술이 취하니 나도 몰래 애교가 나왔다.
"앙~! 우리 쩡이 생각 하면서 한 잔 했지롱~"
현정이도 나의 애교가 싫지는 않은지 약간 피씩 거리며 말했다.
"머야~ 왜 이렇게 징그럽게 말해~ 그리고 그 동안 연락 안했어~!!"
"엥...문자 보내니깐..답이 없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