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말과 다를바 없이 한적한 피시방에서 경쟁전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피시방에는 오버워치 유저가 한 4명? 정도 있더군요.
제 자리 맞은편에 덩치 큰 두 형님들 (?) 이 앉아서 게임을 하시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혹시 저 사람들과 큐가 잡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큐가 잡히더군요. 같은 팀으로...
저는 맞은편에 앉아서 있었고, 그 분들은 리퍼와 메이을 하시길래 저는 아나를 픽했습니다.
(리퍼가 모스트... ㅠㅠ 양보함)
그리고 마이크로 오더를 하면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저희 팀 리퍼와 라인이 아나 뽕을 맞고 취해서 춤을 추더니 이기더군요.
끝나고 난 뒤에 같은 팀원들도 아나 오더랑 플레이가 좋았다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감사했죠. 혹시나 해서 맞은 편의 같은 팀이었던 형님들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살짝 헤드폰을 벗어서 건너편 형님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왜 이겼는지 모르겠다." / "아나가 잘해서 그렇다 뽕맞고 다 죽이더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씩 웃으며 지나쳤고, 다시 큐를 돌렸습니다.
이번엔 우연치 않게도 적 팀에 그 형님들이 계셨고, 저는 5솔큐와 팀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리퍼를 픽한 뒤에, 저희 팀원 분들께 위치 배분과 견제 오더를 드리고, 브리핑 하면서 플레이 했더니
그 형님들의 팀은 (아누비스 신전) A거점도 거의 못 뚫더군요... 딱히 막 브리핑을 하는 사람이 있지도 않은 것 같았고, 더군다나 감사하게도 저희 팀이 수비하는 동안 제 리퍼로 궁 대박이 3번 정도 터지니
맞은 편 자리에서 슬슬 대화소리가 커지더군요. 헤드폰을 한쪽만 벗어서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저 리퍼 어째 뚫노"
"리퍼만 아니라 파라도 개잘하네 ㅅㅂ.."
"야 저 리퍼 아까 우리랑 같이했던 애 아니냐, 아나 했던?"
"맞네... 리퍼 양보하더만 물 만났네"
하시더군요...
뭔가 떨리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한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데...
혹시나 제가 브리핑하는 게 (저는 바로 맞은편에서 거점 들어오는 대로 말하고 있으니) 들릴까봐
살짝 겁이 나기도 하더군요.
무튼 수월하게 승리했고, 그 형님들은 조용히 일어나 흡연을 하러 가시더군요.
뭔가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p.s. 그 형님들께서 흡연 후 다시 큐를 돌리시더니 "야 그 C뭐시기 적편에 또있다 망했다"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 형님의 친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네 아이디 다르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다행이다 ㅅㅂ 또 지는줄" 이라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