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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게시물ID : readers_378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과별
추천 : 1
조회수 : 4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1/11 07:39:08
1
아주 오랜만에 오유에 들어왔다. 워낙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7년만에 온 것 같다. 절대 와볼 일 없을 것 같았는데 우연히 구글에서 보여서 오게 됐다. 가장 먼저 책게가 떠올라서 온 김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2
나는 11년도에 오유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역시 워낙 오래돼서 기억은 안 나지만, 친구가 오유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몇 년쯤 활동했다가 코로나 때 지역감정 조장글이 베오베에 떡하니 올라오는 걸 보고 환멸이 나서 계정을 지웠다. 그 후 관성처럼 들락날락하다 아예 발길을 끊었다.

3
꽤 활발하게 활동했던 게 여기, 책게였다. 몇 년 전에 올라갔던 베오베 글이 아직도 남아있다. 방금 확인했는데 기분이 묘하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과 그만큼 변한것들을 떠올리니 조금 울컥... 하지는 않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런 걸로는 울컥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4
잠깐 돌이켜보면 당시에 흔히 볼 수 있던 말이 '일베나 오유나'였다. 나는 그 말을 싫어했다. 지금은 일베가 거의 사라진 거나 다름없지만(단어 자체도 굉장히 오랜만에보는 것 같다) 당시에는 동일선상에 놓이는 게 싫었다. 다만 계정을 탈퇴할 때는 일베나 오유나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했다.

5
의외로 이건 꽤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데, 한창 코로나가 터졌을 때 지역 비하 발언을 하는 수도권 사람들이 있었다. 특정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하겠다나. 당시에는 코로나 게시판이 있었는데(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싸워댔다. 처음에는 설득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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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는 기껏해야 커뮤니티인데 뭘 열내면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뭐든 오래되면 애착이 생기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여기가 좋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는 것도, 초면에 반말하는 게 아니라 존댓말을 쓰는 것도, 여러 게시판이 있어서 놀러다니는 재미가 있는 것도.

7
아주 예전에는 성고게란 것도 있었다. 성인 고민 게시판. 글을 써본 적은 없는데 다른 사람들 고민을 보는 건 재밌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이래도 어쨌거나 야한 이야기라 좋았던 것 같다.

8
또 언젠가는 고민게시판에 글을 썼다가 베오베에 간 적도 있다. 익명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 고민도 없는 게 고민이랬나. 삶의 모든 것에 별 감흥이 없다고 했었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위로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나는 따뜻한 오유를 좋아했던 것 같다.

9
이건 아마도 아주 한 순간의 변덕일 거다. 13년 전에 가입한 사이트에 어쩌다 와서 그냥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꺼내보는 거니까.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온 김에 발자국이나 찍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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