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다른 자전거길 이용 경험은 북한강 및 국토종주 자전거길 정도이므로 경험이 일천한 자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제주도 자전거길은 정식 개통이 10월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의식 개선이나 시설 보완이 절실해 보이기에 이 글을 작성합니다.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출발했습니다.
1. 용두암(시작지점) -> 성산일출봉(약 150km) : 역대 최고 극혐 자전거길
(1) 인도피복형 자전거길
인구가 밀집된 시가지의 경우 인도의 일부를 자전거도로로 만들어놓은 곳이 매우 많습니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보통 이 경우 각종 건물 진입로 때문에 굴곡은 기본이고 턱 때문에 죽을 맛이지요. 특히나 제주도는 도로 상태도 나쁘고, 좁고, 버스정류장 시설물을 곡예하듯 지나가야하며 어딜가나 있는 미개한 주차....주차....주차.....
또한 제주도는 섬의 특성상 해안가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한적한 길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잊을 만하면 이런 길이 나와요.
이것까지는 인구밀집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들어갈 공간이 없긴 해요...
(2) 갓길형 자전거길
인구밀도가 좀 떨어지는 지역(시가지 사이사이)은 괜찮겠거니....하셨다면 더욱 화가 나실 겁니다.
자동차 도로와는 얇은 화단같은 것으로 분리되어서 널찍하게 되어있는것 까지는 좋은데요, 너무 넓은게 문제인가 봅니다.
논밭, 마을 진입로 근처는 어김없이 주차장이나 농작물 적재장소로 쓰이고 있더군요.
한쪽으로 좀 붙여서 지나갈 공간이라도 만들어 놓은 경우는 양반입니다.
옴짝달싹할 공간도 없이 차를 대 놓거나, 농작물을 적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는 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도 ㅋㅋㅋㅋ
제주도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고, 편견이란 것도 알지만 솔직히 정말 미개하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갔네요.
통행량이 항상 많기 때문에 위험하게 차도로 진입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게다가 근처 논밭, 도로와의 경계를 짓는 화단에서 굴러온 굵직한 돌도 매우 많습니다. 위험합니다.
결론 :
제주시에서 성산일출봉까지 서쪽코스의 느낌을 말하자면..... "지옥도" 라는 단어가 그냥 떠오르네요.
길 자체도 대부분 바닷가랑은 좀 떨어진 차만 쌩쌩 달리는 도로 옆입니다.
좀 달릴 만하면 무개념 주차와 농작물이 방해하고 있으니, 피로도와 짜증이 급상승 하실 겁니다.
성질 급한 분들은 안가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2. 성산일출봉 ~ 제주시(약 50km) : 당신이 원하던 자전거길
기본적으로 동쪽 지역은 인구밀도가 적은 덕분인지 자전거 도로가에 방해물이 없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으로 국토종주길을 달릴 때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성산일출봉을 지나서 어느 정도 가면 바로 꿈에서 상상하던 제주도 자전거길이 나옵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갈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자동차도로와 같이 포장한 길에 선만 그어놓은 형식이기 때문에(깨끗한 갓길) 도로 상태가 매우 좋아서 쾌적한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차량 통행량도 비교적 많지 않고요.
김녕해수욕장을 지나고나면 다시 인구밀집지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길상태가 안좋아지긴 하지만, 제주시 서쪽라인 보다는 훨씬 상태가 양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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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제주도 서쪽~남쪽은 혈압오름 + 위험을 감수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로드를 타고 갔는데, 돌이나 주차 등 장애물 때문에 솔직히 위험할 뻔한 순간이 꽤 있었습니다. 엠티비와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갖고 타시길 추천합니다. 바닷가 풍경을 보려면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서 나가야됩니다.
제주도 동북쪽 해안길은 참 좋습니다. 만약 여친(그럴 분은 안계시리라 믿고, 그래야 합니다)이나 친구와 짧게 타고 싶으시면 동쪽으로 출발해서 성산일출봉 까지만 타세요.
불법주차 파파라치 제도같은걸 시행하지 않고서는 주차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특히 제주시 서쪽에 위치한 식당이나 카페같은 곳들은 주차 시설이 전무하여 대놓고 자전거길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더군요.
한줄요약 : 제주도 자전거길 3/4은 노답. 동북쪽 1/4은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