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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임요환의 사냥, 유정현이라는 검은 양
게시물ID : thegenius_377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쾌타천
추천 : 22
조회수 : 1380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1/26 22:03:12
 
 
  임요환의 사냥, 유정현이라는 검은 양






  7화에서 홍진호가 탈락하고, 8화 광고에서 ‘황제의 각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대대적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드디어 8화에서 임요환이 캐리하나? 하는 기대를 건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 8화에서는 임요환이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진상 짓이었고(최소한 그렇게 보였고), 이상민은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히든 큐브가 임요환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임요환은 무려 전패 Top5라는 위업을 달성하는데 그치고 말죠.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문이 속출합니다.
  도대체 임요환이 하려고 했던 게 뭐냐? 플랜이란 게 있기는 있었냐?

  그럼 지금부터 그걸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요환의 플랜이란 것이 무엇이었나. 그리고 왜 실패했는가.
  먼저 임요환이 구상하고 실행한 플랜을 알아보고, 그 이후에 임요환의 미스들과 실패 원인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에 앞서, 우선 현재 임요환의 상황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를 하나의 게임판으로 보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을 하나의 게임말로 본다면 임요환이란 게임말은 지금 대단히 특이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언제든지 데스매치를 감수할 의지가 있고
  2. 이상민에게 소위 ‘눈이 뒤집힌’ 상태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본디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개인전 데스매치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데다가, 더 이상은 강력한 적수이자, 가능하면 높은 곳에서 맞붙고 싶은 라이벌 홍진호와의 데스매치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죠. 그리고 이상민은 개인적으로도 불멸의 징표를 빼앗긴 원한이 있고 대의로 보아도 가장 많은 가넷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타깃으로 삼는 것이 당연한 상대입니다.
그리고 8화의 임요환의 계획은 이러한 임요환의 시선을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8화의 구도는 기본적으로 임요환의 ‘사냥’입니다. 1:1 대결이 아닙니다. 임요환이 주도 하에 여타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최대어 이상민을 ‘사냥’하는 구도입니다.






  Ⅰ. 승리 조건

  임요환의 승리 조건 :
  이상민의 우승을 저지한다.
  (그를 통해 누가 데스매치에 가던 간에 – 설령 자신이 데스매치에 가더라도 - 이상민을 지목하여 불멸의 징표를 소실시킨다)

  이상민의 승리 조건 :
  우승한다.
  (불멸의 징표를 지킨다)

  즉, 임요환이 구상하기로는 설령 이상민이 데스매치에 가지 않더라도 일단 불멸의 징표를 사용하면 플랜은 성공한 것입니다. 승리 조건을 보면 누가 보아도 이것은 임요환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게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민에게는 자신을 제외한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에 맞서, 그들 모두를 제압하고 오직 우승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이 발생합니다.
  임요환이 세운 승리조건과 이상민의 승리조건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승리조건은 무엇인가? 다른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것을 임요환은 이상민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목표가 ‘이상민의 우승을 저지한다’가 되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반 이상민 연맹을 형성하여 ‘사냥’의 토대를 만들죠. 하지만 여기서 임요환의 승리조건과 여타 플레이어들의 승리조건이 정말로 완벽하게 일치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작은 차이가 있었죠. 아주 작은 균열.
  그리고 나중에 이 작은 균열이 임요환의 사냥을 실패하게 만드는 첫 번째 위기가 됩니다.





Ⅱ. 어떻게?

  자, 그럼 여기서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연 어떻게 사냥할 것인가?

  실제로 임요환은 라운드 내내 이 ‘어떻게’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고, 지니어스 제작진들 역시 임요환의 플랜을 분석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위기의 원인이 됩니다만은, 일단은 실제로 임요환이 게임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을 통하여 임요환의 ‘어떻게’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대로만 되었다면 놀랄 만큼 간단하며 그리고 강력한 것이었죠.

  이상민의 목표는 꼴찌를 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승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타 플레이어가 생각하기엔 ‘이 정도면 감수할 만 하지’도, 이상민에게 있어서는 ‘넘겨야 돼!’가 됩니다. 임요환의 플랜은 바로 이 상황 차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20~30대 번호가 나오면 이상민은 거의 대부분 넘겨야만 합니다. 그의 목표는 우승이니까. 그런데 넘기기 위해서는 칩이, 혹은 가넷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상민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마찬가지로 받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래서 가넷과 칩이 무한정으로 투입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가넷이 많은 이상민이라도 언젠가는 칩과 가넷이 고갈될 겁니다. 아니, 그 이전에 가넷을 보전하기 위해 우승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물론 여기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상민이 칩과 가넷이 고갈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가넷이 먼저 고갈되지 않겠느냐. 그런데 이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이 사용할 가넷은 이상민이 공급해줄 테니까요. 숫자를 낙찰할 시, ‘가넷과 칩을 함께 가져간다’는 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낙찰 받지 못한 누군가는 먼저 ‘총탄’이 다 떨어지지 않겠느냐? 그 또한 그렇지가 않습니다. ‘칩’은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가넷’은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임요환의 사냥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연맹 전원이 가넷을 공유하며, 누군가 가넷이 떨어질 때마다 다른 연맹이 가넷을 넘겨줌으로써 계속해서 판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 이상민은 칩을 지키기 위해 가넷을 계속해서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그 지불한 가넷을 다른 누군가가 낙찰 받아 다시 서로 넘겨주면서 계속 판을 순환시킨다.

  이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순환이 끝나려면 다음과 같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1. 이상민이 숫자를 낙찰 받는다 – 이상민의 우승이 저지될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2. 이상민이 칩 소모를 감수한다 – 다른 플레이어들도 칩을 쓰고 가넷을 공유하면서, 어떻게든 이상민의 칩이 다할 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이상민이 다시 가넷을 쓰기 시작하면 그 가넷을 다시 양도해가며 순환시키면 됩니다. 또한 칩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이상민의 우승은 저지될 확률이 마찬가지로 크게 높아집니다.
  3. 이상민 외 다른 플레이어가 낙찰 받는다 – 가넷과 칩을 수거하고, 가넷은 공유하면서 다시 다음 순환을 시작합니다.
  4. 이상민 외 다른 플레이어의 가넷과 칩이 고갈되어 무조건 낙찰로 이어진다 – 가넷 양도를 통해 방지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상민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죠. 우승을 포기하고 불멸의 징표를 쓰거나, 아니면 가넷을 고갈당하거나. 최악의 상황까지 가면 가넷을 다 쓰고 우승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몇 번이고 확인하지만, 이상민의 승리 조건은 ‘꼴찌를 면한다’가 아니라 ‘우승한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차저차 꼴찌를 면하는 건 가능하다 해도 ‘우승’은 도저히 요원합니다.

  실제로 이상민은 이러한 임요환의 움직임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던 걸로 보입니다. 8화에서 이상민의 인터뷰 대부분은 ‘불안합니다’, ‘위험을 느낍니다’ 로 이루어져 있는 것만 보아도.
  그런데, 이 계획은 그 확실성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전제 조건이 함께합니다. ‘사냥꾼들은 가넷을 공유한다’, 즉, 이상민을 제외한 여타 플레이어들은 가넷을 공유할 만큼 아주 확고하고 강력한 연맹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임요환의 사냥이 실패한 세 번째 요인입니다.





Ⅲ. 왜 실패했는가?

  그럼 이 계획이 왜 실패했는가의 세 가지 요인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사실 이것은 이상민이 잘 해서 빠져 나갔다기 보다는 임요환의 실책들이 훨씬 영향이 큽니다.

1 . 승리 조건의 차이.

  임요환의 승리 조건은 이미 보았듯이 이렇습니다. <이상민의 우승을 저지시키는 것.>
  그런데, 여기에 단서가 붙습니다.
  <그 외 누가 데스매치에 가던 간에 – 설령 자신이 데스매치에 가더라도 - 이상민을 지목하여 불멸의 징표를 소실시킨다>
  그런데, 여타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동의한 목표는, 이상민의 우승을 저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데스매치에 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단서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임요환만은 자신이 데스매치에 갈 가능성을 감수하고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본인은 다른 플레이어들도 자신과 같은 정도의 각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즉 임요환이 게임 내내 말한 ‘대의를 지켜야 한다’에서 ‘대의’란, 단순히 ‘타도 이상민’만이 아닙니다. ‘데스매치마저 감수할 수 있는 각오의 타도 이상민’입니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지원의 몫인 30을 낙찰 받았을 때, 임요환은 대국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은지원은, 그리고 임요환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렇지가 않았죠. 그래서 은지원은 임요환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분노했고, 여기서 첫 번째 불안 요인이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이 첫 번째 실책은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임요환은 어찌저찌 이 실책을 커버해냈죠. 중반 라운드에서 은지원이 원하는 숫자들을 몰아주었고, 다른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무차별적으로 숫자들을 낙찰 받음으로써 이 실책을 커버했습니다. 임요환의 최후 스코어는 –90점대, 즉. 자신의 점수를 마구 깎아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데스매치에 가겠다’는 의지를 확신시킴으로써 이 실책은 어느 정도 커버되었습니다.



  2. ‘어떻게’의 부재

  게임이 시작하기 전, 임요환은 ‘우리끼리 연대해서 이상민의 우승만 저지시키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계획을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우리끼리 연대해서’에는 가넷을 서로 빌려줌으로써 순환을 이어나가는, 그 협력 메커니즘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죠. 임요환의 머릿속에만 그려진 그림이었던 겁니다.
  이 ‘어떻게’의 부재는 다음과 같은 파문으로 이어집니다.

  1) 임요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은지원에게 가넷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은지원은 이것을 이해하질 못하죠. 노홍철이나 조유영이 보기에도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당연합니다. 사전에 아무런 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가넷을 빌려달라고 하니까.

  2) ‘계속해서 순환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은지원과 노홍철이 쉽게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이것도 당연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니까. 임요환은 사전에 이러한 순환 논리를 설명하고, 그만한 강도의 연대에 대해 조유영 - 은지원 – 노홍철의 동의를 얻었어야 합니다. 은지원과 노홍철은 순환을 시키긴 시킵니다만, 중간 중간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일찌감치 숫자를 낙찰 받습니다. 유일하게 조유영만 이 순환 논리를 이해하고 협력합니다.

  3) 그리고 이것이 임요환의 사냥, 그 성패를 가릅니다. 임요환의 ‘어떻게’에 확신을 갖지 못한 유정현이 이탈합니다.



  3. 유정현이라는 검은 양

  임요환의 중대한 두 가지 실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플랜 자체가 워낙에 견고했던 데다가 판 자체가 시작부터 우세했던 덕에 최종 라운드에 이르러 임요환은 사냥의 성공을 목전에 둡니다.
  변수가 줄어든 가운데 조유영이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가 세워졌고(의도했는지는 모르나,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이었죠. 가넷을 공유할 때 가장 위험부담이 컸던 사람은 가장 많은 가넷을 가졌던 조유영이니까), 임요환 자신은 데스매치에 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었습니다.
  노홍철과 은지원 역시 이제 게임의 끝이 눈에 보이자, 비록 자신들이 우승은 하지 못하지만 데스매치에도 가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고서 임요환의 사냥에 다시 합류합니다. 물론 이것은 노홍철과 은지원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각오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상민이 불멸의 징표를 사용하면 자신들 중 누군가가 임요환과 데스매치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한편 이상민은 혹 조유영의 칩이 어느 정도인가 확인했다가, 그 칩의 양이 어마어마함에 놀라며 자신의 위기를 인식합니다.

  그리고 운명의 숫자 28.
  궁지에 몰린 이상민은 최후의 선택으로 노홍철에게 딜을 제안하지만, 노홍철은 고뇌 끝에 이상민의 딜을 거절합니다. 이제 승부는 확실해졌습니다. 무한정 순환을 돌리면 됩니다.
  이상민의 우승 실패가 거의 확실한 상황.

  여기서 유정현이 움직이면서, 임요환의 사냥은 최종적으로 어그러집니다.


  사실 유정현의 포지션은 처음부터 애매한 감이 있었습니다. 일단 임요환이 자신의 플랜의 ‘어떻게’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정현은 불안감을 느끼고 이상민에게 합류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유정현을 다시 포섭할 여지는 충분했습니다. 어쨌거나 이상민은 가장 강대한 적임에는 틀림이 없고, 이상민이 불징을 잃는 것은 유정현에게 있어서도 도움이 될 테니까. 실제로 게임 도중에 유정현이 그럴 의사를 밝히기도 했었죠.
  유정현은 게임 도중 “나에게는 가넷을 안 빌려줄 것이냐”고 임요환 일파에게 물어보기도 했었습니다. 만일 여기서 “당연히 빌려주겠다”며 유정현에게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였으면 게임의 양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임요환 자신조차도 사실 유정현을 바라보는 시선이 애매했습니다.

  임요환의 사냥은 어찌 보면 가넷을 공유하면서 위기를 균등화시키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므로, 이상민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강고한 연맹을 유지했을 때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요환이 보기에 유정현은 지난 라운드에서도 이상민에게 주사위를 넘겼고, 어느 정도 이상민의 세력권에 있는 인물이어서 필요는 한데 완전히 믿기는 힘든 그야말로 계륵이었고, 결국 그 계륵인 상태로 끝까지 방치했죠.
  그래서 유정현은 ‘믿을 구석은 이상민 뿐’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28을 낙찰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 결단은 유정현으로서도 상당한 위험을 동반합니다. 만일 유정현이 그때서라도 임요환에게 가넷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면, 그래서 임요환의 사냥에 참가했다면, 결국 임요환이 데스매치로 직행하고 이상민은 불멸의 징표를 잃는 결과가 나왔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미 이상민은 상당한 양의 가넷을 소모한데다, 최종 결과가 조유영과의 공동 우승 – 그야말로 한끗 차였다는 걸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결과는 유정현 자신도 이상민이 불멸의 징표로 희생할 대상에 포함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반면 히든 큐브가 22나 19가 아니고, 그래서 이상민을 유정현이 구해내고 자신도 데스매치를 면한다면 이상민이 유정현에게 생명의 징표를 줄 확률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임요환은 쭉 유정현을 단지 계륵으로 대했고, 그에 비해 이상민에게는 유정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그래서 여기서 유정현은 고민 끝에 이상민을 택한 겁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임요환의 실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유정현의 선택 직후 이상민에게 급 화색이 도는 것을, 이제 데스매치며 여타 플레이가 모두 남의 일이 되었음을, 기쁨에 겨워 ‘진호야, 22!’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임요환의 얼굴에는 일시에 어두운 기색이 드리웁니다.

  사냥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Ⅳ. 사냥이 끝나고

  유정현의 마지막 도박은 실패로 끝났지만, 어쨌든 유정현은 살아남았습니다. 거기다 이상민은 유정현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근데 썰전에서 유정현.....아닙니다.)

  반면 임요환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계획을 구축했음에도 이상민 저격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게임 자신의 연맹이었던 노홍철을 잃었고, 수차례의 실책으로 은지원에게도 불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차후 임요환이 세력을 형성하기는 힘들 겁니다. 다만 앞으로 세력이 필요한 게임이 얼마나 있을까는 좀 의문입니다만.

  이상민은 몇 차례나 큰 위기가 있었음에도, 임요환의 크고 작은 실책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정현의 희생을 통해 그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불멸의 징표를 쓸 타이밍이 앞으로 얼마 없다는 게 변수입니다. 아마 다음 라운드 쯤에는 어떤 형태로든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Top 5까지 온 시점에서 조유영과 임요환 둘이 모두 남아 있다는 것도 좀 위험 요소입니다. 개인전 강자는 최대한 떨어뜨리는 게 이상민의 목표니까요. 임요환은 여전히 이상민을 잡기 위해 눈이 뒤집혀 있으니 빨리 보낼수록 좋겠고.

  결과적으로 보면, 게임 구도 자체는 어느 정도 현상 유지에서 그쳤습니다. 탈락자 노홍철이 이전까지 게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릭터가 아니기도 했죠. 단지 변화한 부분은 이상민의 가넷 독점이 분산되었다는 것과, 유정현이 이상민에게 큰 빚을 지웠다는 것.

  다음 라운드는 1R 출연자들이 합류하면서, 게임은 더욱 많은 변수 속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이상민은 이제 어떻게든 불멸의 징표를 쓸 타이밍이 왔죠. 다음 라운드를 기대해봅니다.




  3줄 요약:

1. 판 자체가 임요환에게 유리한 판이었으며, 임요환의 플랜 역시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이었다.
2. 그러나 임요환은 이것을 팀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는 것을 소홀히 하여 많은 진통을 낳았다.
3. 결정적으로 유정현의 이탈을 막지 못함으로써 플랜에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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