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조선일보에서 도요타의 알리온이라는 준중형 세단과 현대 아반떼의 가격을 비교한
기사가 났었더군요. 다음에 가봤더니 그 기사 이후로 현대자동차에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는 후속 기사가 떴네요. 사고싶다, 정말 좋다 라는 의견에서부터 언능 일본차 개방해서
현대차는 망하고 정신좀 차려야 된다는 과격한 의견까지...댓글도 많이 달렸네요. (아래 링크 참조)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8/07/ohmynews/v17702064.html 그냥 그 기사를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애국심으로 소비하는가?
저는 지금 미국에 살고있습니다. 처음에 출장 다닌다고 미국을 오갈 당시에는 길에서 현대차
지나가면 왠지 자랑스러운 생각도 들고 뿌듯한 느낌도 들더군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완성차 업체에, 미국 내에서 초기(!)품질조사에서 근래에 계속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애국심 같은게 관여하기는 했을테죠.
그런데, 막상 제가 여기서 살게되고, 차를 구입해야 됐을때, 현대차는 안사게 되더군요. 처음엔
일본차를 조금 타다가 지금은 독일차를 타고 있습니다. 왜 저는 자랑스럽게 느꼈던 현대차를
안타고 일본/독일차를 샀을까요? 왜냐면 저는 애국자이기 이전에 현명한 소비자 (또는 현명하게
소비하려고 노력하는 소비자) 이기 때문이죠. 같은 값을 지불한다면 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라는 것이죠.
현대차에 대한 평은 다 접어두고서라도, 미국에서, 현대차와 비슷한 가격대에, 또는 조금만 더
보태면 현대차보다 품질(성능과 내구성 등)로 인정받은 다른 차량을 살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도
현대자동차의 강성/귀족 노조의 행태와 국내 가격체계, 가격 대비 품질 등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 우리가 만약 애국심에 의해 소비한다면 현대자동차를 사야겠죠.
대우고 삼성이고 쌍용이고... 하나 남은 정말 우리 자동차기업인데요.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네티즌의
융단폭격을 받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현명한 소비자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심형래 감독의 디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감정섞은 비평가들은 디워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을 '디빠'라고 부르면서 그들과, 심형래감독과 그 영화 자체를 애국심에 호소하는 졸작으로
폄하하기 여념이 없죠. 그들은 마치 디워의 팬들이 뭐 애국심에 가득 차서 눈물을 흘리면 디워를
감상하고 숭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인데,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보기에 우리는 그저
현명한 소비자 입니다. 영화가 재미있을것 같으면 보는 것이죠. 적어도, 관심이 가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적어도 1주일에 극장에서 보는 영화만 적어도
한편에서 많으면 세편까지 봤습니다. 지난 십몇년동안 보아온 영화표도 다 모아서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세월동안 디워 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고, 기사도 많이 나고, 논란이 되어 온 영화는
아마 제 기억에 없습니다. (심지어 영화 한편을 가지고 100분 토론을 한다더군요. 사실 이건 조금
웃긴 얘기네요...) 그동안 저 한번도 애국심이 넘쳐나서 돈주고 영화표 산적은 없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보기싫은 영화를 억지로 본적은 있지만서도...^^
사실 디워가 논란의 중심에서, 이 평론가가 살짝 밟아주고, 저 비평가가 살짝 눌러주고 계속해서
건드려 대는 한 아직 디워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더 극장을 찾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죠.
영화는 재미가 있을것 같아서 보기도 하지만 궁금해서, 그저 관심 가니까 보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다들 그러는지, 도대체 그넘의 CG가 어느 수준이길래 좋다고 하는지, 스토리를
도대체 얼마나 엉성하게 짰길래 평론가들이 입을모아 공격해 대는지...
저도 그 '네티즌'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언제나 예외도 있지만, 우리는 애국심에 의해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위의 현대자동차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내가 지불하는 금전의 가치에 상응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소비하고,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때 화를 내고 비판하고, 또 욕합니다. 그것이 재미였건
호기심의 충족이었건 디워를 보려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애국심 때문에 영화표를 사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9월에야 개봉하기 때문에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디워라는 영화의
부족하고 모자란 점과 고쳤으면 하는 점을 평론가들이 지적할수는 있겠지만 그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까지 싸잡아서 저급으로 매도하는 평론가들을 보면 정말 화가납니다.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보고
아무리 화가났건, 돈이 아까웠건 그건 친구들과 수다떨때 털어 내시고, 영화에대한 냉정한 '평'을
쓰실땐 좀 '프로페셔널' 하게 했으면 합니다.
심형래 감독에게 폭언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운 감독님들, 당신들의 영화를 많은 네티즌들이 현명하게
소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아무리 욕을 많이 먹어도, 정말 당신들의 영화가 끝내주게 재밌어서
안보고는 못배길 정도라면, 네티즌들은 누가 말려도 그 영화 보러 갈 것 같습니다.
그냥...이런저런 기사를 보다가 확 열받은 김에 적어봤습니다.^^ 그럼 다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