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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조금 특별하게 해봤던 경험
게시물ID : military_37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디시브
추천 : 14
조회수 : 84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1/21 03:09:33
게임하다왔으니 음슴체쓸게요 썰도 좀 풀어볼게요


눈도 안오는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갑자기 위에서 누가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다가 제설을 시켰던 날이었음

눈도 안오는데 무슨 제설 ㅅㅄㅄㅅㅂ 하면서 빗자루,눈삽,삽,곡괭이 들고 나갔는데 창고 주변에 얼어있는 얼음을 다 깨라는 특명이 주어졌음


그날 당식사관은 소대장이었는데 당직사령은 누군지 모르겠고 암튼 작전과장(소령)이 올라와서 수시로 정찰하면서 쪼아대는 상황이었음

우리가 당시 맡았던 구역은 진흙 벌판에 왔던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은 땅이라 곡괭이로 까도 얼음처럼 쫙쫙 조각나면서 깨지는게 아니라

그냥 곡괭이로 까면 깐곳만 움푹 패이는 그런 개 쓰레기같은 땅이었음


첨에는 일이등병 + 심심한 병장들이 곡괭이로 열심히 까다가 보기 답답했던 상병들이 와서 곡괭이를 뺏어다가 곡괭이질을 해봤지만

정말 노답이라는걸 깨닫고는 우리는 일이상병장들 너나할것없이 그냥 소꿉놀이나 하면서 노가리를 까고있었음

소대장도 짜증났는지 첨엔 애들 몇명 모아서 열심히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어디론가 짱박혔음


창고 주변 땅이  [                                                                            ] 
                      [                                                                            ]
                      [                                                                            ] 이만하다면


한시간동안 50명이 곡괭이가지고 열심히 까면
                      [  ■                                                                       ] 
                      [                                                                            ]
                      [                                                                            ]  한 이정도? 밖에 처리가 안됬음... 우리가 개빠졌던게 아니라

진흙+얼음 조합은 정말 뭔짓을 해도 정리가 안되는 그런 더러운 조합임. 저 넓은 구역에 염화칼슘을 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결국 점심까지 대충 구석구석 쌓인 눈이나 좀 치우고 그게 다였는데


작전과장이 방송으로 갑자기 우리보고 제대로 안한다면서 막 다그치는거임 그러더니 소대장 소환하고는 방송으로 

이거 다 정리할때까지 개인정비시간 ㄴㄴ이라고 엄포를 놓았음


당시 나랑 동기들은  말년중의 말년이라 딱히 뭐 쉬고싶은 의욕도 없었고 그냥 몇일있음 집에가네마네 하는 상황이었지만 

일이등병,상병들은 모처럼 눈도 안오는 주말에 개인정비를 뺏겻다는 사실이 서러웠나봄... 근데 어차피 해봤자 헛짓이니 딱히 열정적으로 일은 안함

그걸보자니 좀 안타까워서 걍 애들 데리고가서 음료수 60개랑 붕어빵 60개 과자 3봉다리 사다가 애들한테 돌리고 같이 먹고있었는데

다먹고나니깐 너무 심심한거임 그래서 인화물질 인화물질창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에프킬라 줏어다가 화염방사기로 얼음을 구워보았음.


근데 그걸 과자얻어먹으러온 일병이 보더니 갑자기 이거다! 라는 표정으로 에프킬라 한 8개를 챙기더니 가져가도 되는 물건이냐고 물어보는거임

잘녹지도 않더만 뭐하러 가져가냐 하면서 가져가랬더니 왠지 느낌이 온다면서 지내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얼음 열심히 굽고있음ㅋㅋㅋ 


날씨가 추웠던건지 얼음이 두꺼웠던 탓인지 생각보다 잘 녹지도 않고 하나도 안녹는데

애들은 정말 쓸모없이 집착을 하고 있었음 

그냥 철없는 이등병들도 반쯤 풀린 눈으로 멍때리면서 석기시대마냥 쭈그려앉아서 곡괭이로 얼음 콕콕 찍고있고 그걸 보고 뭐라고 하는

애들도 없을정도로 그냥 노답인 상황이었는데 그냥 재밌었나봄


마침 개털리고온 소대장이 씩씩대면서 우린그냥 X망했어 ㅜㅜ되지도않는걸 왜함;; 이러다가 

열심히 얼음을 굽고 있는 애들한테 가더니  오 좀 쩌는데? 그거 효과있냐? 이러길래


옆에 가서 이거 휘발유로 하면 잘녹지 말입니다 ㅇㅇㅋ 라고 그냥 흘리는 말로 귀뜸해줬는데

소대장이 갑자기 ㅇㅇ?정말? 하면서 해보라하는거임


걍 개소리로 흘려들을줄 알았는데 진짜 해보라길래 인화물질 창고에 가서 예초병이 쓰는 휘발유패트병 하나 붓고 불놓았더니

얼음이 잘 녹긴 녹는데 갑자기 애들이 모여들더니 바로 이거다 라면서 와 개쩌네 이제 우리 할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소대장을 부추기는게


다들 휘발유 이렇게 개막장으로 썼다간 간부들한테 털릴거 뻔하지만 소대장님 빽으로 하게 해주십쇼 라는 눈치였음 ㅋㅋㅋ

하사들이 그거 맘대로 쓰면 행보관님한테 혼납니다 ㄷㄷ;   이러면서 소대장 설득하는데 옆에서 병사들은 어차피 겨울에 휘발유 쓸일도 없는데

걍 쓰지말입니다 쓰고 빨리 가서 쉬는게 어떻겠습니까 라면서 부추김 ㅋㅋㅋ


소대장이 양쪽입장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던 때에 갑자기  예초병이 오더니 "사실 인화물질 창고에 있던 휘발유는 다 내꺼고 내가 예초하면서 

아껴서 모아둔거임 ㅇ;그러니까 써도 괜찮"이라고 딜을 했는데 소대장은 그말에 넘어갔음 물론 그말의 속뜻은 난 다음주에 전역하니깐 그 뒤는 내 알바

아니다. 라는 말이 숨겨진 뜻이었고 사실 소대장도 그말이 허무맹랑한 말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실리보다는 명분이 필요했을 터


바로 임무에 돌입했고  곧이어 휘발유통 2통을 가져다가 촥 붓고 불을 붙임

처음에는 너무 맹렬하게 타오르길래 이러다가 부대 불나는거 아니냐고 다들 걱정하면서 불끄려고 했는데 불이 꺼진 자리에는

축축한 물밖에 남아있지 않은걸 보더니 우오오오오옹하면서 빗자루로 물을 쓸어재끼고는 주변에 계속 휘발유를 딥다 붓기 시작함ㅋㅋ



옆중대에서도 그광경을 보고 불난줄알았다면서 찾아왔는데 그걸 보더니 지네들도 휘발유 찾으러간다고 수송부로 사라짐


인화물질 창고에는 쓸데없는 인화물이 정말 많았기에(페인트랑 섞인 휘발유,몇년째 주인없는 신나 etc...)

결국 5시간동안 해도 답이 안보이던 작업이 2시간 30분만에 끝났고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막사로 복귀했지만 이미 개인정비시간은 끝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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