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필연
늦은 새벽,
고시원 퀴퀴한 냄새에 잠이깨
문을 열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늦은 새벽,
다른 방의 낯선이도 방문을 열고
우리는 방광의 노예가 되어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늦은 새벽,
500CC 방광이란 요람에서 전립선을 타고 요도를 지나
변기물과 오줌물이 만들어내는 우리 둘만의 사랑의 노래.
늦은 새벽,
0.1초의 오차없이 발사되어 강약중강약, 환상적인 오캐스트라를 연주한다.
우리는 함께 안데스 산맥을 넘는다.
늦은 새벽,
각자의 방에서 잠을 청하던 관중들도
청아한 음색에 어느새 잠에서 깨어 기립박수를 친다.
늦은 새벽,
고시원 방문을 닫는 순간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동의 눈물
온몸에 흐르는 전율은 후회없이 마친 합주에 대한 보상.
늦은 새벽,
이 낯선이와의 만남은 운명적 필연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