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에 정신이 없으므로 음슴체...
이글인데 댓글이 하나도 없었으므로ㅠㅠ음슴체!
때는 올해 초.
입대를 앞둔 예쁜 내 남동생이 우리집에서 나랑 같이 지내고 있는 중임.
피시방에서 게임하고 있는데 동생이 갑자기 심각하게 전화를 받음
게임에 계속 집중을 못하고 전화기를 붙잡고 전전긍긍함
그래서 물어봄. 뭔일?
그랬더니 울상이 되어서 자기가 뭔 돈을 물어줘야 하게 생겼다는 거임.
전에 일하던 휴대전화 가게에서 어떤 고객한테 뭘 실수했는데, 그래서 그 돈을 자기가 물어줘야 된다고.
무슨 일인가 해서 차분하게 차근차근 물어봄.
사건의 전말
동생이 직원으로 일하던 휴대전화 매장에서 손님에게 휴대전화를 판매함.
근데 이 손님이 집에 가서 상자를 개봉하자마자 액정이 깨져있었던가, 해서
동생이 새걸로 바꿔줌.
근데 또 고장남ㅋ
그래서 새걸로 또 바꿔드리겠다고 하니 손님이 "아 그냥 여기서 안살거임 환불해주셈" 이럼
그래서 동생한테 찾아왔는데
하필 그 때 다른 손님들로 매장이 북적거렸고, 게다가 매장에 카드 리더기가 없는 상태라 환불 자체가 불가능
그래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동종 업체 매장으로 가는 길을 알려줌
손님 ㅇㅋ 하고 그 매장에 가서 환불받음.
원래는 여기에서 끝날 일이었음
근데 손님이 나중에 보니까 기기만 환불이 되고 가입 해지가 안 된 거임.
즉 개통한 게 취소가 됐어야 하는데 개통취소가 안된 거.
그런데
이 업체 원칙 상 개통 취소는 개통 후 15일 이내에만 가능함. 휴대전화 업계가 대부분 그런 듯함.
시기는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나 있었고, 당연히 개통 취소는 이제 불가능해짐
그래서 매장에서는 휴대전화 기기 값을... 도로... 본사에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된 듯?
그리고 그 돈을 내 동생에게 물어내라고 한 거임
?????????????????????
이게 말이야 방구야 뭐야
처음엔 이해가 안되서 천천히 다시 되물었는데
이미 판매한 휴대전화 기기가
판매 취소가 불가능하니까
그 고객의 명의인 폰을 내 동생 명의로 바꾸고
내 동생이 휴대전화 값 50만원 정도를 물어내야 한다는 거
???????????????????????
이게 뭔... 말이야 소야 고릴라야
보석상이 백만 원 손해인가
다시 들어도 이해가 안됨.
내 동생은 흐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ㅠㅠㅠㅠㅠㅠ이러고 있었음.
냅뒀으면 그냥 그쪽 요구대로 50만원을 고스란히 물어줬을 듯.
넌 분명히 다른 매장으로 안내했다며?
넹
그런데 그 매장에서 개통취소를 안 한 거잖아?
넹
그럼 그 매장 잘못이잖아?
어...넹
그 매장에서 그 손님한테 환불을 해준 사람이 누군데? 그 사람이 물어내야 되는 거잖아?
어...그러네요?
그래서 그 매장들 전체를 관리한다는 무슨무슨 과장인지 나발인지 하고 연락해봄
여기서부터 느낌이 싸해서 통화를 전부 녹음하기 시작
그 과장은 말솜씨가 매우 뛰어나고, 부하 직원들한테 막 윽박지르는 성격이라고 함
동생 : 과장님 이게 어케 된 일이져?
과장 : 야 너 왜 이해를 못 해. 니가 잘못한 일이니까 니가 책임을 져야지
동생 : 그런데 제가 뭘 잘못한 지 모르겠어요, 그 날 저는 고객님을 분명히 1호점으로 안내해드렸거든요
과장 : 아 이 새끼...(어쩌고 저쩌고 윽박지르기 시작)
동생 : 그러니까 그 날 1호점에서 그 고객님한테 환불 처리를 해 준 사람이 누군데요?
과장 : 그거야 나지!
동생 : 어... 그러면 본인이 책임지셔야 하는 거 아닌가여?
과장 : 뭐? 본인? 이 ㅆㅂ 이런 개아이를 봤나 (욕설) 니가 그 고객한테 물건 팔았잖아! 그러고서 인센티브 받았잖아! 그럼 니가 책임져야지!
동생 : 그러니까 제가 왜여...?
과장 : 내가 그 때 휴대폰 환불해주고! 어?! 기기 받고! 어?! 내가 안한 게 뭐가 있는데! (욕설욕설)
동생 : 욕하지 마시구요, 지금 통화 녹음되고 있으니까... 할 말 다 하셨으면 그만 끊겠습니다
과장 : 뭐 녹음? 이 ㅆ...(욕 삼킴) 그래. 나도 녹음한다. 나도 녹음하니까 이제 말해보자. 내가 뭘 책임지는데?
동생 : 저는 할 말 다 했구요.
과장 : 이런 ㅆ... 너 그래. 딱 있어봐. 너 월급 아직 안 나간 거 동결해놓고(웅얼거리면서 끊음)
음...
내가 보니까
이 과장이라는 인간 마인드에서는
물건을 판 직원이 그 해당 고객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음
업계 관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 이 상황에서 현직 경찰관이시지만 엄니랑 이혼 후엔 우리랑 데면데면한 우리 아버지가 등판하셔서
그 과장놈의 설득에 감화되어
그러지 말고, 이것도 사회생활이다 어쩌고 저쩌고, 과장도 책임을 통감해 절반씩 부담하자고 한다는 둥 어쩐다는 둥
내 속을 더 뒤집어 놓는 하찮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건 넘기고
암튼 과장놈은 진짜로 내 동생 월급을 안 줌. 그래서 좀 기다림. 퇴사한 직원은 2주 이후부터 노동청 신고가 가능하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과장한테 연락. 월급 안줌?
과장색. 안준다는 말은 절대 안하고 말을 지랄같이 빙빙 돌림. 그래서 "안준다는 걸로 알아듣고 노동청에 문의할게염^^ㅎㅎ, ㅅㄱ"함
혹시나 해서 과장이랑 통화내용 싹 텍스트로도 써놓음
중간에 동생이 과장이랑 다시 연락. 월급 진짜 안줌?
과장새끼 하는말. 꺼져 너랑 말 안해. 노동청 신고한다며? 해봐 시발 어디 갈데까지 가보자.
하... 이 새낀 진짜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 같음.
이경규옹이 그러셨죠. 신념을 가진 멍청이 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그래서
갈데까지 가기로 했음ㅋ
바로 인터넷으로 노동청에 민원 올림. 쉽고 간단하더이다.
며칠 지나서 노동청에서 연락옴
후... 이 상황에서
노동청 직원이 또 속을 좀 뒤집어놓는 또 해프닝이 있었지만. 녹음 켜놓고 내가 전화 받아서
아주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지금 통화 녹음중이다, 이러이러하고 이러이러하게 말씀하셨죠?^^ 하니 죄송합니다... 시전
그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건지 몰라도 아무튼 담당자가 바뀜. 엄청 친절하고 젠틀한 분으로 바뀜.
노동청 직원분이 그 과장이랑 몇 번 연락함
그 과정에서 과장이 자기가 옳다고 계속 주장했나봄ㅋㅋㅋ근데
너는 그냥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똥멍청이 범법자거든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주구장창 지가 옳다고 깽깽거렸나봄
직원분도 "몇 번 연락해봤어요. 혹시 고용주 측에서 연락 오면 별 말씀 마시고 그냥 받지 못한 월급을 달라고만 하세요"
ㅋㅋㅋㅋ아오
그러고서
2주쯤 지났나?
노동청에서 연락옴 "몇 월 며칠까지 입금될거예요. 혹시 입금 안되면 연락 주시구요."
기다림.
입금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소고기사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ㅋㅋㅋ좀 약한 사이다인가? 사실 막 드잡이질 하거나, 삼자대면 하거나, 정 안되면 소송까지 감수할 각오로
변호사 선임비부터 이런저런 민사 형사 자료 같은 거 조사해보고 있었는데
바로 꼬리를 내려버려서 ㅋㅋㅋㅋ
사장 여러분
범죄 저지르지 맙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패고 지갑 꺼내서 돈 훔치는 것만이 범죄가 아님
사람 정당하게 쓰고 돈 안주는 것도 범죄임
그리고 인생은 실전이예영... 네 머릿속에 있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그영
책을 읽고 생각의 힘을 기릅시다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