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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jade의 게임 베스트 5 선정
게시물ID : readers_365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2
조회수 : 6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12/02 23: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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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

   블러드본(프롬 소프트웨어, 재팬 스튜디오, 2015)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게임기를 사는 일이었다. PC에서 플레이할 수 없는 독점작들이 정말 탐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게임보다는 그동안 명작들이 가장 많다던 중고 플레이스테이션2를 샀다. 얼마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샀는지, 게임 구동에 반드시 필요한 메모리카드도 빼놓고 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플레이스테이션2의 명작들을 거치고 플레이스테이션3을 샀을 때, 그리고 입소문으로 유명하다는 게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이 바로 액션 게임인 아머드 코어와 데몬즈 소울이었다. 어렵기로 유명한 게임들이었고, 그래서 더 클리어의 쾌감이 대단하다는 이야기가 있던 게임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액션 RPG인 데몬즈 소울의 묵직한 액션이 참 마음에 들었고, 프롬 소프트웨어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데몬즈 소울에 이어서 프롬 소프트웨어는 그 액션 RPG 계보를 잇는 다크 소울 시리즈를 제작했다. 다크 소울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되었으며, 완성도와 강렬한 액션으로 엄청난 팬덤을 만들어 냈다. 다크 소울 시리즈의 장점은 모티프 작품인 데몬즈 소울의 장점과 비슷했다. 첫째. 플레이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절묘한 난이도 조절. 둘째. 심미적/효율적/유기적으로 연결된 레벨디자인. 셋째. 아름다운 배경디자인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 넷째. 현실적인 액션성.

   특히 다크 소울 시리즈는 액션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촘촘한 히트박스(타격범위)를 구현해 냈고 이는 게이머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어렵고 처절한 액션을 즐기는 장르인 소울라이크가 탄생했다. 로그라이크가 생겨나듯이 말이다. 하나의 장르마저 만들어 버린 이 센세이션을 얻게 되면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안주하려고만 할 것이다. 하지만 프롬 소프트웨어는 달랐다. 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시스템을 자신들이 뒤틀고 변주했다.

   그 변주의 첫 번째 주자가 바로 블러드본이다. 다크 소울 시리즈가 숨을 고르며 치명타를 노리는 신중한 싸움이라면, 블러드본은 미친 듯이 돌격하며 공격을 해대는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칫하면 안주하려는 프롬 소프트웨어 자신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후 이러한 변혁은 차후 동개발사의 작품 세키로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소울시리즈 중에서도 첫 변혁을 이룬 블러드본을 베스트 목록에 선정했다. 그 변혁에 대한 마음가짐이 놀라워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블러드본의 매력은 아래와 같다.

   -사람을 홀리는 매력적인 코스믹 호러 세계관

   -소울 시리즈의 묵직한 액션성을 더 강렬하게 변혁된 액션 스타일

   -아름다운 배경 디자인와 크리쳐 디자인


   4위

   포탈2(밸브 코퍼레이션, 2011)

   군복무 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김훈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조지 오웰의 마력에 푹 빠지곤 했던 시기였다. 더불어 나를 항상 두근거리게 해주는 잡지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게임 잡지인 게이머즈였다. 당시에는 게임 사이트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 그런 잡지의 정보가 귀했었고 심지어 군목부 시절이었으니, 게이머즈는 나에게 있어 정말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게이머즈를 보며 머릿속으로 게임을 상상하던 그때는 정말 즐거웠었다.

   포탈2도 게이머즈에서 알게 된 게임이었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없다고들 하지만, 간혹 아우가 더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은 정말 간혹 있기에 그 광경은 더 빛이 난다. 포탈2가 그런 경우이다. 1인칭 퍼즐 플랫포머인 포탈은 일반적인 퍼즐을 3차원적으로 옮겨놓았다. 자칫하면 정말 난해해질 수 있는 퍼즐에, 플레이어가 손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심어 놓은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포탈2였다.

   포탈1에서는 내러티브와 캐릭터성 그리고 세계관이 스치듯 지나갔다면, 2에선 이것들이 정말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전작의 악당이 몰락해 감자에 이식된 그저 그런 인공지능으로 변한다던가, 살짝 모자르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멍청한 친구가 배신을 한다던가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 포탈2의 장점들이다.

   소설을 쓰는 나에게 있어,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매력이라는 것은 공감과 비공감이 절묘하게 섞인 것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남들보다 특별해야 하지만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황금률을 잡기가 무척이나 어려운데, 포탈2는 그것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런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여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야말로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포탈2가 바로 그런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포탈2의 장점은 또 하나 있다. 전작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하여 플레이 방식에 변화를 두며, 심지어 그 변화점들이 세계관의 설명을 절묘하게 내포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은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관에 뛰어드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포탈2의 매력은 아래와 같다.

   -매력적으로 조형된 캐릭터

   -매력적인 내러티브와 세계관

   -참신한 퍼즐


   3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너티독, 2013)

   나는 게임에 별로 돈을 쓰지 않는 유저다. 정확히 말해선 게임에 돈을 쓰지 못했다. 예전부터 우리집은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무료 온라인 게임을 주로 했고, 중고 콘솔 또는 중고 패키지를 매입하고 플레이한 뒤 다시 매각해 최대한 돈을 아꼈다. 그래서 중고로 매각할 수 없는 DL 게임이나 가챠 게임은 손댈 수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런 게임들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여가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린 셈이었다. 어떻게 보자면 그깟 2만원, 3만원이 어때서 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그것조차 아껴가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어야 했던 과거였다.

   그런 와중 내가 결국 DL 게임을 처음으로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DLC 레프트 비하인드였다. 본작을 해보고 너무나도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 큰맘 먹고 구입했던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참 특별한 게임이다.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순수문학을 전공하고, 많은 문학소설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 고심했다. 만약 그 고심이 없었다면 나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그저 그런 좀비 게임으로만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책을 읽으며 사람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역설적인 존재인지, 마지막으로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만약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수많은 경험을 한 성인이라면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우리네 삶 말이다. 처절한 우리네 삶.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우리네 삶을 진중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이 게임을 하며 아 게임도 이렇게 작품이 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3인칭 액션 슈터 게임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관은 솔직히 단순하다. 곰팡이로 퍼진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고, 그 좀비에 물리면 또 좀비가 된다. 세상은 붕괴 되고 그 붕괴된 세상 속 사람들의 삶은 처절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재난물 클리셰다. 하지만 그 클리셰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것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다.

   물론 플레이 요소와 레벨디자인 그리고 볼 때마다 감탄하는 배경디자인도 대단하다. 하지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슬픔과 고뇌, 캐릭터끼리 격돌하는 갈등, 그리고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개인의 선택은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 점인가 등. 이 게임에서 다루는 철학들이 나에겐 너무나 경이롭다. 이 점에서 나는 게임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걸 한번 깊숙이 파고들어 가 보자.

   철학가이자 문예 비평가로 유명한 루카치는 예술작품의 주인물을 문제적 개인으로 보았다. 문제적 개인은 사회의 괴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고민으로 받아들이며 감내하는 자다. 그러면서 개인은 문제적 개인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문제적 개인은 고민으로 고통스러워 하며 독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피력한다. 대부분의 개인은 아무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파멸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서사는 끝이 난다. 그것이 진정한 개인이자 인간이기 때문이다. 루카치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새로운 개념, 문제적 개인을 주장했다.

   이후 이러한 우울한 고민을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내는 방식이 생겼다. 대부분 그 방식으로 인류를 구원해냈다. 바로 대중문화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대중을 위한 장르적 해법인 것이다. 대만의 예술영화감독 차이밍량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면 상업영화이고, 나의 내일을 걱정하면 예술영화입니다. 그러므로 상업 영화는 항상 책임질 수 없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예술영화는 자기가 알 수 있는 한계 안에서 그냥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엔딩은 주인물인 죠엘의 한계 안에서 그저 끝나버린다. 그 허무하고도 답답하고 찝찝한 그 암전은, 자본력으로 무장한 트리플 A 게임에서도 예술성을 찾을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나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게임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매력은 아래와 같다.

   -게임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깊은 주제와 철학

   -매력적인 캐릭터와 내러티브

   -영화같은 연출


   2위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블랙 아일 스튜디오, 1992)

   나는 대학시절 부전공으로 철학을 이수했다. 겉멋도 겉멋이지만 사람의 존재 이유가 참 궁금했었다. 아마 그때 집안이 많이 어려웠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그리고 철학 강의 때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게 바로 이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였다.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는 굉장히 매력적인 세계관의 RPG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소설을 읽는 듯한 아름다운 문장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그 세계관을 손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더불어 주인물에 대한 캐릭터성이 참 특이했으며, 플레이스타일도 전투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점이 독특했다. 어떻게 보자면 정말 다양한 방법의 자유도(혹은 선택지)가 구현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철학적 사유를 내러티브에 녹여냈다는 것이다. 도덕적 딜레마와 철학적 딜레마를 퀘스트 자체로 내놓을 뿐만 아니라, 주인물 자체도 존재론적 딜레마를 투영한 캐릭터였다.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는 이러한 딜레마들을 플레이어가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집중했다. 그래서 그 역설적인 상황들과 특이하고 촘촘한 세계관이 맞물려, 굉장히 흥미로운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선 이러한 게임들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소비된다는 점이 아마 대중들의 니즈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이후 디스코 엘리시움이라는 걸작이 나와 다행이지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의 매력은 아래와 같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

   -심도 깊은 철학과 사유

   -독특한 비쥬얼


   1위

   바이오 쇼크(이래셔널 게임즈, 2007)

   나는 공포게임을 꽤 좋아한다. 어렸을 적 가장 무서웠던 공포게임으로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클라이브 바커의 언다잉이다. 클라이브 바커는 헬레이저부터 캔디맨까지 창조해낸 공포계의 거장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보다 그 독특한 고어와 오컬트적인 배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당시에는 점프 스케어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스크린에서만 비치던 허구적인 것에 내 스스로 움츠러들고 놀란 뒤, 다시 현실을 자각하고 안도감을 쓸어내리는 그 순간을 좋아했었다.

   그렇게 공포게임에 빠진 뒤, 내가 접했던 것이 FPS 게임인 바이오 쇼크였다. 단순히 바이오 쇼크가 무섭다는 이유에서 이 게임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음울한 수중도시 속 빅대디와 리틀 시스터, 스플라이서들의 모습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당시에는 바이오 쇼크만큼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한 게임은 없다라고 떠들고 다닐 정도로, 나는 바이오 쇼크를 좋아했다.

   바이오 쇼크는 그래픽 면에서도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었고, 기괴한 배경디자인과 캐릭터 디자인으로도 인상 깊었다. 더불어 빅대디의 울음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그 그르렁거리는 외침은 실제로 그러한 존재가 바다 밑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인간의 광기 어린 참상을 표현한 그 분위기는 아직도 생각할 때마다 섬뜩하다.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검푸른 심해의 빛깔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세계관인가. (후일 이 검푸른 심해의 공포를 무섭도록 표현해낸 공포 게임이 있었으니, 그 게임이 바로 소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바이오 쇼크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역시 광기로 치달은 인간의 이념이다.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가 철학서적같은 느낌이었다면, 바이오 쇼크는 사회과학서적같은 느낌이다. 사회를 진보시킬 이념인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고착되고 집착되면, 어떻게 사회를 좀 먹고 파괴하며 붕괴시키는 지에 대해 바이오 쇼크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이러한 중심주제가 뚜렷한 컨텐츠는 집요한 주제의식으로 인해 내러티브의 저하를 가져온다. 주제가 모든 자리를 차지해버려 흥미도 재미도 설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 쇼크는 시나리오에 극단적인 반전을 주고 공포스러운 배경과 다양한 플레이로 그것을 극복해냈다. 게다가 이기와 이타에 대한 플레이의 선택권까지 주어, 다양한 결말까지 꾀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쇼크는 정말 완벽한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바이오 쇼크를 보고 이것저것을 찾아보며 나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첫 번째로는 슬립스트림 장르다. 슬립스트림은 자동차 레이싱 용어로 앞차의 뒤 꽁무니에 붙어 있으면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더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문학계로 넘어가 다른 뜻으로 변하게 된다. 문학계의 슬립스트림이란, 포맷은 대중에 익숙한 장르성을 띠고 있되 그 속에 담긴 철학은 문학성을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대중문화의 탈을 쓴 예술문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문화의 포맷으로 바람의 저항(비대중성이라는 저항)을 덜 받으며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것 같지만 이는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영화 기생충과 소설 장미의 이름이 바로 이러한 슬립스트림 장르이다.

   두 번째로는 게임은 새로운 예술이라는 것이다. 예술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는 미적 본질과도 이어지며, 소설을 쓰거나 시를 쓰거나 할 때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문학(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물음의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하고 완벽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지고 세밀하고 거대해도, 보는 독자로 하여금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모나리자나 돌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려면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우리네 삶을 가장 똑같이 구현해내야 한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 그 삶을 가장 똑같이 구현 해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게임인 것이다. VR이 도입되면서 그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게임은 룰만 있으면 된다. 그 이외의 것들은 필요 없다.”

   가끔씩 게임 원리주의자들은 이러한 고집을 피운다. 특히 스토리를 중시하지 않는 한국 게임계가 이러한 원리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원리주의에 대한 논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이러한 사고는 구시대적 발상이며, 게임의 발전을 저해하는 지엽적인 사고일 뿐이다.

   사진은 그림의 아류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고, 영화는 그저 그런 스낵컬쳐라고 평가절하되는 시절이 있었으며, 텔레비전은 바보상자, 신문은 여론을 선동하는 앞잡이, 자동차는 쓸모없이 빠른 사고뭉치 쇳덩어리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가 짧은 모든 신생품은 초기에는 기성품에 의해 부정당한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것들 모두가 하나의 장르로 우뚝 섰다. 길고 긴 인정투쟁을 걸치며 하나의 가치로 인정받은 것이다. 나는 게임도 현재 길고 긴 인정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 원리주의자들의 방식은 이러한 인정투쟁을 수포로 돌리고 있다. 그저 재밌으면 된다는 말은, 뤼미에르 영화를 보며 놀라기만 하던 술주정뱅이들의 감탄과 다를 바 없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다.

   나는 바이오쇼크를 하며, 그리고 내가 선정한 베스트 5 게임들을 하며 이 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바이오 쇼크의 매력은 아래와 같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들

   -훌륭한 그래픽적 비주얼 및 플레이의 다양성

   -심도 깊은 철학




아쉽게 베스트 5에 선정되지 못한 게임들


1. 소마(프릭셔널 게임즈, 2015)

: 본 게임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철학과 슬픔을 담아냈다. 하지만 공포게임으로써 공포요소가 적은 건 아쉬웠다.

2. 레드데드리뎀션2(락스타 스튜디오, 2018)

: 본 게임은 고전영미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주제의 철학적인 심도 면에서 베스트에 선정된 게임들에 비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3. 갓 오브 워(산타모니카 스튜디오, 2018)

: 세계관의 재해석과 복원, 새로운 시도가 완벽했다. 하지만 부성애와 가족의 결합 그리고 정체성 혼란으로만 내러티브를 끝내기엔 세계관이 너무 아쉬웠다.

4. 완다와 거상(재팬 스튜디오, 2005)

: 설명하기가 아닌 보여주기식의 스토리텔링과 과감한 게임디자인이 경이로웠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의 얕았다.

5. 다크소울(프롬 소프트웨어, 2011)

: 모든 것에서 훌륭하나, 왜 그래픽만큼은 그렇게 너저분한지.

6.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너티독, 2016)

: 위대한 끝맺음. 그 속에 담겨 있는 군상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역시나 철학의 부재.

7.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이래셔널 게임즈, 2013)

: 1편의 충격적인 철학적 사유를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없었다.

8.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닌텐도, 2018)

: 게임은 장난감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탄생한 걸작이지만, 장난감이기에 그 속에 담긴 스토리는 장난감 수준.

9. 젤다의 전설 DX(닌텐도, 1993)

: 모험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수작이나, 스토리는 극소화.

10.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닌텐도, 1998)

: 모험과 시간의 복잡성을 통해 진국을 뽑아냈다. 하지만 스토리는 여전히 아쉽다.

11. 록맨 X4(캡콤, 1997)

: 환상적인 액션, 하지만 늘 똑같은 이야기와 부재한 철학.

12. 캐슬바니아 : 효월의 원무곡(코나미, 2003)

: 탐험하는 재미에 진중한 분위기. 하지만 스토리는 진중하지 못하다.

13. 디스 워 오브 마인(11비트 스튜디오, 2014)

: 그 속에 들어 있는 철학은 전세계를 경고한다. 하지만 플레이가 단순하여 쉽게 지친다.

14. 언차티드 2: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너티독, 2009)

: 게임이 영화로 돌변하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중적인 사례. 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철학이 부재한다.

15. 언차티드 3: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너티독, 2011)

: 모험과 이야기를 잡아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버무렸으나, 블록버스터 무비의 한계점을 여전히 보여준다.

16. 배트맨 : 아캄시티(락스테디 스튜디오, 2011)

: 캐릭터 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모범적 사례. 멋진 스토리와 멋진 캐릭터 멋진 세계관이 함께하면 성공은 당연하다. 다만 고질적인 플레이 반복 구조와 빈약한 보스전.

17. 세키로(프롬 소프트웨어, 2019)

: 두 번째 변혁을 이끈 프롬 소프트웨어의 야심작.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그래픽 기술력의 한계.

18. GTA5(락스타 스튜디오, 2013)

: 엄청난 캐릭터성 하나만으로 세상을 뒤흔든 걸작. 다만 중구난방 산개하는 스토리가 아쉽다.

19. 언더 테일(토비 폭스, 2015)

: 인디계의 걸작.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철학, 밈. 모든 것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다. 다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철학이 인디감성에 많이 희석 되는 느낌.

20. 페이퍼즈, 플리즈(루카스 포프, 2013)

: 인디계의 수작. 철학 하나만으로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뚝심. 하지만 사회철학 하나만으로 지탱하기에는 어려운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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