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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나의 가치관 변화
게시물ID : wedlock_3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패기돋움체
추천 : 2
조회수 : 53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8/03 1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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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는 아직 미혼인 20대 중반입니다.
하지만 내년 쯤에 결혼할 계획을 가지고 있죠.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보고 니가 결혼한다는 소릴 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들 합니다.

저는 아주 복잡한 가정사를 거치면서 자라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조금은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접하면서(이 때 잘못된 정보를 너무 많이 접했습니다. 땅을 치며 후회)
결혼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죠.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제한하는 족쇄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쯤부터 만나던 사람과 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결심은 더더욱 굳어졌죠.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그 당시 여시하던 분 ㅋㅋ;; 떡잎...ㅋㅋ)

그 사람과 헤어지고서도 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때쯤에는 옛날 처럼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다.'가 아닌 '결혼도 아이도 싫다.'였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엄마처럼 굴면 어떡하지? 아이가 나때문에 불행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컸거든요.
다만 결혼을 하기 싫은 이유는 변했죠.
극단적 페미니즘에서 벗어나면서 결혼의 의미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고, 
더 이상 단순한 가부장적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계기였죠.
다만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내가 타인의 인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또 누군가와 평생 엮이는 걸 참아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제 자신에게 던졌고, 대답은 No였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결혼은 생각하지 않았죠.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니 언제나 끝을 생각하고 만나게 되었고, 네...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죠.
마지막 구남친과 헤어지면서 생각습니다.
나 다신 연애도 하지 않으리.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살겠다.

하지만 이 생각도 결국 엎어졌습니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였죠.
이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며 전 남친들 때문에 남자들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너무 길구요..
지금 남자친구는 정말 이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겪어본 사람들과는 다르게 경제관념이 확고했구요, 자로 잰듯한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너무 이상주의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있지만 ㅋㅋ).
또 공학도임에도 미게에서 얘기할 법한 공상과학적인 상상도 즐겨하고요, 이성적이면서도 굉장히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다정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제외한 인생의 주요 가치관이 저와 흡사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죠.
게다가 저와 다르게 화목한 가정에서 모나지 않게 자란 사람입니다.
그렇다보니 썸을 타던 때에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나같은 게 차지해도 될까? 너무 욕심내는 게 아닐까?
네, 이 때의 저는 가정환경, 학교생활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감정기복도 심하고 부정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고요.
그 때 든 생각이, '나도 행복해질 자유 정도는 있지 않을까? 욕심을 좀 내도 되지 않을까?' 였습니다.
결국 욕심을 냈고, 5년 가까이 만나다 내년 쯤엔 결혼하는 게 어떨까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어요.
금전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내가 한 인간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그 책임감이 무섭기도 하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친구와 좀 더 기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네, 얘기가 좀 길었죠?
얼마 전 결게 핫 토픽이기도 했던 '화목한 가정환경과 결혼' 때부터 쓸까말까 고민했는데, 이번에 딩크족 주제를 보면서 제 얘기를 하고 싶더라구요.
딩크족 관련 글에 달린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는' 댓글을 보니 제 생각이 났습니다.
제 생각엔 저는 아직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방향은 서서히 정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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