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프랑스전이 한창이던 지난 19일. 독일 라이프치히 공식응원지구인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한 연예인이 “다같이 일어나 한국팀을 응원하자”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한국인 응원단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제발 좀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연예인은 방송국 프로그램 화면을 제작하기 위해 파견된 이른바 ‘꾼’이었기 때문. 한국팀 응원을 위해 독일을 찾은 회사원 김 모씨(26)는 “한국전이 열리는 도시 어느 곳을 가도 늘 몇몇 연예인들이 응원을 주도하고 있다. 그 연예인을 중심으로 방송국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응원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TV 화면을 위한 엑스트라로 전락한 느낌이 들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따라 응원 대부분이 TV화면을 위해 방송사·기업과 계약한 풍물패·응원단 등에 의해 ‘연출된’ 것이다보니 자발적 거리응원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프랑스전 경기가 끝난 뒤 뒤풀이도 실제 ‘방송화면’과 달리 매우 썰렁했다. 각 방송사들이 거리응원 촬영이 미리 한데다 풍물패·응원단이 단 한 차례 공연하고 바로 철수했기때문이다. 백 모씨(24·여)는 “경기가 끝나고도 프랑스 서포터즈는 밤새 기차놀이를 즐기며 여흥을 즐겼는데 우리는 경기 전 TV 카메라를 대동한 채 응원을 주도하던 팀들이 모두 ‘촬영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하는 바람에 썰렁한 뒤풀이를 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13일 토고전이 열렸던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거리응원 역시 상업적 목적에서 기획됐다. 한 방송사와 계약해 뢰머광장에서 공연한 한 사물놀이 공연단은 북 앞에 특정 기업 로고를 큼지막하게 붙여 놓았다. 또 국내 한 자동차사는 태극기를 꽃은 신형자동차로 내내 광장 주위를 돌며 ‘빵빵~빵빵빵’이라는 경적을 울려댔다. 일부 대기업에 의해 고용된 일부 서포터즈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다소 엉뚱한 구호를 외치며 광장 곳곳을 돌기도 했다.
독일 현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색적이거나 특이한 응원을 직접 연출하고 이를 촬영·편집해 방송국이나 포털사이트 등에 판매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한국인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각종 퍼포먼스 등을 펼치고 열광하면 이를 화면에 담아 각종 매체에 판매한다. 연출 화면을 판매하는 김 모씨(30)는 “대략 1분당 20만원 정도에 동영상 화면을 판매한다”며 “월드컵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새로운 동영상에 목말라하는 각종 매체들로부터 동영상 구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현지에 파견 중인 국내 한 방송국 관계자는 “방송 24시간 중 3분의2 이상을 월드컵에 할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원단에게 돈을 주고라도 연출된 화면을 구입하지 않으면 마땅히 채울만한 장면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