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이었습니다. 비가 엄청나게 온 날이었죠. 직장 동료들과 함께 포천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저는 운전을 하고 뒷 좌석에 2분이 앉아있었습니다. 포천에서 일을 다 마치고 저녁을 먹고 대략 8시 쯤 출발을 했습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기 위해 의정부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죠. 비가 조금 조금 내리더니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 붓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내리는 것이 아니라 퍼 붓더군요.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의정부 쪽은 초행길이었는데다가 길도 좁고 구불거리는게 심해서 긴장을 많이하고 있었는데 비까지 엄청나게 쏟아 부으니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앞이 안 보인 저는 일단 차에서 켤 수 있는 불이란 불은 다 켰습니다. 머 그래봐야 헤드라이트 상향등으로 바꾸고, 안개등 켜고, 비상깜빡이 켜고... 이게 끝이죠. 아무튼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빗속을 네비게이션에 의존해 가면서 외곽순환도로를 찾아 슬슬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참을 가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인지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도로에 차들이 별로 안 보이더군요 사실 그 당시에는 그런 것에 신경 쓸 틈도 없었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갔으니까요. 엄청나게 쏟아 붓는 비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길 뒤에 앉으신 두 분도 역시 긴장이 되시는지 앞 좌석쪽으로 고개를 빼시고 아무 말 없이 보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가던 중 길 가에 왠 사람이 하나 서서 손을 흔들고 있더군요 저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여기는 차도 별로 없어보이는데 택시가 잡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조수석은 비어 있었던 터라 방향이 같으면 태울 요량으로 차를 일단 길가 쪽으로 붙이면서 뒤에 앉아 계신 분들께 먼저 물었습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저 앞에 누가 택시를 잡고 있네요. 방향이 비슷하면 태워도 되겠죠?" 예상했던 것 과는 달리 한 분은 태우라고 하시고 다른 한 분은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래도 태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면서 차를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몰아 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 사람이 모습이 가까워 질 수록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이상했습니다. 비가 엄청나게 오는 밤길이어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차를 세우려고 그 사람 근처에 차를 세우려고 갔습니다. 헤드라이트에 그 사람이 비추어지면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갑자기 심장이 막 쿵쾅거리면서 뛰고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서더군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손은 부들 부들 떨리고 다리도 풀려서 패달도 잘 못 밟겠더군요. 입에서는 소리도 안 나오고 헛 바람만 헉 헉 거리고... 저는 미친듯이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앞이 안 보였지만 그래도 미친듯이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뒤에 계신 분들은 갑자기 제가 그렇게 달리니 "무슨 일이냐며 천천히 가라고 천천히 가라고" 계속 말씀하셨지만 제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 곳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한 참을 달리니 신호에 걸려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저는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급정거를 하며 차를 세웠습니다. 뒤에 계신 분들은 갑자기 왜 그러냐며 계속 물으셨고 저는 한 참 동안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움직이면서 저는 차를 간신히 길 가쪽에 세우고 숨을 돌렸습니다. 주변에 차도 많이 보이고 간판들도 많이 보여서 그런지 좀 안심이 되더군요. 그리고 제가 본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사람 그렇게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도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젖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