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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비망록 -
게시물ID : humorstory_315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비넴
추천 : 0
조회수 : 1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30 04:26:16


때는 찬바람이 살며시 불어오던 2007년의 어느 가을 저녁, 그녀와 나는 함께 손을 잡고 불꽃놀이를 보러 한강으로 나갔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를 놓지 않기 위해 우리 둘은 영원한 사랑의 사슬에 묶여 있듯 손을 꼬옥 잡고 한강변을 거닐었지.


나의 다른 손엔, 밤하늘을 화사하게 수 놓을 알록달록한 불꽃을 바라보며 우리의 영원한 사랑에 건배하기 위한 맥주 두캔과 안주 거리가 들려있었고, 너의 다른 손엔 우리 사랑만큼이나 눈부신 은백색의 돗자리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덧 나즈막한 둔치에 앉아 드디어 시작한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지.


"불꽃이 너무 이쁘다."


너는 불꽃보다 더욱 화사한 미소로 나에게 말을 했고, 나는 마음속으로 


'우리의 사랑은 저 불꽃보다 훨씬 아름다울거야.'


하고 말하며 웃음지었지. 밤하늘에 꽃피는 불꽃들 보다 너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렇게 우리는 불꽃을 조명삼아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마셨어. 


"아... 좀 취하는거 같아. 더는 못마시겠어."


불빛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취해서인지 발그레진 너의 두볼을 보며 나는 네가 남긴 맥주를 받아 들고, 언제나 사랑에 목마른 나의 마음을 차가운 맥주로 적셨다. 차가운 맥주와, 그것보다 더욱 차가운 가을 밤의 강바람을 들이 마시며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


불꽃놀이가 모두 끝이나고, 우리는 돗자리와 빈캔들을 챙겨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파속에 몸을 실었다. 너무나 즐거웠다는 너의 말에 나는 내년에도 여기서 이렇게 불꽃놀이를 구경하자며 싱글거렸지.

그렇게 웃으며 되돌아기 시작하던 그 때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어.


강바람때문이었을까, 내 마음을 적시던 맥주 때문이었을까. 아니 모든 것들이 문제였을거야.

나의 몸은 언제부턴가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나의 작은 친구는 어느덧 자제심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들어온 맥주를 내보내려하는 방광과 그것을 막으려는 이성간에 분쟁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조바심속에서도 여유있는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뭉쳐 나가고 있는 출구와, 서른명 가량의 사람들이 줄서있는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지. 나는 화장실을 선택했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운집한 출구쪽은 병목현상이 일어나 도저히 제한시간내에 그곳을 벗어나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렇게 우리는 화장실쪽으로 움직였다. 너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여자화장실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뒤에 섰지. 너는 그 짧은 시간이라도 떨어져 있는게 안타까운지 남자화장실 앞에 줄서 있는 나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어댔어.

그래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줄 수 있었지. 


내 앞에 서있는 30여명의 사람들은, 마치 지옥에서온 악귀들이자, 내 인생에 유래없던 생존을 위한 경쟁자들이자, 내가 반드시 넘어야만할 장애물과 같았다. 화장실은 큰일을 볼수 있는 칸 하나와 작은일을 볼 수 있는 칸 하나로 이루어져있었다. 다시 말해서 두명이 동시에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이었지. 


'그래. 나는 이겨낼 수 있어. 두명 씩 볼일을 볼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빨리 나의 차례가 올거야.'


그건 나의 오산이었어. 나처럼 모두가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찾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던 거였지. 

나의 앞에 20여명의 대기자들이 남아있을때, 나는 돗자리를 꼬옥 끌어 안았다.

그것은 우리의 따뜻했던 체온을 느끼기 위함이었지만, 아주 약간은 나의 작은 친구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사람 참 많다 그치?]

너의 문자메시지에 나는 답장을 하기 조차 조금씩 힘겨워져 갔다. 하지만 너에게만큼은 내 나약함을 보이기 싫어서, 조심조심 답장을 보냈지. 

[응]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이 15명 가량 정도 되었을때, 돗자리는 나의 작은 친구가 의도치 않게 방류를 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밀착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었고, 나는 나의 미래가 두려워졌다.


'내가 만약...... 내가 만약, 여기서 인간다움을 포기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녀와 헤어지게 될까.'


한편으로는, 당장 내가 서있는 줄에서 이탈하여, 풀숲에서 방출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것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느 작은 방송사의 기사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것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걸 견뎌내야해. 그리고 이걸 견뎌낸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문제가 내 인생에 닥치더라도 두렵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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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을 쓰다보니 길이가 길구나... 그 이후의 것은 천천히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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