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있었던 추석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풍족했습니다.
자신의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을 먹일려고 허리를 숙여가며 바쁘게 주방을 오고가시던 그 모습...
손수빚으신 송편과 노릇노릇한 전,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던 여러나물들, 통통하게 올라온 살이 그득했던 소갈비찜,
그전날 시장을 오가며 질 좋은 것으로 고르신 과일과 달콤한 약과.식혜.한과 까지...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인다는 설렘에 힘든 것도 모르셨다던 할머니...
조금만 더 오래사셨다면, 지금의 성숙해진 저의 모습을 보고 참으로도 뿌듯해하셨을텐데...
암에 걸리셔서 투병하시던 그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질않아요. 뽀글뽀글하던 머리를 밀으신 모습을 보이시고 싶지않아서
두건을 둘러쓰시고 손녀를 맞이해주시던 그 모습...할머니의 병실에서 자던 마지막밤이 그 날이 할머니의 마지막모습인줄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이젠 제가 할머니를 위해 안되는 실력이지만 정성스레 저도 음식만들께요.
오셔서 맛나게 드시고 많이 큰 제 모습도 보고가세요 할머니.
언제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