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의 당찬 과학자 잭 안드라카는 22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권위에 둘러싸여있던 과학을 민주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지식이 오픈되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잭 안드라카는 포럼에 참석한 연사 중 최연소다. 메릴랜드 고등학교 학생으로 15세의 나이에 장당 3센트짜리 췌장암, 난소암, 폐암을 5분내에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종이센서를 발명했다.
어릴 때부터 계란껍질에 책을 올려놔도 깨지지 않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과학에 흥미를 가졌던 그는 친한 삼촌이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것을 보고 멀쩡한 사람도 3개월 만에 죽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췌장암 테스트 키트가 800달러여서 손쉽게 진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빠르고 간단하면서도 저렴하게 췌장암을 분석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할 것을 마음먹었다.
그는 "암 진단 시 혈액 안에 있는 단백질 레벨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구글에 들어가 8000개의 단백질 데이터를 방학동안 계속 찾았다. 4000번째 단백질을 검색했을 때 내가 찾던 단백질 타입을 찾을 수 있었고 이 단백질을 통해 암을 조기단계에 발견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잡지에서 나노튜브와 항체분자에 대한 지식을 얻었고, 이들을 조합해 췌장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물에 나노튜브를 붓고 항체를 부어 섞은 다음 종이에 찍어 말리면 암 진단을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구체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관련연구를 하는 200여 기관에 나의 연구방법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개의 기관에서 돌아온 대답은 '너의 연구방법은 틀렸다'였다. 유일하게 연락이 온 곳은 존스홉킨스대학교였고 그는 대학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작은 연구실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암 세포를 처음 보기도 했고 원심분리기를 고장내는 등 실수도 했지만 3센트짜리 췌장암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가 개발한 진단키트는 예전방법보다 168배 빠르고 정확도가 높았다. 특히 항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난소암과 폐암 등에 적용 가능했다.
그는 "췌장암 진단키트를 만들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199명의 의학박사들이 넌 안 된다고 했고, 학교선생님도 부모님도 반대를 했다"면서 "하지만 제일 큰 도전은 과학관련 학술출판물들을 보지 못했던 점"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 저널이나 잡지를 보기위해서는 약 35달러를 내야 구독가능하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과학에 관심을 가지라고 어른들이 말하고 있지만 돈이 없이는 볼만한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은 어른들이 과학과 대중간의 견고한 벽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우리는 중산층에 속하고 인터넷도 할 줄 알지만 과학기술 관련 논문 등을 읽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 읽을 수 없다"면서 "유명 대학들은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재정여건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글들을 무료로 읽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현재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변화를 야기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오픈콘텐츠를 요구해보자"며 "췌장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도 관련 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듯이 우리가 힘을 합치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hellodd.com 김지영 기자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