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17.동구
추석에 내려왔다
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
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차비나 혀라
-있어요 어머니
철 지난 옷 속에서
꼬깃꼬깃 몇푼 쥐여주는
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텅 빈 들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
서울길 삼등열차
동구 정자나뭇잎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고향마을
어머니 모습 스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어머니 어머니 부를 아우야
찬 서리 내린 겨울 아침
손에 쩍쩍 달라붙는 철근을 일으키며
공사판 모닥불 가에 몸 돌리며 앉아 불을 쬐니
팔리지 않고 서 있던 앞산 붉은 감들이
눈에 선하다고
불길 속에 선하다고
고향마을 떠나올 때
어여 가 어여 가 어머니 손길이랑
눈에 선하다고
강 건너 콩동이랑
들판 나락가마니랑
누가 다 져날랐는지요, 아버님
불효자식 올림이라고
불효자식 올림이라고
너는 편지를 쓸 것이다.
--시: 김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