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박근혜 후보에게는 ‘부마민주항쟁’이 아직도 ‘반국가적 폭도들의 난동’인가 ?
24일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을 접하고 우리는 오히려 참담하고 시민적 공분이 끓어오른다.
1979년 10월의 ‘반유신 부산·마산사건’에 대해 박정희 정권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폭도들의 난동인 ‘부마사태’로 규정하고, 군대까지 동원하여 진압했다. 이후 끈질긴 진상규명, 명예회복 투쟁을 거쳐 적어도 1999년 이후에는 정치적, 법적으로 3.15의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인 ‘부마민주항쟁’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정치 일선에 나선 이래 십 수년간 단 한 번도 부마항쟁과 이에 대한 군사진압과 고문 등으로 인한 시민적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다. 전태일, 장준하, 인혁당 사건을 언급하고, 광주 5.18과 제주 4.3을 방문해도, 마산의 3.15 국립묘지를 방문해도 유신체제하에서 죽어가던 3.15의거 정신을 되살린 부마항쟁에 대해서는 눈뜬 장님과 벙어리 행세를 했다. 최근 부마항쟁과 관련하여 과거사위원회가 국가에 대해 ‘인권침해 피해자 확인, 명예회복, 피해 구제조치’를 권고하고, 이 부실조사 이후 지난해에는 32년만에 부마항쟁 당시 참혹하게 사망한 시민 유치준님의 유족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부마항쟁 진상조사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도 친박계 중심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를 부결, 폐기해 버렸다.
이런 무시와 침묵 정치의 연장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24일의 기자회견에서 인혁당을 언급하면서도 부마항쟁에 대해서 끝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날 오후 부마항쟁 현장인 부산에서의 한 마디를 기대했지만, 우리를 조롱하듯 세간에 유행하는 말춤 시늉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마산 출신의 중진 국회의원이 박근혜 집권 새누리당 중역을 맡고, 박 후보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박근혜 후보가 33년 전 청와대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 날벼락같이 일어난 부마항쟁과 이에 대한 군사적 진압은 아버지 박정희마저 흉탄에 가게 한 10.26 사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니 끔찍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후보가 너무나 늦었지만 다행히 5·16과 유신은 명백하게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내건 부산·마산사건은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박정희 치하의 최대 민주화운동이 아닌가 ? 더욱이 박 후보가 그렇게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이 박정희 정권 말기에 정치경제위기에 처하면서 고통을 겪어 온 학생, 시민, 노동자들의 분노의 몸부림이 아닌가 ?
이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의 건전성과 진정성에 대해서, 적어도 부마항쟁에 관한 한 우리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 박 후보는 아직도 엄중한 과제가 산적한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의 성벽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정치인일 뿐이다.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의 행적과는 별도로, 퍼스트레이디로서 경남 마산 등지에서 대규모의 충효예 한마음운동 관제조직을 만들며 ‘유신만이 살 길’이라고 한 박 후보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나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있다.
1979년 10월, 유신체제 선포 7주년에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내건 부마민주항쟁은 이제 항일·반유신독재 지도자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사건, 그리고 3.15의거 당시 김주열 시신 모습을 보도한 부산일보·정수장학회 사건 등과 함께 유신시대의 3대 미해결 사건이다. 그리고 부마항쟁은 집권 공당의 대선 후보 박근혜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제라도, 대선 후보자로서 그리고 당시 퍼스트레이디로서 반유신 부마항쟁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정당한 민주항쟁임을 명확히 인정하라. 동시에 이에 대한 야만적이고 불법적 군사진압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임을 인정하라. 그리고 부마항쟁 관련 사망자 유족, 고문 등의 피해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라. 이것을 거부하면, 박 후보가 ‘박정희의 딸’에 갇혀 아직도 부마항쟁을 ‘폭도 난동 사태’라는 퇴행적이고, 반민주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주권자 국민으로서 합당하게 대응할 것이다.
2012년 9월 26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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