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굳이 남의 커뮤니티에서 충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동영상을 퍼 나르는 이유는,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오유에서조차 자전거의 도로통행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하며 동호인들이 침통해 하고 있을 때, 오유에서도 추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 중, 제 마음을 유독 침통하게 만드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같은 차선의 오른편에 자전거 그림을 그려 놓고, 같은 차선을 공유한 채 추월해나가는 자동차를 그려 넣으며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가 넘어지는 것은 운전자에게 불가항력이다'는 내용의 댓글이었습니다. 심지어 많은 추천을 받아 메달까지 달렸더군요..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 그림, 그러한 해석이 해당 사고에 대한 정확한 묘사도 아닐 수 있으며, 저는 그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이른바 "잘잘못 논란"이 여기서 다시 불거지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러한 추월 방식을 당연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일 뿐입니다.))
동영상에서 보이는 버스의 모습이, 차선을 공유한 추월의 적나라한 모습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럼 자전거 속도에 맞춰서 기어가듯이 가라는 소리냐?
저는 반문하겠습니다.
앞에 운구차량이 서행하고 있을 때는 어떻게 운행하시나요?
저속의 건설기계가 서행하고 있을 때는 어떻게 운행하시나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행 차량이 덩치 큰 일반 차량, 건설기계가 아니라 조그마한 자전거라는 데에서 모든 거부감이 기인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게 불가항력인 것이 아니라,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추월하는 것이 맞습니다.
진위 논란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파트가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범죄에 노출되어 100% 이상의 범죄율을 기록한다고 하죠.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 아파트의 범죄율을 낮출 방안을 찾을지,
둘째, 아니면그 아파트 근처로 안 가고 말지.
둘 중 '옳은'선택이 무엇일지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도로 나갑니다.
목숨을 걸고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저는 자전거를 타는데 누군가가 저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 곳은 위험하니까 애초에 피해 다녀서, 그 곳을 아무도 찾지 않는 위험한 곳인 채로 놔두기보다 위험한 곳을 한 군데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