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만큼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는 게 '신자유주의자'입니다.
과거에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변명의 여지없이 매도당하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신자유주의자'라는 딱지가 그런 위력을 발휘합니다. 안철수 캠프에 자문역할로 참여한 이헌재를 두고 며칠동안 난리부르스 치던 좌파논객들이 그를 '신자유주의자'로 지목하고 2선후퇴를 끌어낸 모양입니다.
흔히 '신자유주의'를 규정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보면 '개방화,자유화,민영화'를 신자유주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2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보먹물들이 강조하는 것과 같이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조류입니다. 시장을 간섭하던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한 것이니 당연히 시장에서 힘쎈 놈이 독식하는 체제가 만들어 집니다. 규제철폐를 하다보니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없는 대형마트의 도심진출 현상도 일어나고 있지요. 그러니 골목상권이 다 죽고 대형자본만 살아남는 오늘의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신자유주의'에는 다른 얼굴도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급속한 국력신장을 가져온 조류라는 점입니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으로 도약할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국제 흐름을 재빨리 편승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예속하에 경제를 발전시켜옵니다. 그 흐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온 유럽과 달리 자유주의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자본이 노동과 국가의 통제를 덜받으면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자본이 시장에서 마음대로 활개치게 내버려두면 사회적 생산성은 높아집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통상국가입니다. 자유화,개방화에 매우 잘 맞아 떨어지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중소기업들이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가 신자유주의라는 국제조류를 만났으니 순풍에 돛단 배 격으로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 점은 '신자유주의자(?)' 이헌재를 거듭 비난하고 있는 장하준의 논리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미국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던 GATT(무역및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체제를 폐기처분하다시피하고 새롭게 만든 FTA(양국간 자유무역협정)체제에서도 매우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노무현대통령도 '이왕에 할 협정이라면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미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미국시장에 중,일보다 먼저 진출하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던 것이죠.
이렇듯 신자유주의에는 2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한 면만 콕 찍어 사람을 마녀사냥하는 것은 어린애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균형잡힌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죠. 가정형편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조건 용돈 많이 달라고 조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철부지짓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도심한복판에 대형마트가 버젓이 들어서는 것도 용납해선 안될 일입니다. 신자유주의가 갖는 규제철폐와 같이 시장을 강자가 활개치도록 내버려둬선 안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외수출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일체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를 모두 배제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단편적이고 일면적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총괄적으로 사물을 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상징단어를 가지고 사람을 때려잡는 방식은 우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좌파들도 함께 범하고 있는 반문명적인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