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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잠자리가 그립다.
게시물ID : love_35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쁜말만하자
추천 : 33
조회수 : 2665회
댓글수 : 68개
등록시간 : 2016/05/23 00:22:03

오늘은 너의 살내음이 그립다

같이 머물던 자리에 베인 너의 살냄새가.


엄한 집에서 자란 보석같은 너는

방학을 늦게 한다고 집에 말하고는


짐을 빼서 내 자취방에 왔다.

이렇게 나마 오랜기간 우리가 부부같이 살 수 있을 때가 언제나 있겠나 싶어


부끄러워 내색은 안했지만 너무 좋았다.


너가 오던 날


이미 냉장고에는 너가 좋아하는

소고기와 닭고기 각종 식재들 장을 봐두었고

부족분은 마트에서 살까 싶어 같이 마트에 갔다.


결혼한 것 같았다.

둘이서 마트카에 대롱대롱 매달려

죽죽 밀며 신나게 20만원어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그 길에 나는 꼴에 사내라고

남자라서 튼튼하다며 양손에 짐을 들고

투우장 숫소마냥 언덕을 올라갔다.


그날 밤엔 내가 좋아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았고

니가 오기전에 준비했던 서툰 요리실력으로

"내가 햄버거를 만들어 줄게!"라며 득의양양하게

너에게 김풍버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무더웠던 너를 위해 샀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꺼내 같이 먹었다.


이 먼길을 오기 힘들었는지


어느새 너는 내 침대위에 잠이 들었고

너는 진득한 코를 골았다.

혹여 추위를 잘 타는 네가 냉방병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때마침 달은 오늘 같이 만월이라

월광은 소리소문 없이 적적했는데

달빛 한점에 별빛 두스푼이

너의 얼굴에 만찬처럼 펼쳐졌다.

그 이후에 울려퍼지는 매미들의 찬가가

결혼행진곡과 같았다.


코는 골았지만 새근 새근 잠든

너의 얼굴이, 너무 이뻐서 앉은채로


너의 이마를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골함인 것 마냥

손길 한번에 한숨 한번

손길 두번에 한숨 두번을 내뱉으며

조심히 앞머리를 귀뒤로 쓸어 넘겨 주었다.


이내 나도 누워 너에게 팔베게를 해준채로

혹여 덥지 않을까 왼손으로는 잔잔한 손 부채를 해주었다.


그러자 베시시 웃으며 코를 골다 말고

'xx오빠 사랑해'라고 잠꼬대를 하는

너의 모습이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마에 한번

보석함처럼 닫힌 너의 두눈에 한번

코에 한번

그리고 조금은 건조한 너의 분홍빛 입술에 한번

내 향을 적셨다.


그리고 너를 사막에 있는

유일한 물 한컵인것 마냥 감싸 안고는

너의 심장이 있는

등 부근을 아기처럼 다독여 주다

나도 잠이 들었다.



잠들기 전에 느껴지던

시원한 밤공기와 월광, 매미들의 찬가 때문이 아닌

너의 살내음, 너의 숨소리가 좋아서

잠들기 전에 나는

제발 앞으로 이런날이 끝나지 않기를 빌고 빌며

속으로 악을 지르던

그날 밤

그 포근했던 잠자리가 그립다.


그 날 보던 달은 그대로 인데

너는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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