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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388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1
조회수 : 12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7/05 21:42:40
#6 첫 이별(?)
“그럼 아저씨 말고 누구한테 한 소릴까?”
“내참. 하여튼 요즘 애들은 겁이 없단 말이야.”
“내참. 하여튼 요즘 아저씨들은 겁이 없단 말이야.”
“…….”
“지금 쟤가 우리보고 하는 소리 맞지?”
“야, 너는 닭치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라. 그리고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나는 어쨌든 그 순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일단 중요한 것은 태식이를 이 애들과 엮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나는 조용히 태식이를 데리고 돌아섰다.
“야, 너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오늘은 그냥 좀 가라. 나중에 내가 너한
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냥 좀 가 주라.”
“그…… 그럴까?”
태식이는 일단 심하게 굳어진 내 얼굴을 보고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이
렇게 말을 해야 정상인데 오늘따라 약을 먹었는지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
고 있었다.
“알았다. 임마, 저기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니 거냐? 그럼 내가 그 옆에
애 맞을게. 둘 다 괜찮게 생겼네.”
“이런 개…….”
“변태 아저씨들!!”
나는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미나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지른 소리보다도 변태 아저씨라는 말이 계속 내 귓속을 맴돌고 있
었다.
일단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기에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무슨 일이 나도 날
것 같았다.
“계속 매너 없게 새워둘 거야?”
“그…… 그럼 어쩌자고?”
“아저씨, 술 좀 사주라.”
“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잠자코 있던 아까만 해도 천사같이 보였던 하양이가 말을 꺼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만류하려 했지만 곧이어 튀어나온 태식이의 한마
디에 무마되고 말았다.
“콜!! 어디로 갈까?”
“…….”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미성년자를 데려다가 술이라도 먹이다가 잘못해서 걸리기라도 하면 꼼짝
없이 오해를 받을 상황이었다.
그때쯤 되면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최선책을 택해야만 했다.
“그…… 그래? 그럼 내가 좋은 곳 아니까 가자.”
“결국은 아저씨가 안내하네?”
미나는 고상한 척 하는 아저씨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낸 장면은 본 아이처
럼 좋아하며 킥킥거렸다.
일단은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술집에 가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노래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들어가서 술을 시키면 그나마 안정성도 확보하고, 술도 먹여주니
군말 없이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야, 쟤 귀엽다. 이름이 뭐래?”
“하양이란다. 씹새야.”
나는 조용히 다가와 하양이의 이름을 물어보는 태식이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큼발랄한 욕을 살며시 건네주었다.
욕을 맛있게 씹던 태식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이었다.
“햐, 이름부터 새하얗네.”
“그래, 너같이 새카만 놈하고는 다르니까 딴 생각 하지 마라. 지금 쟤들
이 몇 살인 줄 알고나 하는 소리냐?”
“원조면 고딩이나 될 테니까 한 열여덟살쯤 되냐?”
사실 나도 고등학생이라고 잠정적으로 추정하고 있었을 뿐 정확히 몇 살
인줄은 모르고 있었다.
“야, 너희들 몇 살이냐?”
“아저씬 몇 살인데?”
“좀 물어보면 먼저 대답해 주면 안 되냐?”
“아저씨가 먼저 말해 봐.”
“싫어. 내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니가 먼저 대답해!!”
순간적으로 말해 놓고도 내가 갑자기 얘들하고 정신 연령이 비슷해져 버
린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착각이 들었다.
“…….”
“내참. 별, 중딩도 안 하는 유치한 소리를 하네. 열여덟 됐지?”
“컥…….”
나이를 듣는 순간 숨이 콱 막혀 오는 것 같았다.
내 나이가 올해로 서른여섯이니 정확하게 내 나이가 걔들의 곱하기 2였
다.
태식이도 나랑 동갑이었으니 똑같은 입장이었다.
‘지금 내가 내 딸자식 같은 애들하고 뭐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이미 몸은 노래방에 들어와 있었고, 손
에는 미나가 들려준 맥주 캔이 들려 있었다.
자신의 18번이라고 소개를 하며, 신나는 최신 댄스곡을 선곡해서 부르는
미나와 하양이를 보며 나는 가만히 앉아서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태식이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줄로 자신의 목
을 묶고 하양이에게 개처럼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저 자식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거야?’
“아저씨는 왜 안 불러?”
“난 노래 안 불러.”
“왜?”
“산 속 도깨비들에게 노래 주머니를 뺏겼거든.”
“야, 하양아 그 다음 곡 빨리 시작해.”
‘이런 개 샹, 대꾸는 해줘야 될 거 아냐…….’
그렇게 나는 자꾸만 타는 목을 맥주로 축이며, 서서히 밤에 젖어들고 있
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아침 일찍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 쥐며 일어났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뜬 곳은 어느 모텔이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쉽게가 아니라 다행이지.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아, 분명 어제 술을 왕창 먹고 있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너무 오랜만에 술을 먹었나 보다.
맥주를 먹고 쓰러진 것을 보면…….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내가 술 먹고 미친 짓을 안 해서……. 만약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면……. 어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재빠르게 어제 같이 있었던 태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태식이냐?”
“어, 일어났냐?”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여기에 있냐?”
“너 어딘데?”
“뭐? 니가 나 여기다가 놓고 간 거 아냐?”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소리야? 어제 미나란 애가 너 데리고 나갔는데.”
“뭐?!”
“그래서 지금 어딘데?”
“모텔…….”
“뭐? 그럼 빨리 지갑부터 확인해 봐. 이런, 젠장. 내가 너를 그렇게 쉽게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철도 안 든 고딩한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재빠르게 지갑을 펼쳐 보았다.
돈은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원래 금액이 그대로인 것 같지도 않았다.
분명 몇 만원은 비는 것 같은데…….
‘뭐지? 돈은 다 가지고 도망간 것도 아니고…….’
그때 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는 조그맣게 ‘원조소녀’가 떠올라 있었다.
“제발…….”
“여보세요, 아저씨 일어났어?”
“어, 그…… 그래.”
나는 다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가장 최악으로 생각하는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
다.
최악의 사태라면 내가 어제 그 소녀와 잔 것이고, 그 대가로 내 지갑에서
돈을 가져간 것이 되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아마 살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저씨 생각보다 꽤 쓸 만하던데?”
“뭐?! 아…….”
나는 작은 탄식소리와 함께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정녕 하느님은 나를 버리신 것인가?
“너 뭐…… 뭘 말하는 거냐?”
“아저씨, 물건 꽤 크더라고…….”
‘이…… 이럴 수가. 억울하게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아! 안타깝다.’
가 아니잖아.
‘이…… 이제 어떡하면 좋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미쳤지. 내가 미
쳤어.’
“아저씨, 왜 말이 없어? 놀랬구나?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꺄르르르.”
“…….”
“너 지금 말 다했냐?”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욕을 억누르며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아저씨 생각을 해 봐. 내가 아무리 아저씨가 좋다지만 3만원은 너
무 싸잖아? 그런 생각 안 들었어?”
‘어라?’
나는 서둘러 다시 지갑을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많은 액수가 비는 것은 아니었다.
‘아……, 모텔비였구나.’
뒤늦게야 깨달은 나는 안도의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어쨌든 최악의 상황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정말 잘못했으면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또 한 번 저지른 것이라는 생각
에 더 이상은 하늘을 쳐다보며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라고 말해준 미나가 고맙기까지 했다.
“너 이…… 어른을 갖고 놀리니까 재밌냐?”
“응, 졸라.”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앞으로 니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 신경 안 쓸
테니까 제발 연락하지 마라. 나 그냥 조용히 살란다. 알았냐?”
“뭐? 아저씨 완전 삐졌어?”
“끊는다.”
나는 조용히 말하고 전화기를 끊었다.
사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일에 또 늦을 것 같았다.
“으악! 젠장, 수년 동안 일하면서 거의 지각을 안 했는데 요 년 알고 난
뒤로 왜 이렇게 지각이 잦아지는 거야? 미치겠네…….”
“어이, 변씨 또 지각이네? 요즘 무슨 일 있어?”
작업장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거의 듣지 않는 핀잔을 또 들어야만 했다.
“아, 아뇨. 죄송합니다.”
“요즘 여자 생긴 것 같아? 맞지?”
“아, 아뇨!! 저 여자 없어요!”
나는 혹시라도 오해를 받을까 봐, 오바를 해서 강하게 부정했다.
나중에라도 원조를 만나는 게 조씨 아저씨한테 보이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꼼짝없이 할 말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아예 얼굴을 안 보는 게 상책이었다.
“말투가 좀 이상한데? 내 눈은 못 속여.”
“정말 아니라니깐요. 어디로 가면 되죠?”
나는 또 그날의 주어진 일을 미친 듯이 수행함으로써 모든 것을 잊어버리
려 했다.
내가 처음에 이렇게 힘들고 거친 노가다성 일을 택한 것도 모든 고통과
아픔을 힘든 일을 함으로써 잊어버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원조소녀의 잔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내가 화낸 거에 많이 놀랐나?”
“…….”
“그러든 말든 나랑 먼 상관이야.”
그렇게 얄궂게 말하면서도 번호는 안 지우고 있는 건 뭐야?
“내가 뭐 혹시나 연락 올까 봐서 번호를 안 지우고 있는 건 아냐. 그럼
그럼.”
“그런데 왜 연락이 없지? 걔 성격에 그렇게 끊어버렸으면 분명히 전화를
다시 걸어서 욕을 하고 난리를 쳐야 정상인데…….”
그렇게 알게 모르게 며칠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기에는 선명하게 ‘미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얘는 뭐 이런 엉뚱한 타이밍에 전화를 하는 거야? 한 몇 년 지나고 전화한 것도 아니고 겨우 일주일밖에 못 참나? 이놈의 인기란…….”
혼잣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손은 핸드폰을 열고 있었다.
“여, 여보세요?”
내 목소리가 얼마나 다급했던지 누가 들어도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
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개소리.”
“흠흠. 그래 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
“다 필요 없고, 아저씨 친구 좀 떼어내 줘. 하양이는 나랑 질적으로 다른
애야. 전혀 그런 애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그 새끼
떼어내.”
“뭐?! 태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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