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자친구 없으므로 음슴체.
06년 2월 군번이고, 그 이름도 찬란한 21사단 수색대대 출신임(빌어먹을 양구)
반복되는 DMZ 수색 매복 작전과 훈련, 작업 등으로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새로이 하사 하나가 팀장으로 오게 됨.
나랑 동갑인데다 성격도 좋고 착해서 오손도손 잘 지냈음. 문제는 약간 열혈(?)남아 스타일이라는 거..
비합리적인 일에 대해선 엄청 화내고 짜증내고 사병들이랑 같이 윗 분들 씹기도 하고 그랬음.
이 하사가 나와 함께 오늘 사연의 주인공.ㅋㅋㅋㅋㅋㅋㅋㅋ
점호가 끝난 후 취침에 들려고 하는 찰나, 분대장이 연대 ATT에 대항군으로 뛸 사람 2명이 필요하다며 나와 내 동기 하나를 불러냈음.
작업보다는 대항군이 재밌겠다고 생각한 나는 흔쾌히 OK하고 들뜬 마음으로 잠을 잠.
다음 날 아침, 수색모에 빨간 띠 두르고 특전조끼 입구서 레토나에 올랐음.
오늘의 임무는 '연대본부를 습격해라'였음.
연대 본부 전체가 보이는 언덕(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대본부 애들 종교활동 하는 곳인듯)으로 올라가 쭉 훓어보았음.
CP실까지 가는 길목마다 경비병들이 주둔하고 있었고, 2열 종대로 무장한 애들이 연병장을 비롯해서 건물 사이사이로 돌아다니고 있었음.
도무지 CP실까지 갈 엄두가 안 났음. 걍 대충 시간만 때우다가 가야하나.. 하고 빈둥거리고 있는데, 울 분대장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거임.
'어떻게든 뚫는다'라는 눈빛이었음ㅋㅋㅋㅋㅋㅋ 왠지 모르게 두근거렸음. 두려움보단 재밌을것 같다는 흥분이었다고나 할까.
오늘 왠지 일 하나 터지겠닼ㅋㅋㅋㅋㅋ 이 생각 뿐이었음.ㅋㅋㅋㅋ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음. 내 동기놈이 머리 빼꼼히 내밀고서 언덕 아래를 내려보다가 정찰 중이던 연대아저씨한테 걸린 거임.
하아... 이 멍청한 자식.. 뒤에서 계획 중이던 나와 분대장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음. 그나마 다행인건 이 자식만 걸렸던 것.
저 아래서 '대항군이다, 아저씨 잡혔어요~~ 아싸 휴가네 ㅋㅋㅋㅋ'라는 소리가 들려옴..
근데 그 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그냥 걸어내려감. 동기랑 분대장은 살려놓고 나 혼자 내려갔던 거였음.
내가 내려가서 시선 끌테니 몸 숨기라고 해놓고 연대아저씨한테 다가감. 그 아저씨 나보고 '아저씨 나한테 잡힌거에요~ 확실히 해요~'라고 함.
어찌나 좋아하던지 쭉빵한대 갈기고싶은 심정이었음(안경쓴 돼지였음).
'하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라고 수많은 생각이 그 찰나의 시간에 머리 위로 휙휙 지나감.
그리고 노홍철이 빙의라도 된 듯 나는 말함. "사실 저 저 위에서 다른 아저씨한테 잡혀서 확인받구 부대 복귀하러 갑니다~ 위병소 앞에 레토나 와 있어요~"라고 ㅋㅋㅋㅋㅋㅋ근데 그 아저씨 안 믿음ㅋㅋㅋㅋ 나보고 구라치지 말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거임. 그 때 나는 버럭 소리지르며 화냄.
"XX 지금 잡혀서 부대복귀하면 개쪽당하게 생겼는데 장난치나"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 급실망하면서 걍 보내줌ㅋㅋㅋㅋ 당당히 위병소쪽으로 걸어감ㅋㅋㅋㅋㅋ
위병소로 걸어가는 도중 '댕댕댕'거리는 소리가 들림. 화생방 상황이 터진거임. 급히 몸을 숨겼음.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었음.
가만히 숨죽이고 둘러보니 다들 뭔가를 후다닥 꺼내들고 있는 중이었음. 방독면을 꺼내서 쓰고 있던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신이 주신 기회였음. 왜냐하면 내 행동이 자유로워질수 있었기 때문임. 방독면 쓰면 정말 옆으로 사람 지나가는 것도 못 보게 됨.
연대아저씨들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나 못 봄ㅋㅋㅋㅋㅋㅋ 요리조리 숨었다가 연병장 뒤편으로 돌아들어감. 저 멀리 CP실이 보였음.
우리 분대장이 CP실 건물 옆에서 숨어있는게 보임ㅋㅋㅋㅋㅋㅋ 내 동기는?? 그 반대쪽 언덕에서 포박(!!!!)당해서 끌려내려오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기놈 놀려먹을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감. 일단은 임무가 우선이니까 분대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음. 분대장도 날 보더니 놀람반 반가움반 엄청 좋아함ㅋㅋㅋㅋ
어떻게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당당히 CP실 앞에서 근무서던 아저씨들에게 다가갔음. 우리 분대장 갑자기 흥정을 하기 시작함. "우리 여기서 일단 들여보내주면 너네한테 잡힌걸로 하겠다. 이 앞에서 콩알탄 하나 터뜨리고 발 들여놓으면 너네가 우리 잡아라. 우린 임무완수직전까지 간거고, 너넨 휴가타지 않느냐"라고 함. 근데, 이 아저씨들 흔쾌히 OK하는 거임. 나랑 분대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음...ㅋㅋㅋㅋㅋ
애초에 우린 잡힐 생각이 없었음. 그냥 닥치고 뛸 생각이었거든ㅋㅋㅋㅋㅋㅋ
콩알탄 하나 뻥 터뜨리고, 그대로 연대장실로 뛰어감ㅋㅋㅋㅋ 연대 행정반에서 행보관, 소위, 중위 다 뛰어나오면서 '어어?? 멈춰!!! 멈춰!!!!!'라고 소리지름ㅋㅋㅋㅋㅋ 진짜 막 뛰어나옴ㅋㅋㅋㅋ 우린 그런거 신경 안 썼음ㅋㅋㅋㅋ 그냥 연대장실 문 열어제끼고 총 들이대면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라고 소리지름ㅋㅋㅋㅋㅋ 연대장(대령임.. 대령.. 우리 대대장이 중령이었는데..)이 위장한채로 서류작성 중이었는데, 황당했는지 가만히 쳐다보다가
"야이 개새끼들아! 너네 뭐야!! 대가리 박어!!!"라고 소리침. 나랑 분대장 순간 쫄아서 총 거두고 거수경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타 부대라 대가리는 끝까지 안 박았음ㅋㅋㅋㅋ
우리는 그대로 연대 행보관님한테 끌려나왔음. 타 부대 사람이라 그런지 심한 말은 안 함. "다 아는 사이에 왜 그렇게 했냐. 아무리 그래도 연대장실로 뛰어들어가면 어떻게 하냐" 이런 말만 들었음. 울 부대 복귀하니 소문이 쫙 퍼져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어이없어 하면서도 재밌어했고, 좋아함ㅋㅋㅋㅋ 그 날 점호 시간엔 활약상과 함께 동기놈 포박당한 썰 푸느라 내무실이 웃음바다가 됌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우리 분대장 대대장한테 엄청 깨졌다고 함. 대대장이 연대장한테 엄청 깨지는 바람에, 우리 분대장이 혼나게 된 거였음.
근데 난??ㅋ 대대장이 전혀 안 혼냄ㅋㅋㅋㅋ 연대장한테 털렸어도 은근 기분은 좋았던 것 같음..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