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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의 변천사
게시물ID : humorstory_313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잉
추천 : 1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9/22 12:38:58

며칠 전 후배가 갓 돌 지난 아이 때문에 결국 제수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외벌이가 됐다고

걱정 반 후련함 반의 신세한탄을 했습니다. 17년 결혼생활에 외벌이도 했었고 몇 년 전부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저희 동갑내기 부부의 맞벌이를 잠시 돌아 봤습니다.

 

20대 때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자기야 나 직장 다녀볼까?”

큰 소리로 대답해줬습니다.

“형우 아직 어린데 애나 너나 서로 힘들게 뭐 하러~~~집에서 형우 잘 키우고 집안 살림

잘하는 게 돈 버는 거야~~~나 못 믿어? 3개월 위 오빠 못 믿어?”

 

30대 때

아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났습니다.

“아 진짜 김주임 때문에 스트레스 쌓여서 못 다니겠다. 좀 지나면 나아지려나 했더니 더하네!

더해. 더러워서 때려 쳐야지..... 자기야 나 그만 둘까?”

“김주임 갸는 왜 그래? 확 그냥 한번 들이 받아~~그만둬..........................그리고 뭐.............

딴 데 알아봐”

아내가 곁눈질과 함께 입을 삐죽입니다.

“결론은 직장 생활 계속 하라는 거네?”

“아니 내 말은 뭐 직장 생활하다 또 안하면 당신 답답할까봐~~뭐 그럼 좀 쉬던지....한 한달 정도?”

아내의 눈초리가 매서워 집니다.

“하~하~하~.....한 달은 농담이고.............................................두 달 쉴래?

 

40대 때

아내가 4년차에 접어든 직장에 푸념을 합니다.

“일은 점점 많아지고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요즘 짜증나 죽겠네. 자기야 저번에 그거 기억나지?

.....어쩌고저쩌고...주저리주저리........정말 짜증나지 않냐? 확 그냥 성질 같아서는.....”

“또 그랬어? 참내 왜 그런데 점점.....짜증나겠네. 근데....이거 뭐야? 책상 위에 있는 거?”

“참 범칙금 날아 왔더라!"

“아니 이것들은 몇 년 전 범칙금을 지금 내라고 날아오면 어쩐데...하여간 이것들은 일처리가

어쩌고저쩌고.... 주저리주저리......이러니 나라꼴이 말이야..어 거 참 주저리주저리”

“하여간 그건 그렇고 계속 이렇게 다닐 수는 없고 할 말은 하고 그래야겠어. 아주 단판을

지어야지 다니던 안 다니던 결판을 내야지?”

“음......뭐 그렇지...하지만 뭐 그렇다고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음...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비오는 소리 아니야? 형우 학원에서 올 시간이지? 아 이거 참 마중 나가야겠네?”

“형우 우산 가지고 갔어. 안 가도 돼”

“그래? 이 자식은 참 꼼꼼도 하여라...뭐 우산까지 다 챙겨 다니고...근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

이런 날은 우산 쓰나마나지 안 되겠다 마중 나가야지.............아이 참 날씨하곤.. 주절주절...”

 

그렇다고 나만 변한 건 아니고 아내도 이렇게 변했습니다.

 

20대 때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방에 내팽개치고 아내 보는 앞에서 한마디 했습니다.

“아 정말 아니꼽고 더러워서 정실장 그 자식은 내가 뭐가 맘에 안 들어서 하는 일 마다 태클이야

정말 때려치워야지”

아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조심스레 말합니다.

“자기야 화 풀어 정실장 그 자식 내가 혼내줄까? 제육볶음 해 놨으니까 빨리 씻고 나와 오늘도

수고했어! 우리 자기”

 

30대 때

“아 정말 아니꼽고 더러워서 이놈에 회사 어쩌고저쩌고 주저리주저리......여기 계속 다녀야 되냐?”

아내가 가계부 쓰면서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뭐 자기가 알아서 하시고 계속 다닐 거면 일만 더 시키지 말고 월급도 좀 올려 달라고 해~~

무슨 몇 년째 월급 통장 보면 ctrl c, ctrl v 로 복사하기 붙여넣기고 아니고 10원짜리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찍히냐”

 

40대 때.............바로 어제

회의 시간에 열나게 깨지고 들어왔습니다.

내 한숨소리에 아내가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뭔 그렇게 사장님은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네..정말 확 그냥....”

아내가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한마디 지릅니다.

“때려처~~~~장사해 장사”

 

정확히 2년 전 40살을 기점으로 저는 여우가 돼가고 아내는 늑대가 돼갑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바람 좀 쐴 겸 집 근처 텃밭에 나가 봤습니다. 몇 주 전에 심었던 배추가

제법 많이 컸습니다. 올해 집 근처 주말 농장을 조금 분양 받아서 생전 처음 흙을 만져 봤습니다.

눈곱만한 씨앗을 심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었는데 올 여름 참 푸짐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반신반의로 시작했던 아내의 직장생활도 이제 많이 자리를 잡아간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할 일은

많아지고 업무시간도 길어지면서 이것저것 스트레스가 는듯합니다. 자주도 아니고 가끔 저에게

하는 푸념에 속 시원하게 받아 주지도 못하고 어물쩍 넘기는 여우같은 제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며칠 전부터 아내가 먹고 싶다던 포도를 몇 송이

샀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들립니다. 아내의 문자 같습니다. 아내

마음도 똑 같은 거 압니다. 점점 늘어나는 지출에 앞으로 다가올 지출들을 너무 잘 알기에 때론

맘에도 없는 말들을 한다는 걸....

하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진 아내가 의기소침해 나간 저에게 닭살 문자를 보냈나봅니다.

한손에 포도송이를 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역시 아내에게 온 문자였습니다.

엄지손가락이 올려진 이모티콘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문00’님이 86714점을

달성해서 최고

기록을 갱신했어요!!!!!

축하해주세요~~~~

[애니팡]

 

 

휴.......내 팔자야.....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articleId=85500&bbsId=S101&searchKey=daumname&sortKey=depth&searchValue=%EB%82%98%EC%95%BC%EB%82%98&y=0&x=0&pageIndex=1


다음 아고라  나야나 님 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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